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가본 외국 음식 맛집은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위치한 아랍국가 튀니지
음식 맛집인 꾸스꾸스에요. 꾸스꾸스는 경복궁 서쪽에 있는 서촌에 위치해
있고, 경복궁역에서 가는 것이 편해요.
"서울에 특별한 외국 국가 식당 또 없나?"
서울에 어떤 특별한 외국 국가 식당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서울은 상당히
많이 달라졌어요. 2020년 사태 이전에 한때 한국에 있는 다양한 외국 국가들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다녔었어요. 그러다 조금 그런 취미가 조금 많이
시들해졌어요. 일단 중국과 베트남, 태국 식당이 매우 많이 생겼고, 그 외 여러
나라 식당들도 여기저기에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정말 힘들게 찾아야 했는데
이후 특별할 것이 없어졌어요. 이와 더불어서 제 개인적으로 외국에 대한
흥미가 식었어요. 제가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은 거의 다 가봤기 때문에 더 이상
별로 궁금한 것이 없었어요.
더욱이 이런 곳은 수도권에서는 인천과 경기도 남부에 주로 많이 위치해
있어요. 진짜 원색적인 맛을 맛보기 위해서는 이런 곳으로 가야 해요.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이들 지역과 매우 먼 곳이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지역
근처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들이 있어요. 그러나 이런
곳들은 외국 식당이 그렇게 많이 없었어요. 애초에 도심이랄 곳 자체가 작구요.
의욕적으로 찾아다니려면 경기도 남부를 집중적으로 다녀야 하는데 별 의욕이
없으니 별로 가고 싶어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한국에 있는 외국 식당들을 안 찾아다닌지 꽤 되었어요. 그러던 중에
우리나라에 격변이 생겼어요. 바로 2020년 사태였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식당이 망했어요. 외국 식당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보면 외국
식당이 타격이 더 컸어요. 외국인 관광객,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기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었어요. 이들이 중요한 수요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확
줄어들었으니 외국 식당들도 많이 문을 닫았어요.
찾아보니 과거에 갔던 식당들 중 망한 곳도 상당히 많았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새로 하나 둘 생기고 있었어요. 대대적으로 물갈이가 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튀니지? 꾸스꾸스? 여기 한 번 가볼까?"
튀니지.
내가 제일 처음 해외 여행을 갔던 나라
튀니지는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나라에요. 제가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갔던
나라가 튀니지였어요. 튀니지 사람들은 매우 밝고 쾌활했어요. 외국인이라고
거리끼는 것 없이 매우 친근하게 대했어요. 그리고 수도인 튀니스는 프랑스어를
상당히 많이 사용했어요. 아랍국가이지만 프랑스어가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국가였어요. 그리고 작지만 매우 예쁜 나라였어요. 그래서 튀니지는 항상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에요. 작지만 정말 모든 아름다움이 다 있는
나라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튀니지가 별로 잘 안 알려진 이유는?
가기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튀니지는 북아프리카에서 관광으로 상당히 유명한 국가에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많이 가지 않는 나라에요. 유럽에서는 튀니지가 매우
인기 좋은 관광지이지만, 한국에서는 상당히 마이너한 관광지에요. 가장 큰
이유는 튀니지가 한국인들에게는 일종의 섬 같은 국가이기 때문이에요.
튀니지는 섬나라가 아니에요. 그런데 동쪽으로는 리비아, 서쪽으로는 알제리가
있어요. 리비아는 여행금지국가에요. 알제리도 비자가 있어야 방문할 수 있고,
치안이 안 좋은 곳도 있어요. 특히 과거에는 알제리가 상당히 위험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튀니지는 한국인이 갈 때 정말 튀니지를 일부러 비행기 타고
가야 해요. 유럽 여행 중에 작정하고 비행기 타고 튀니지를 가지 않는 이상
튀니지를 갈 방법이 없어요.
