이번에 다룰 교과서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에요.
밤에 이것저것 하다가 인터넷에서 세계의 교과서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세계의 교과서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하나 발견했어요.
"아프가니스탄에 우즈베크어 교과서도 있었어?"
꽤 많이 놀랐어요. 아프가니스탄의 국어는 파슈토어와 다리어에요. 이 중
다리어는 페르시아어와 거의 같은 언어이고, 파슈토어는 많이 다른 편이에요.
이 둘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고, 우리나라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언어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그 다음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되는 언어로는 타지크어가 있어요. 타지크어 역시 페르시아어와 많이
비슷한 언어에요. 다른 부분도 있지만, 유사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어권에 속하는 지역이에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는 튀르크 민족도 거주하고 있어요. 특히 우즈베키스탄
접경 지역인 북서부 쪽에 우즈베크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즈베크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즈베크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우즈베크어 교과서가 있을 거라고는 아예 상상을 못 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즈베크어 화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국어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아프가니스탄에도 우즈베크어 교과서가 있었어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 표지를 자세히 봤어요.
교육부에서 출판한 정식 교과서였어요. 이것도 꽤 놀라운 점이었어요. 단순히
그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교과서가 아니라 정말로 교육부에서 출판한
제대로 된 교과서였어요. 교육부에서 출판한 교과서이니 국정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우즈베크인은 370만명에서 610만명으로 추산되요.
그러니 적은 수가 아니에요. 또한 아프가니스탄 국내 정치적으로 보면 이들은
하나의 주요 파벌을 이루고 있어요. 게다가 바로 뒤에 든든한 뒷배인
우즈베키스탄이 존재하구요. 이러니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인들을 위한 교과서에 신경을 쓰지 않았나 싶었어요. 인구 규모로나
정치적으로나 무시할 규모가 절대 아니라서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는 이렇게 생겼어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 표지 배경색은
주황색이에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 표지 좌측 상단을 보면
아프가니스탄 교육부 마크가 있어요. 단, 마크 아래에 적힌 작은 글자를 보면
معارف وزيرليگى 라고 적혀 있어요. 이 아랍 문자를 우즈베크어 라틴 문자로
변환하면 maorif vazirligi 에요. '교육부'라는 의미에요.
책 표지 가운데에는 اۉزبېک تيلى 라고 적혀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로 변환하면 O'zbek tili 에요. '우즈베크어'라는 말이에요.
그 아래에는 بيريچی صنف درسلیک کتابی 라고 적혀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로 변환하면 birinchi sinf darslik kitabi 에요. '1학년
교과서'라는 말이에요.
그 아래에는 교실에서 학생들 앞에서 글자를 가르치는 선생님 사진이
있어요.
그 다음 속표지는 위와 같아요. 적혀 있는 글자는 똑같아요.
목차는 위와 같아요.
여기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바로 '목차'라는 말이에요. 위의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를 보면 교과서 목차를 فهرست 라고 썼어요.
فهرست 는 다리어로, fehrest라고 읽어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에서
교과서 목차는 mundarija 라고 해요. 즉, 사용하는 어휘에서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는 다리어 표현 영향이 꽤 강하고, 우즈베크어는 타지크어 영향이 꽤
강해요. 다리어와 타지크어가 매우 비슷한 언어이지만, 주로 사용하는
어휘에서는 차이가 있고, 이는 같은 우즈베크어라도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의 주로 사용하는 어휘에 영향을 끼쳤어요.
실제로 이란의 교과서를 보면 목차를 목차를 فهرست 라고 써요. 반면
타지키스탄의 교과서를 보면 목차를 мундариҷа 라고 써요.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아무리 비슷한 언어라 해도 단어 선택 문화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 있고, 이는 꽤 큰 차이를 만들어요. 이런 단어 선택 문화의 차이는
의사소통에서 꽤 큰 장애를 야기할 수 있구요.
그 다음에 등장하는 단원은 آمادەلیک دورەسی 이에요. 'amadalik durasi'에요.
'준비 과정'이라는 말이에요. 이 역시 다리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이
나타나요. amadalik 이라는 말은 페르시아어 آماده - '준비된'이라는 형용사에
튀르크어 접사 lik이 붙은 형태에요. 우즈베키스탄이라면 이것을 Tayyorgarlik
kursi 나 Tayyorgarlik darsi 라고 했을 거에요.
