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숭실대입구역에 있는 상도전통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을
마쳤어요. 여기에서 다시 방향을 정해야 했어요. 첫 번째 방향은 숭실대학교
쪽으로 가는 것이었고, 두 번째 방향은 흑석동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물론 둘
다 가는 방법도 있었어요.
'흑석동으로 바로 넘어갈까?'
숭실대학교 쪽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촬영한 후에 흑석동으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숭실대학교 쪽을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상도전통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어요. 만약 상도전통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다면 숭실대학교 쪽으로 가서 동네를 더 돌아보기로 했을 거에요.
그런데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흥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 동네 촬영할 것도 없잖아.'
상도전통시장 심야시간 풍경 영상 촬영에서 재미를 별로 못 느끼자 생각이
'숭실대 근처는 그렇게 재미있게 촬영할 것이 없다'로 나아갔어요. 숭실대학교
근처는 제가 오래 전에 잠시 살았던 동네였어요. 그 당시 기억에 의하면 그
동네는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는 곳이었어요. 가서 촬영할 만한 것이 딱히 있는
곳이 아니었어요. 그냥 사람 사는 평범한 동네였어요.
'숭실대학교 입구 하나 찍고 가는 건 무의미하잖아.'
숭실대학교 캠퍼스 전체를 다 돌아다니며 촬영하는 것은 절대 무리. 그러면
숭실대학교를 몇 개로 잘라서 촬영해야 할 거였어요. 숭실대학교 근처에서
살았던 적은 있지만, 숭실대학교는 잘 몰라요. 기억나는 거라고는 거기에
운동장이 있어서 친구와 한 번인가 두 번 운동하러 갔던 적이 있었어요.
숭실대학교에서 무엇을 찍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우 작아서
아주 빠르게 찍고 나올 곳은 아닐 거였어요.
제가 숭실대학교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은 숭실대학교 가서 촬영할 만한
특별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대학교 건물들 하나씩 다 찍을 것도
아니구요. 그러면 기껏해야 더 걸어가서 숭실대학교 정문이나 촬영하고 오는
것일 텐데,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었어요. 나름 대학교 정문
촬영했다고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촬영하는 재미도 없고 촬영 결과물도
재미없을 거였어요.
흑석동으로 바로 가자.
흑석동으로 바로 가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어요. 흑석동 가서 촬영할
것 찾아서 촬영한 후에 노량진으로 넘어가는 것이 훨씬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었어요.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러 나왔기 때문에 어둠이 있을 때
돌아다녀야 했어요. 별로 촬영하고 싶은 생각도 안 드는 곳 가서 재미없는 영상
촬영할 바에는 빨리 흑석동으로 넘어가서 흑석동에서 촬영할 만한 것을 찾아서
촬영한 후 노량진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어요.
'여기에서 흑석동 어떻게 가야 하지?'
숭실대입구 근처에서 살 때 흑석동은 걸어서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흑석동 자체를 버스 타고 스쳐간 게 전부였어요. 지도에서 흑석동을
찾아봤어요. 흑석동이라고 하면 범위가 너무 막연하기 때문에 중앙대학교로
검색했어요. 가는 길이 있었어요.
"지도 보면서 가야겠네."
지도를 보면서 흑석동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왜 걔는 흑석동 놀러가자는 말은 단 한 번도 안 했을까?'
숭실대입구 근처에서 자취하던 고등학교 동창과 같이 살 때였어요. 고등학교
동창과 택시 타고 신림으로 넘어가서 놀다 돌아온 적은 여러 번 있었어요.
그렇지만 흑석동, 노량진으로 넘어가서 놀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노량진은 이해해요. 둘 다 주머니 사정이 매우 가벼워서 노량진 가서 회 먹을
사정이 되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 당시는 아직 공무원 열풍이 크게 불기
전이라서 노량진 상권이 놀기 매우 좋아지기 전이었어요. 그래서 노량진으로
놀러간 적은 없었어요. 노량진 상권보다 신림 상권이 훨씬 더 큰 것도 있구요.
어차피 같은 차비 들여서 갈 거라면 노량진보다 신림 가는 게 훨씬 더
나았어요.