이 점이 모로코와 다른 점이에요. 모로코는 스페인 여행과 묶어서 같이 다녀올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모로코를 묶어서 같이 다녀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유럽여행에 추가로 모로코를 추가하는 식이에요. 하지만
튀니지는 이게 안 되고, 정말로 비행기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튀니지를 가는
사람은 모로코 가는 사람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튀니지 음식 먹어? 꾸스꾸스 가서?"
한국에 튀니지 식당은 두 곳 있어요. 하나는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꾸스꾸스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근처에 있는
벨라튀니지에요. 이 중 꾸스꾸스는 2014년에 생긴 식당이고, 벨라튀니지는
2016년에 생긴 식당이에요. 꾸스꾸스는 한국 최초의 튀니지 식당이에요.
꾸스꾸스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본 적은 없었어요. 벨라튀니지는 매우
예전에 한 번 가봤구요. 특별한 국가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튀니지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이 중 꾸스꾸스는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제가 여태 안
가본 곳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아예 까맣게
잊어버려서 못 가고 있던 꾸스꾸스를 가보기로 했어요.
전철을 타고 경복궁역으로 갔어요.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체부동으로
갔어요. 자하문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자하문로5길로 들어갔어요.
토속촌 삼계탕을 지나서 계속 자하문로5길을 따라 걸어가자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서촌 아랍국가 튀니지 음식 맛집 꾸스꾸스가 나왔어요.
꾸스꾸스 안으로 들어갔어요.
사장님께서 자리를 안내해주셨어요. 사장님께서는 한국인이셨어요. 즉,
꾸스꾸스는 외국 식당이지만 외국어 모른다고 전혀 겁내지 않아도 되요.
사장님께서 한국인이시기 때문에 유창한 한국어로 주문하면 되요.
왜 이런 말을 쓰는지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에요. 그런데 외국
식당에 대해서 사장과 직원들이 외국인이라 외국어로 주문해야 하냐며 이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꽤 있어요.
테이블 위에는 커다란 수첩처럼 생긴 메뉴판이 있었어요.
메뉴 맨 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여기는 세트 메뉴가 있지?"
서울 경복궁역 튀니지 음식 맛집인 꾸스꾸스는 세트 메뉴가 있었어요. 세트
메뉴로 주문하면 개별 음식으로 주문하는 것에 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는 처음부터 세트 메뉴로 시키기로 했어요.
메뉴를 쭉 구경했어요. 오기 전에 이미 주문할 것을 마음 속에 정하고 왔어요.
제가 주문할 것은 바로 튀니지안 세트C였어요.
서울 종로구 서촌 튀니지 음식 맛집 꾸스꾸스 메뉴 중 튀니지안 세트 C 가격은
39000원이었어요. 2인 메뉴였어요. 튀니지안 세트 C는 전통빵, 호무스, 타진,
쿠스쿠스로 구성된 메뉴였어요.
기본적으로 쿠스쿠스와 타진은 먹어봐야 한다!
튀니지 음식은 지중해-북서아프리카 음식 카테고리에 속해요. 이 중 아랍권
북서아프리카 음식 중 대표 메뉴가 바로 타진과 쿠스쿠스에요. 타진과
쿠스쿠스를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바로 튀니지안 세트C였어요. 여기에
튀니지 대표 음식인 오짜 عجة 나 샥쇼카 شكشوكة 를 추가하면 제대로 먹는
것이겠지만, 저는 혼자 갔기 때문에 튀니지안 세트C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참고로 튀니지 음식이 '북아프리카 음식'이 아니라 '북서아프리카 음식'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북아프리카가 다시 동쪽과 서쪽으로 많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를 묶어서 마그리브 방언이라고 해요. 이 지역은 같은
북아프리카인 이집트, 리비아와는 문화, 언어, 역사가 상당히 달라요. 마그리브
지역은 프랑스 식민지 역사를 갖고 있고, 아랍어가 국어이기는 하지만 아랍어
방언이 이집트, 리비아와는 매우 달라요. 이슬람도 북아프리카 일대가 수니파를
믿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이집트와 달리 이들 마그리브 지역은 말리키파를
따라요. 이 이슬람 학파는 단순히 쿠란과 하디스 해석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일상의 세세한 부분에 대한 해석도 약간씩 달라요. 그래서 모스크 양식 같은
것도 이집트 쪽과는 달라요.