이제 글자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요. 글자를 본격적으로 배우기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에서 어떤 글자를 사용하는지 위와 같이 전부 다
나와요.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는 아랍 문자를 차용한 문자를 사용해요. 아랍문자
글자를 전부 다 사용하고, 여기에 추가로 پ, چ, ژ, گ, ۉ, ۋ, ې 글자가
있어요.
첫 시작은 당연히 آ 부터 시작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에서는 a에
해당하는 글자에요. 이 단원에 나오는 단어들은 آته ata (아버지), آنه ana
(어머니), آت (at) 말 - 이렇게 3개에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의 특징은 우즈베크어가
모국어인 아동을 위한 교과서라는 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우즈베크어가
비모국어인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와는 차이가 있어요.
모국어 화자인 어린이가 배우는 모국어 과목 책이라서 문장 길이 자체는
짧지만, 문법은 어지간한 문법을 다 사용해도 괜찮아요. 아무리 7세 아동이라
해도 자기 할 말은 모국어로 다 잘 하니까요. 이 점은 교과서 지문 구성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요. 시작부터 바로 문장으로 시작해도 되고, 어지간한
문법은 다 사용해도 되요.
이러한 점과 더불어 튀르크어의 특징도 있어요. 시작은 2인칭 단수 명령형으로
시작해요. 왜냐하면 2인칭 단수 동사 명령형이 어간이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는 두 번째 글자
ا부터 바로 명령형 문장으로 시작해요. 위의 사진은 세 번째 글자인 ب
에요.
흥미로운 점은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는 모두 아랍
문자로 적혀 있고, 아랍문자를 차용한 우즈베크어 문자를 배우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우즈베크어에서 아랍문자에서 키릴문자로 바뀔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어요.
위 지문에 있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아요.
بابر، بادام آل.
باله، بادام آل.
باله - باشله.
하나씩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아요.
بابر، بادام آل.
Bobur, bodom ol.
(보부르, 아몬드를 받아.)
باله، بادام آل.
Bola, bodom ol.
(아이야, 아몬드를 받아.)
باله - باشله.
Bola, boshla.
(아이야, 시작해)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에서 a장모음으로 표시된 모음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에서 o로 표기되요.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에서 ە 로
표기된 모음이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에서 a로 표기되요.
이 특징은 이란의 페르시아어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를 보면 위와 같이 원래 붙여
쓰는 형태소도 아이들의 문법 이해를 위해 띄어서 표기하고 있어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를 보면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와 다른 점을 여러 가지 볼 수 있어요.
بهار فصلى ده ژاله ياغه دى.
منيژه و بيژن ژاله نى يخشى كۉره ديلر.
آتام، بهار كېليشى نى مژده بېردى.
이 지문을 전사하고,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아요.
بهار فصلى ده ژاله ياغه دى.
전사 : Bahor faslida jola yog'adi.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 Bahor faslida yomg'ir yog'adi.
منيژه و بيژن ژاله نى يخشى كۉره ديلر.
전사 : Manija va Bijan jolani yaxshi ko'radilar.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 Manija va Bijan yomg'irni yaxshi
ko'radilar.
آتام، بهار كېليشى نى مژده بېردى.
전사 : Otam, bahor kelishini mujda berdi.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 Otam, bahor kelishini xushxabar
berdi.
먼저 현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에서 ژ 는 j로 통합되었어요.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에서는 엄연히 구분되고 있어요.
두 번째로 어휘를 보면 다리어 단어 - 상당히 고풍스러운 우즈베크어를 꽤
쓰고 있어요. 먼저 비를 yomg'ir 가 아니라 jola 라고 했어요. 또한 '기쁜
소식'을 xushxabar가 아니라 mujda라고 했어요. jola, mujda 모두 우즈베크어
단어이며,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단어에요. 그런데 jola, mujda는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대사전을 뒤져보면 있는 우즈베크어 어휘이지만,
매우 고풍스러운 단어에요. 실제로는 yomg'ir, xushxabar를 훨씬 압도적으로 더
많이 써요.
