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교과서는 중학교 교과서 중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에요.
"책 좀 정리해야겠다."
방을 정리하던 중이었어요. 방에 책이 워낙 많이 쌓여 있어서 책을 정리해야
했어요. 책이 한두 권이 아니라 박스로 여러 박스였어요. 책을 어떻게든 줄여야
방이 정리가 되었어요. 책을 안 줄이면 방 정리를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항상 그 자리에서 멤돌 뿐이었어요. 방이 눈에 띄게 정리되는 걸
느끼려면 결국은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줄여야 했어요.
"책 박스 속에 있는 책 좀 정리할까?"
책 박스는 이미 한 번 뜯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마 반 박스 정도 버렸을
거에요. 10년 넘게 하나 둘 쌓인 책이라 버릴 것도 많았어요. 옛날에
공부한다고 구입했던 책 중 더 이상 필요없는 책도 많았어요. 전에 이사 올 때
책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그때 별로 버리지 않았어요. 거의 안 버리고 그대로
다 들고 왔기 때문에 버려야 할 책이 상당히 많이 있었어요.
원래라면 한 박스 훨씬 넘게 버리고 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혹시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어요.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못 버리고
있었어요. 그런 책들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어요. 굳게 다짐했어요.
책 박스를 다시 한 번 뜯었어요. 역시나 마찬가지였어요. 책을 버리려고
했지만 마음이 약해졌어요. 한때 추억이 있던 책들이라서 버리려고 하니 손이
안 나갔어요.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하고 다시 박스에 집어넣는
불필요한 책이 많았어요. 불필요하고 다 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버리지 못 하고 다시 박스에 집어넣었어요.
'종이야 언제든 버릴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망설이다가 결국 박스에 다시 집어넣은 가장 큰 이유는 종이는 언제든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종이는 재활용이에요. 게다가 종이는 내놓으면
금방 동네 폐지 주우시는 분들께서 주워가시곤 해요. 특히 책은 인기가 좋아요.
책은 부피 대비 무게가 많이 나가거든요. 그래서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망설이다가 다시 박스에 계속 집어넣고 있었어요.
"이게 있었네?"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가 있었어요.
"이게 언제 산 거야?"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를 꺼냇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 표지 앞면은 위와 같이 생겼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 표지 배경은 하얀색이에요. 여기에
작은 일러스트 그림들이 매우 많이 그려져 있어요.
'여백이 적고 복잡한 디자인인 것이 참 일본적이네.'
이 책을 구입했을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러나 2019년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그로부터 또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이 책 표지를 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한국과 일본의 디자인 차이 중 하나는 한국인들은 너무
복잡하면 정신없다고 싫어해요. 어느 정도의 여백의 미, 단조로운 공간을
상당히 중시해요. 반면 일본은 꽉꽉 채워놓는 디자인이 많구요. 일본 디자인을
보면 단조롭고 절제된 것들도 많지만, 여백 없이 복잡하게 꽉꽉 채워놓은 게
많아요. 반면 한국에서는 그런 디자인이 전혀 환영받지 못해요. 한국에서는
어떤 디자인이든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 뒷면은 위와 같이 생겼어요.
뒷면도 배경은 앞면 디자인과 같아요. 차이점이라면 중간 부분이 달라요.
앞면은 빨간 원에 세로로 긴 막대기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뒷면은 그냥 하얗고
둥근 여백으로 존재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를 구입했을 당시 가격은
3790원이었어요. 당시 영풍문고에서 구입했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 맨 첫 장 왼쪽 구석을 보면 위와
같은 '교과서 물려주기 기록표'가 있어요.
'교과서 물려주는 일이 있나?'
참고서는 물려받아서 쓰는 일도 있어요. 저도 어렸을 적에 그랬구요. 지금도
그러는 집이 있을 거에요. 교육과정이 같고 교과서가 변하지 않았다면,
깔끔하게 쓰면 물려받아서 쓰거나 중고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교과서를 물려받아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거의 못 들어봤어요.
이것은 예전에도 극히 드문 일이었어요. 게다가 교과서는 학교에서 수업이 있을
때마다 사용하다 보니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기 힘들어요.
목차는 위와 같이 생겼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에요.
등장인물은 일본인 여학생인 기무라 미사키와 기무라 미사키의 어머니인 기무라
다카코, 일본인 남학생인 스즈키 료, 일본인 선생님인 다카하시 지에, 한국인
여학생인 이진수, 한국인 남학생인 이민수에요. 이진수는 이민수의
누나에요.
그 다음에 본문이 시작되요.
재미있는 점은 본문 지문이 정형화되어 있는 읽기 지문 스타일이 아니에요.