음식 문화 역시 마그리브 지역과 이집트 쪽은 매우 달라요. 그래서 이쪽은
아랍-마그리브 음식, 또는 아주 직관적이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북서아프리카 음식이라고 분류하는 게 좋아요.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꾸스꾸스 식당 내부를 구경했어요. 식당
내부는 별로 크지 않았어요. 그러나 매우 정성껏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튀니지 색채가 매우 많이 느껴지도록 화려하게 꾸며놓았어요.
입구에 튀니지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식당 내부 천장에 튀니지 국기가
매달려 있었어요. 그리고 테이블에도 튀니지 국기가 꽂혀 있었어요.
벽면에는 튀니지 기념품이 장식되어 있었어요.
튀니지 전통 빵 쿱즈 알-타부나, 훔무스
먼저 튀니지 전통 빵과 훔무스가 나왔어요.
튀니지 전통 빵은 반 개가 나왔어요. 튀니지 전통 빵은 쿱즈 알-타부나 خبز
الطابونة 라고 해요. 이 빵 이름은 화덕을 의미하는 '타분' - طابون 에서
유래했어요. 어원은 동사 طبن - '불을 쑤셔 일으키다'에요. 이 빵 정식 명칭은
쿱즈 알-타부나이지만, 지역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요.
이 빵은 밀가루에 효모를 넣고 발효해서 반죽이 두 배 정도 부풀면 반죽을
밀어서 얇은 원반 형태로 만든 후 200도 정도 되는 오븐에 집어넣고 구워서
만드는 빵이에요.
튀니지 전통 빵은 식감이 부드러웠어요.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았어요. 속은
촉촉했어요. 맛은 고소한 맛이 살짝 있었어요.
훔무스는 삶은 병아리콩을 으깨서 만든 음식이에요. 훔무스 위에는 올리브유가
뿌려져 있었고, 매우 잘게 다진 허브 같은 것도 섞여 있었어요. 훔무스는
부드럽고 고소했어요. 살짝 풋풋한 콩 향기도 있었어요. 훔무스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묽지 않고 반죽에 가까웠어요.
훔무스를 빵으로 푹푹 찍어 먹었어요. 찍어 먹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떠먹다시피 먹었어요. 그래도 양이 많아서 절반 정도가 남았어요. 남은
훔무스는 스푼으로 떠서 먹었어요. 올리브유가 추가되어서 매끈하게 쑥
넘어갔어요.
튀니지 쿠스쿠스
훔무스와 튀니지 전통 빵인 쿱즈 알-타부나를 다 먹자 쿠스쿠스가
나왔어요.
서울 경복궁 튀니지 음식 맛집 꾸스꾸스의 쿠스쿠스는 닭고기 쿠스쿠스와
양고기 쿠스쿠스가 있었어요. 주문할 때 사장님께서 양고기 쿠스쿠스를
추천하셨어요. 그래서 양고기 쿠스쿠스로 주문했어요. 위의 사진에 나와 있는
쿠스쿠스는 양고기 쿠스쿠스에요.
쿠스쿠스는 아랍어로 كسكس 라고 해요. 쿠스쿠스는 생긴 것을 보면 커다란
좁쌀, 기장 알갱이처럼 생겼어요. 그렇지만 놀랍게도 쿠스쿠스는 파스타 종류
중 하나에요. 파스타 중에서 가장 알갱이가 작은 파스타에요.
쿠스쿠스는 세몰리나와 다른 종류의 밀가루를 번갈아 가며 치대며 반죽해서
만들어요. 만드는 장면을 보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계속 손으로 비벼요.