글자 배우기가 끝나면 이렇게 글자 표가 다시 나와요.
이후 강독이 나와요. 강독 지문 첫 번째 주제는 이슬람에서 유일신인
알라에요.
강독이 끝나면 단어장이 나와요.
이것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와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의
언어적 차이를 볼 수 있어요.
먼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اۉزبېک تیلی
بیرینچی صنف درسلیک کتابی نینگ
سۉزلیگی (لغتنامه سی)
이 지문을 현대 우즈베크어로 전사하면 다음과 같아요.
O'zbek tili
Birinchi sinf darslik kitabining
so'zligi (lug'atnomasi)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두 가지 면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먼저
첫번째,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에서는 우즈베크어 교과서 맨 마지막
단어장 제목이 lug'at에요. 간단히 이렇게 끝나요. 반면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 교과서는 제목이 Birinchi sinf darslik kitabining so'zligi
(lug'atnamesi) 이에요. 간단히 줄인다고 해도 so'zlik (lug'atnoma)이 될
거에요.
또한 우즈베키스탄에서 lug'at라고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so'zlik 이라고
하는 차이점 외에 하나 더 차이가 있어요. 괄호에 있는 lug'atnoma 라는
단어에요. 페르시아어 어원의 접사 -noma는 책, 서한, 목록 등의 의미에요.
같은 의미를 뜻하는 단어라도 -noma 를 붙이면 좀 더 공적이거나 무거워지거나
고풍스러워지는 느낌이 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전, 단어장을 lug'at
라고 해요. 심지어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 대사전 정식 명칭에서도
lug'at라고만 하지, lug'atnoma 라고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아랍어 교과서 제일 마지막 단어장을 보면 lug'atnoma 에요.
'lug'atnoma'라는 단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편찬한 우즈베크어 대사전에 안
나오는 단어에요. 왜냐하면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에서 사전은
lug'at이거든요. lug'atnoma는 페르시아어에서는 '사전'이라는 의미로
사용해요.
아프가니스탄 초등학교 1학년 우즈베크어 교과서는 이렇게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와의 차이를 여러 가지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대표적으로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두 가지에요.
첫 번째, 문자가 아예 달라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는 라틴 문자를
사용해요. 반면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는 아랍 문자를 사용해요.
여기에서 읽기 난이도가 발생해요. 우즈베크어를 안다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예 아니에요. 우즈베크어 아랍문자를 알아야 읽어요. 하지만 우즈베크어를
알고 아랍문자를 안다고 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에요. 왜냐하면
결정적으로 모음 표기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안 와닿는다면 한국어에서 모음만 싹 지우고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ㄷㅎㄴㅁㄴㄱㄱ ㅁㄴㅅ!
이렇게 써놓고 읽으라고 하면 아무리 모국어가 한국어이고 한글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읽기 진짜 어려워져요.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 표기 방법이 딱
위와 같아요. '대한민국 만세!'에서 모음만 싹 지우고 'ㄷㅎㄴㅁㄴㄱㄱ
ㅁㄴㅅ!'라고 쓰면 한국어와 한글을 잘 아는 한국인이라도 읽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는 아랍 문자를 알고 우즈베크어를 알아도
읽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두 번째, 어휘에서 차이가 있어요. 어휘에서 특히 같은 페르시아어계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우즈베키스탄의 우즈베크어는 타지크어 영향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의 우즈베크어는 다리어 영향을 받았어요.
흔히 이란의 페르시아어,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는 발음에서나 차이가 있고,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어는 문법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방언 수준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어요. 학문적으로도 그렇다는 견해가 일반적이구요.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어요. 이 각 언어권마다 표현에서 선호하는 단어가 다른
언어 문화적 차이는 확실히 존재해요. 서로 이해는 하나 '왜 이런 표현을
쓸까?', '왜 이런 말을 하지?'라고 인상 찌푸리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해요. 그리고 같은 단어라도 약간씩 의미가 달라지고 용법이
달라지는 차이가 있구요.
이와 같은 언어 문화의 차이점이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에서 페르시아어 어원의 차용어에서 차이점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크어는 타지크어 영향을 받았고,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크어는 다리어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타지크어와 다리어의 언어 문화적
차이가 두 언어에 그대로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