물론 중학교 레벨에 일본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과서이기
때문인 점도 있겠지만, 여러 스타일의 지문들이 있어요. 짧은 짧은 회화 스타일
지문이 대부분이지만, 아닌 것들도 있어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의 문법 난이도는 초급 수준으로,
일본어 동사의 연용형 (連用形) て형까지 배워요. 교과서 지문상에서 미연형
ない형은 등장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부정문은 아직 반말로 못 해요.
그리고 중학교 과정이기 때문에 한자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아요. 학교
선생님에 따라 한자도 같이 배울 수 있기는 하겠지만, 교과서상에는 없어요.
사실 한국 교육은 교과서만으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꽤 있는 편이에요. 학습지
등 보조자료를 상당히 많이 이용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의 의욕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꽤 커요. 기초적인 한자를 학습지 등을 통해 가르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교과서에만 충실할 수도 있어요. 어쨌든 교과서에는 한자가 없기 때문에
교과서대로만 배운다면 일본어 한자는 안 배워요.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 삽화는 꽤 괜찮은 편이었어요.
삽화에도 꽤 신경 썼어요.
이 교과서를 보면 한국 제2외국어 교육에서 중요한 문제 두 가지를 알 수
있어요.
첫 번째로, 일본어는 한국인들이 매우 쉽게 배우는 언어에요. 중학교 수준이기
때문에 매우 쉽지만 그래도 일본어 동사의 연용형 (連用形) て형까지는 배워요.
교착어 중에서도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언어가 아닌 언어에서 이
문법에 맞먹는 레벨까지 배우기 위해서는 나름 공부 좀 해야 해요. 즉,
일본어는 한국인에게 확실히 쉬워요. 이는 제2외국어 선택은 일본어로 유독
몰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요. 학업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늘리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니까요.
두 번째로, 중학교 내신은 모든 과목이 똑같이 중요해요. 중학교 내신은 특정
과목 가중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도 무시할 수 없는 과목이에요.
한국 인문계 고교 진학률과 고교 평준화를 생각하면 치열하게 내신 관리할
필요가 있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어를 고등학교처럼 마구
외면할 수도 없는 과목이라는 말이에요.
이 둘이 합쳐지면 2010년대 수능 아랍어 광풍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중학교에서 생활외국어를 배우는데 거의 일본어를 배웠어요. 그러니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선택할 때 학습 부담이 적다는 이유와 중학교때
일본어를 배웠다는 이유로 일본어로 죄다 몰렸어요. 문제는 고등학교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시작하려면 이미 격차가 꽤 벌어져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모두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랍어로 급격히 쏠릴 수 밖에 없었어요.
프랑스어, 독일어 등은 외고 및 해외 체류자가 있는 데다, 이쪽은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변수거든요. 이로 인해 완전히 모두가 백지 상태인
아랍어가 기회의 땅이 되어버렸어요. 기존 지식은 하나도 도움 안 되고
글자조차 못 알아보게 생겼으니 천하제일찍기대회가 열리고, 한 글자라도 보면
그만큼 또 등급이 확 올라버리니까요.
그래서 이 당시에 다른 제2외국어에서 아랍어를 딱히 신경 안 쓰고 있었어요.
어차피 다 일본어라서 일본어와 아랍어의 대결이었으니까요. 아랍어 응시자가
줄어든다고 한들 자기들 언어에 이득이 될 리가 없었기 때문에 남의
일이었어요.
게다가 한국은 일본을 통해 한 차례 동양화가 이뤄진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서양 문화를 바로 직도입하는 일이 지금조차도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요. 직도입하더라도 결국 너무나 큰 문화 차이 때문에 널리 퍼지지 못
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을 들여다봐요. 그래서 일본어 학습 시장은
단순히 오타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상당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요.
단순 학습 교재로 봐도 천재교육 2013년 중학교 생활 일본어 교과서는 꽤 좋은
책이에요. 이는 일본어 학습 서적 시장이 다른 외국어보다 훨씬 크고 오래된
데다, 한국어와 문법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있어요. 이
때문에 교과서 자체의 질도 다른 공교육 외국어 교과서들에 비해 좋은
편이에요. 그림만 괜찬은 게 아니라 내용도 괜찮아요.
'너는 판단을 보류해야겠다.'
애초에 이 책은 제게 필요한 책은 아니었어요. 과거 교과서를 모을 때 한국의
외국어 교과서에 잠깐 관심이 생겨서 구입했던 것이었어요. 이 책에 있는
일본어 정도야 다 알고 있구요. 그래서 불필요한 책이지만, 나름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그냥 박스에 다시 넣어놓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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