이렇게 섞어서 커다란 좁쌀 알갱이처럼 될 때까지 이 작업을 계속해요. 이렇게
좁쌀 같은 반죽이 되면 이것을 쪄서 먹어요. 쿠스쿠스는 따로 찌고, 다 쪄낸
후에는 여기에 견과류, 건포도를 추가하기도 해요. 그리고 별도로 위에 올릴
재료를 만들어서 이 쿠스쿠스 알갱이를 쪄낸 것 위에 올려요. 보면 대체로
국물이 있는 스튜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서 쿠스쿠스 위에 올려요.
북아프리카에서 쿠스쿠스를 만들 때는 아래쪽에는 스튜를 끓이고, 위에
쿠스쿠스를 올려서 스튜의 김을 쿠스쿠스에 쏘여요. 이렇게 하면 스튜의 향이
쿠스쿠스에 배여요.
쿠스쿠스는 마그리브 지역 음식 문화의 자존심 같은 존재에요. 그래서 모로코
사람들과 튀니지 사람들은 서로 자신들의 쿠스쿠스가 최고라고 주장해요. 예전
여행 갔었을 때의 기억에 의하면 튀니지 쿠스쿠스가 모로코 쿠스쿠스 보다 맛과
향이 더 강했었어요.
서울 서촌 튀니지 음식 맛집 꾸스꾸스의 양고기 쿠스쿠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쿠스쿠스를 쪄내고, 여기 위에 양고기 스튜에 가까운
것을 위에 올렸어요. 그리고 쿠스쿠스에는 건포도가 들어 있었어요.
먼저 쿠스쿠스는 서로 안 뭉치고 알알이 흩어졌어요. 쿠스쿠스 자체는 아주
약간 희미하게 구수한 향이 있었어요. 쿠스쿠스 알갱이 자체가 갖는 맛은 딱히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어요. 맛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어떤 맛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희미한 맛이었어요. 향신료가 강하게 들어가지 않아서 순한 맛이었어요.
쿠스쿠스의 기본적인 맛은 구수한 향이 많이 빠진 축축한 식빵에 가까운
맛이었어요.
쿠스쿠스에는 미세한 향이 섞여 있었어요. 그리고 건포도가 들어 있어서
쿠스쿠스에 건포도 향도 살짝 섞여 있었어요. 건포도가 미세하게 구수한 듯한
느낌이 드는 쿠스쿠스에 달콤한 포인트를 만들고 있었어요.
쿠스쿠스 위에 올라가 있는 양고기는 매우 부드러웠어요. 토마토 소스를
이용해 만든 양고기였어요. 사장님께서 양고기 쿠스쿠스를 추천해주신 이유가
있었어요. 양고기는 잡내가 아예 없었어요. 부드럽고 고소한 양고기가 토마토
소스와 만나서 감칠맛도 좋았어요. 여기에 약간 깔깔한 쿠스쿠스 알갱이가
더해지자 재미있는 식감을 만들었어요.
'포만감 주는 것까지 똑같네.'
쿠스쿠스는 양이 안 많아 보였지만, 적은 양으로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에요.
쿠스쿠스는 섬유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해서 뱃속에 들어가면 묵직한 느낌을
줘요.
참고로 한국 음식 중 쿠스쿠스와 비슷한 식감의 음식은 딱히 없어요. 좁쌀과
비슷하다고 하고 좁쌀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쿠스쿠스는 찰기가 아예 없고, 밥에
넣는 좁쌀은 보통 찰기가 있는 차조를 넣거든요. 찰기가 없는 메좁쌀로 밥을
만든다면 아마 비슷하기는 하겠지만, 메좁쌀로 밥을 만드는 일은 식해를 만들
때 외에는 없어요.
서울 서촌 맛집 꾸스꾸스의 쿠스쿠스는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이었어요.