흑석동은 중앙대학교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니 놀 건 별로 없을
거였어요. 하지만 한 번 쯤은 운동 삼아서, 그리고 산책하러 가자고 할 법도
했는데 단 한 번도 흑석동 가자고 한 적은 없었어요. 흑석동과의 인연은
과거에도, 이때도 없었어요.
지도를 보면서 길을 걸어갔어요.
왜 그때 걔가 흑석동 가자는 말 안 했는지 알겠다.
흑석동 가는 길은 심심하면서 힘든 길이었어요. 상도동에서 흑석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달산 근린공원 쪽으로 가야 했어요. 이 길이 고갯길이었어요.
풍경이 좋은 것도 아니고 공기가 좋은 것도 아니었어요. 어두침침한
길이었어요. 굳이 여기로 걸어가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왠지 중앙대학교
학생들도 이 길로 걸어다니지는 않을 거 같았어요. 중앙대학교 학생들이 장
보러 상도시장으로 올 리가 없었어요. 중앙대학교 근처에는 흑석동 재래시장인
흑석시장이 있으니까요.
오르막길을 걸어올라가는 중이었어요. 조그마한 공원이 하나 나왔어요.
"여기 무슨 놀이터야?"
지도에서 공원 이름을 찾아봤어요. 공원 이름이 있었어요. 꿈동산
어린이공원이었어요.
"여기는 위치가 어디라고 설명해야 하지?"
주변에 유명한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유명한 것은 없었어요. 아파트가
있었어요. 상도패리스아파트였어요.
"여기 영상 한 번 찍어봐?"
꿈동산 어린이공원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면 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빛과 어둠의 세계가 갈라졌습니다.
공원 입구와 공원 내 금지행위 안내 표지판을 경계로 밝은 세상과 어두운
세상이 갈라지고 있었어요. 위 사진은 제가 노출 보정을 조금 한 거에요.
실제로는 매우 깜깜했어요.
영상 촬영을 위해 조심스럽게 걸으며 공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렇게 보니까 무슨 깊은 숲 속 마녀의 집 같네.'
너무나 평범한 미끄럼틀. 하지만 심야시간에 영상 촬영하면서 꿈동산
어린이공원 미끄럼틀을 보자 매우 다르게 보였어요. 동화책에 나오는 깊은 숲
속 마녀의 집처럼 보였어요. 이때는 초가을이라서 귀뚜라미가 우렁차게 울고
있는 밤이었어요. 귀뚜라미 소리가 미끄럼틀을 더욱 마녀의 집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어요.
'이거 영상 촬영 무지 재미있는데?'
낮에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놀이터이지만, 심야시간에 영상 촬영을 하자 완전히
달라보였어요. 위험할 것 하나도 없고 매우 안전한 곳이지만, 느낌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어요. 제가 지금 서울에 있는 것인지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인지 모를 영상이 촬영되고 있었어요.
'이런 아무 것도 아닌 놀이터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속으로 깔깔 웃었어요. 평소에는 그 누구도 이 놀이터를 주목하지 않을
거였어요. 주목할 곳도 아니었구요. 흔한 놀이터 1에 불과한 곳이었어요.
그렇지만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하면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변신했어요.
이거 괴물 아님.
흔해빠진 운동기구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패리스아파트 꿈동산 어린이공원은 매우 작은
공원이었어요. 운동기구도 몇 개 없었어요. 별 거 아닌 운동기구도 이렇게
심야시간에 영상 촬영하면서 보자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두 팔을 휘휘
젓고 있는 정체 불명의 괴물처럼 촬영되었어요.
군대에서 경계근무 설 때 한 곳만 너무 오래 보지 말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군대에서 경계근무 설 때 한 곳만 너무 오래 보지 말라고 해요. 왜냐하면 한
곳만 너무 오래 보다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슬슬 이상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거든요. 이 기구도 만약 계속 가만히 보다 보면 이 기구가 진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아래 영상은 이때 촬영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패리스아파트 꿈동산
어린이공원 심야 풍경 영상이에요.
"너무 재밌네."
영상 촬영을 마치고 낄낄 웃었어요. 아무 것도 아니고 흔한 놀이터가 이렇게
영상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될 수 있어요. 군대에 괜히 괴담이 많은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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