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용산구 한강 다리 한강대교 새벽 풍경

한강대교 남단 교차로를 지나 한강대교를 걸을 차례가 되었어요. 한강대교를 걷기 전에 한강대교 건너면서 영상을 촬영할지 고민했어요. 매우 많이 고민되었어요.

한강대교는 매우 길다.

한강대교는 이름부터 '대교'에요. 즉, 길어요. 한강을 건너는 다리들은 한결같이 길어요. 다리 옆에 인도가 있기 때문에 걸어서 건널 수 있기는 하지만 걸어서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매우 길어서 운동 삼아서 걸을 게 아니라면 걸어가기 싫은 거리거든요. 게다가 한강 다리는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다리들도 아니에요. 차량이 많아서 시끄러워요.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며 좋은 점은 오직 두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운동이 되요. 길이가 길기 때문에 운동이 되고, 평평한 길을 쭉 걷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안 가요. 걷기 운동하기에는 참 좋은 길이에요. 두 번째는 걸으면서 한강 풍경은 원없이 봐요. 원없이 보는 정도가 아니라 질릴 때까지 본다고 해도 될 거에요. 한강 풍경을 보는 것은 좋지만 계속 한강 풍경만 보니까요. 잠깐 보면 좋지만 주구장창 한강 풍경만 보며 걸으니 다리 하나 다 건널 즈음에는 질리는 감이 있어요.

이 긴 한강대교를 영상 촬영하면서?
그것도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들고?

한강대교는 이쪽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건너가기 좋은 다리라고 추천한 다리였어요. 한강대교 중간에는 노들섬이 있어요. 그래서 한강대교 걷다가 노들섬 구경하고 돌아오면 운동도 되고 좋다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내가 숭실대 살 때 버스가 한강대교로 지나가지 않았나?'

숭실대입구에서 살았을 때 장을 보러 가끔 이마트를 가곤 했어요. 고등학교 동창 방에 쌀이 떨어지면 이마트로 가서 쌀을 사고, 그 외에 이것저것 바리바리 사서 돌아오곤 했어요. 숭실대입구에서 용산 이마트를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가야 했어요. 아마 그때 버스가 흑석동을 지나서 한강대교를 건너서 용산으로 갔을 거에요. 숭실대입구에서 용산 가는 길이 그렇게 되어 있거든요.

'이걸 촬영해, 말아?'

아주 예전에 마포대교를 심야시간에 건너면서 영상 촬영을 한 적 있었어요. 참 재미없었어요. 영상 촬영도 재미없었고, 촬영한 결과물도 재미없었어요. 영상 촬영이 너무 길어지니까 갈 수록 피곤했어요. 나중에는 무엇을 찍어야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갔어요. 영상 결과물도 마찬가지였어요. 참 재미없는 영상이었어요. 촬영하는 동안 재미없었다면 결과물도 매우 재미없을 확률이 아주 높아요. 영상 촬영하는 순간에 재미있어도 결과물이 재미없는 경우가 꽤 많은데 영상 촬영하는 순간에 재미없었으면 결과물이 어떻겠어요.

특히 다리는 변화랄 게 없어요. 그냥 앞으로 걸어가면서 찍어요. 아무리 뱅뱅 돌고 별 짓 다 하려고 해도 크게 바뀌는 게 없어요. 게다가 한강에 있는 다리는 길어서 그렇게 인위적으로 변화를 만들며 볼 만한 영상을 만들기 어려워요. 시간은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도 꽤 받지만 정작 결과물은 재미없음. 마포대교에서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다지 내키지 않았어요.

'고민되네.'

빨리 결정해야 했어요. 어쨌든 반드시 건너야할 한강대교였어요.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

찍는다면 약 20분 동안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들고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함.
안 찍는다면? 언젠가는 결국 찍으러 오지 않을까?

언젠가는 결국 찍으러 오지 않을까...

미래에 고통받을 바에는 지금 찍고 치워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한강 다리도 하나씩 건너는 영상을 촬영하면 영상을 여러 개 촬영할 수 있어요. 한강 다리도 촬영하기는 해야 했어요. 그렇다면 이왕 한강대교 온 김에 한강대교를 끝내는 것이 좋았어요. 그러면 마포대교, 한강대교는 촬영을 한 번씩 하는 것이었어요.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잡았어요. 영상 촬영 버튼을 눌렀어요. 한강대교를 걷기 시작했어요.




올림픽대로에는 출근하는 차량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한강대교를 걸어가다가 SOS 생명의 전화를 발견했어요. 한강 다리에 있는 생명의 전화는 수화기를 들기만 해도 바로 신고가 들어가고 구급대원이 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난으로라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전화기에요.




한강대교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3가와 동작구 본동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에요. 한강대교는 총연장 1,005m, 폭 37m인 다리에요. 한강대교는 한강 위에 설치된 최초의 인도교에요. 여기에서 '인도교'란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도록 놓은 다리라는 의미에요.

한강대교는 노들섬 가운데를 관통해서 지나가요. 그래서 노들섬으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한강대교를 걸어가야 해요.

한강대교는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다리에요. 한국전쟁 초기 국군이 급히 한강 인도교 폭파한 사건이 있었어요. 바로 그 한강 인도교가 바로 오늘날 한강대교에요.




'벌써 끝났나?'

육지가 나왔어요. 순간 한강대교가 끝난 줄 알았어요.

'한강대교 짧은데? 조금 더 찍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10분 찍은 영상 송두리째 날려먹을 뻔 했습니다.




한강대교 중간에 나온 육지는 노들섬이었어요. 뭔가 이상해서 그냥 계속 촬영한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만약 영상을 꺼버렸다면 망했을 거였어요.




노들섬을 지나자 용산구가 시작되었어요.




용산이 진짜 용 되었어?

용산구는 정말 많이 변한 곳이에요. 전설의 '손님 맞을래요'로 유명한 용산 전자산가 용팔이 서식처와 짝퉁 사러 왔다고 하면 지하로 끌고 가서 강매하던 이태원 양아치들의 서식처로 유명했던 용산구에요. 여기에 주한미군 부대도 있고 국방부도 있어서 개발제한이 심하게 걸린 지역이기도 했구요. 용산구 자체가 산지가 많아서 달동네가 꽤 많은 동네였어요. 그 유명한 한남동 달동네가 바로 용산구에요. 용산역 바로 앞에는 커다란 홍등가가 있었구요. 서울에서 매우 유명한 거울방식 홍등가가 청량리, 영등포, 천호동, 그리고 용산역이었어요. 미아리는 유명하고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거울방식 홍등가는 아니에요.

하지만 용산구는 과거에는 대표적인 서울의 빈촌이었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부촌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여전히 낙후된 곳이 많기는 하지만, 용산구를 낙후된 지역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청년층에는 그렇게 많지 않을 거에요.




드디어 한강대교를 다 건넜어요. 20분 걸렸어요. 꽤 길었어요.




"한강대교 다 찍었다!"

숙제 하나를 해치운 기분이었어요. 속이 시원했어요. 중간에 노들섬에서 순간 착각해서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잘 넘겼어요. 마포대교 걸었던 경험이 도움되었어요.

아래 영상은 이때 촬영한 한강대교 새벽 풍경이에요.




어느덧 아침이 되었어요. 아침은 용산구에서 맞이하게 된 2023년 9월 15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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