쿠스쿠스 자체가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맛인데 살살 홀리는 맛이었어요. 또한
위에 올라가 있는 양고기 스튜는 맛이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양고기 잡내도
완전히 잡은 데다 고기를 매우 부드럽게 잘 익혀서 가볍게 살살 씹어도 충분히
잘 씹혔고 술술 잘 넘어갔어요.
튀니지 타진
대망의 튀니지 타진이 나왔어요.
이것이 바로 튀니지 타진이다
타진, 그것은 바로 튀니지 음식을 경험한 사람과 모로코 음식을 경험한
사람들이 서로 놀라게 만드는 음식
위에서 쿠스쿠스는 마그리브 지역 음식의 자존심으로, 튀니지 사람들과 모로코
사람들이 서로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음식이라고 했어요. 튀니지와 모로코는
은근히 자존심 싸움이 있어요. 단순히 북서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국가이기
때문이 아니에요.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전체 GDP는 모로코가 더 높은데 1인당
GDP는 튀니지가 더 높아요. 그리고 두 나라가 이래저래 경쟁 관계에 있어요. 이
때문에 튀니지 사람들과 모로코 사람들은 서로 자기들이 더 잘 산다고 하고,
자기들의 음식이 더 맛있다고 해요. 이 중 쿠스쿠스는 두 나라 모두
기본적으로는 같은 형태와 조리법이기 때문에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곤
해요.
하지만 마그리브 지역의 또 다른 대표 음식인 타진은 이런 일이 일어날 일이
아예 없어요. 왜냐하면 튀니지의 타진과 모로코의 타진은 완전히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아예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에요. 대신에 둘 다 이름은
똑같이 타진 - 아랍어로 طاجين 이기 때문에 튀니지 음식을 경험한 사람은
모로코 타진을 보고 놀라고, 모로코 음식을 경험한 사람은 튀니지 타진을 보고
놀라요.
모로코 타진은 쟁반에 고기, 야채 등을 올려놓고 고깔을 씌워서 쪄서 만든
음식이에요. 그래서 국물이 있는 찜요리이고, 국물에 빵을 찍어먹기도 해요.
알제리도 모로코와 같은 방식으로 타진을 만들어요.
하지만 튀니지 타진은 완벽히 달라요. 위 사진을 보면 국물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요. 모로코 타진을 생각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봐도 비슷한
부분을 아예 찾을 수 없어요. 생긴 것을 보면 계란말이, 계란찜에 가깝게
생겼어요.
튀니지 타진은 파슬리, 양파, 치즈, 고기 등을 계란에 섞어서 오븐에 구워서
만드는 요리에요. 모로코 타진은 찜 요리이지만 튀니지 타진은 구운 요리에요.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이렇게 타진이 튀니지에서 유독 다른 음식이 된 이유는 역사적으로 튀니지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 및 이탈리아와의 밀접한 왕래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원래
타진은 도기 냄비를 뜻하는 말이었고, 모로코와 알제리에서는 이것이 조리
방법이자 음식 이름으로 굳어졌어요. 하지만 튀니지는 16세기 후반부터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동지중해 및 오스만권에서 흔한 달걀료 재료를 묶어서
굽는 가정식 조리 방법이 널리 퍼졌어요. 여기에 이탈리아와의 밀접한 왕래로
인해 파스타, 치즈, 빵가루 같은 이탈리아 음식 문화의 재료와 기법이
유입되었어요. 여기에 튀니지는 굽기 문화가 발달하면서 오븐에서 달걀을
구워서 굳혀 내는 캐서롤형 요리가 타진이 되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튀니지 음식 중 모로코 및 알제리의 타진에 대응하는 음식이
여전히 있어요. 이 음식의 이름은 마르가 marqa, marga - 아랍어로는 مرقة 라고
해요. 아랍어로 مرقة 인데 '마르가'라고 하는 이유는 튀니지 아랍어 방언에서 q
발음이 g로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튀니지 음식만 먹어보고 모로코 음식까지 아는 척 하는지, 반대로
모로코 음식만 먹어보고 튀니지 음식까지 아는 척 하는지 검증할 때 타진에
대해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쿠스쿠스야 두 나라 모두 비슷하고 사람
입맛과 취향 차이가 있으니 구분이 어렵지만, 타진은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음식이거든요. 또한 타진은 튀니지 요리, 모로코 요리 둘 다 매우 유명한
요리라서 이걸 피하기는 어렵구요.
서울 튀니지 음식 맛집 꾸스꾸스의 타진을 먹기 시작했어요.
치즈향이 은은히 느껴지는 계란찜과 계란말이의 중간쯤 되는 맛
타진 맛은 매우 친숙한 맛이었어요. 계란물에 재료를 넣고 구운 음식이었어요.
기름지지 않은 계란말이 또는 구워서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 계란찜 같은
맛이었어요. 기본적인 맛은 너무 가까운 맛이었어요.
이렇게 매우 익숙한 맛에 외국 느낌이 나도록 만드는 것이 있었어요. 타진은
속에 치즈와 닭고기, 야채가 섞여 있었어요. 이 중 닭고기는 식감에서 차이를
만들고 있었어요. 한국에서 계란말이, 계란찜 만들 때 닭고기를 넣는 일은
없어요.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야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안 넣어요. 타진은
닭고기 결대로 찢어져 있었어요. 닭가슴살 같았어요. 닭고기 자체의 약간
고소한 맛도 있었지만, 맛보다 식감에서 더 특색있었어요. 식감에서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재미가 있었어요.
여기에 타진 속에는 치즈가 들어 있었어요. 치즈는 타진에 고소한 맛을
더해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치즈향 때문에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이 확
느껴졌어요. 치즈의 고소한 향이 이것은 외국 음식이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치즈가 들어갔지만 느끼하지는 않았어요.
타진은 소금을 뿌리지 않고 먹어도 맛이 괜찮았어요. 소금을 뿌리지 않고
먹으면 조금 싱겁기는 했지만, 대신에 각 재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튀니지안 세트C로 주문했기 때문에 타진과 더불어 쿠스쿠스도
있었어요. 타진만 계속 먹는 것이 아니라 쿠스쿠스의 반찬처럼 먹었기 때문에
소금을 안 뿌려도 맛있었어요. 나중에 소금을 조금 뿌려서 먹기는 했지만요.
소금을 뿌리자 맛이 더 좋아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맛과 향은 짠맛에 약간
묻혔어요. 그러니 타진을 먹을 때는 소금부터 치지 말고 일단 조금 잘라서 원래
맛부터 음미하는 것을 추천해요.
깔끔하게 잘 먹었어요. 그릇에 있는 덩어리 두 개는 뼈에요. 저건 인간이
씹어먹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쿠스쿠스와 타진을 먹는 동안 나이프는 아예 안
썼어요. 음식이 모두 부드러워서 나이프 쓸 일이 없었어요.
"여기 맛있다."
혼자서 튀니지안 세트C를 먹고 매우 만족했어요. 양은 1.5~1.8인분쯤
되었어요.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코스 요리 즐기듯 먹으면 다 먹을
수 있는 양이었어요. 튀니지안 세트C가 2인 세트이기는 했지만, 2인 세트
치고는 가격이 39000원으로 저렴해요. 음식은 튀니지 전통 빵, 훔무스, 타진,
쿠스쿠스가 나오는데요. 이유는 메뉴판을 보면 나와 있어요. 메뉴판을 보면
추가하기 좋은 메뉴로 슬라따, 브릭, 오짜를 추천하고 있어요. 즉, 두 명이
온다면 세트C에 슬라따, 브릭, 오짜 중 하나를 주문하면 적당할 거에요. 혼자
간다면 음식을 잘 먹는 사람일 경우 2인 세트로 주문해서 많고 여러 음식을
맛보는 게 낫구요.
한국에서 튀니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서울에 튀니지 음식 맛집인
꾸스꾸스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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