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염천교 수제화 거리

서울 종로 광장시장 먹자골목 심야 풍경 촬영을 마치고 계속 걸었어요. 종각을 지나서 계속 걸었어요. 슬슬 동이 트고 있었어요. 발 가는 대로 걸었더니 광화문까지 왔어요. 광화문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했어요.

홍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시청으로 갈 것인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갈 만한 곳은 크게 두 곳 있었어요. 갈 만한 곳이라는 표현보다는 습관적으로 가는 곳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거에요. 평소에 심야시간에 서울을 돌아다니며 잘 가는 방향은 홍대입구로 가는 길이었어요. 종로를 따라서 쭉 걸어서 직진한 후, 계속 직진하면 충정로역, 신촌, 이대를 지나 동교동까지 갈 수 있어요. 동교동 삼거리가 홍대 번화가의 끝자락이에요. 보통은 이 방향을 걸어서 홍대입구로 가서 거기에서 다시 홍대 번화가를 갈지 경의선 철길공원과 연남동을 돌아볼지, 아니면 둘 다 돌아볼지 결정하곤 했어요.

'동 트는데 홍대쪽은 재미없지 않나?'

광화문에서 홍대입구까지 걸어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였어요. 홍대입구 도착하면 동이 다 터서 아침 풍경일 거였어요. 아침 풍경 촬영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요. 이날 촬영하고 싶은 건 심야시간 풍경이었지, 아침 풍경이 아니었거든요.

'시청 쪽으로 가?'

시청 쪽으로 간다면 시청 쪽에서 어디까지 갈 지를 다시 정해야 했어요. 시청 쪽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여러 곳 있거든요. 크게 보면 명동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고,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 있어요.

'시청 쪽으로 가자.'

홍대입구까지 가기 귀찮았어요. 가봐야 동이 터서 영상 촬영해봐야 별로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청 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시청 쪽으로 간 후, 서울역 쪽으로 갔어요. 중림시장을 대충 둘러봤어요. 중림시장은 없어진다고 했었는데 이 지역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아직도 여전히 이른 새벽에 열리고 있었어요. 중림시장은 서울에서 새벽부터 아침까지 잠깐 열리는 시장이에요. 그래서 아침 10시에 가도 볼 게 별로 없고, 그보다 훨씬 이전에 가야 하는 시장이에요.

그리고 중림시장은 한겨울 한파가 찾아오면 기자들이 모닥불에 불 쬐는 상인들의 손 사진을 촬영하러 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해요. 대체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한파에 모닥불에 불 쬐는 상인들 손 사진을 촬영하러 왔으면 중림시장 가서 사진 찍고 있으면 상인들이 기자냐고 물어볼 정도에요.

첫 차가 다니는 시간이 넘었어요. 지하철역으로 간다면 의정부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동대문에서 시작해서 신당동을 둘러본 후 종로를 다 걸어서 서울역 넘어 중림시장까지 왔으니 참 많이 걸었어요.

'돌아가야겠다.'

의정부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은 아니었어요. 의정부가 아니라 시청 쪽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이었어요. 서울역 뒷편 중림동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면 공덕, 마포로 갈 거였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더 걸어가면 여의도가 나오고, 여의도에서 더 걸어가면 노량진, 영등포가 나와요. 공덕, 마포 방향으로 걸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서울 횡단을 목표로 걷는 것도 아니었고, 서쪽으로 가면 갈 수록 의정부로 돌아가기 힘들어지거든요. 게다가 저는 1호선 근처에서 놀아야 집으로 돌아가기 좋았어요.

왔던 길을 그대로 걷지 않고 정말 어쩌다 가는 다른 길로 걸어서 시청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매미도 잠에서 깨어났네."

늦여름이자 이른 초가을. 동이 텄다고 매미가 울고 있었어요.

'여름도 끝나가네.'

지금 들리는 매미 소리는 2023년 마지막 매미 소리일 수도 있었어요. 본격적인 가을이 되면 매미 소리는 사라질 거니까요.

매미 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염천교 수제화 거리까지 왔어요.




"이건 의자야, 재떨이야?"

얼핏 보면 재떨이처럼 생겼어요. 그렇지만 재떨이는 아닌 것 같았어요. 재떨이라고 보기에는 상판 목재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고, 방염처리도 전혀 안 되어 있는 것 같았어요.

'의자인가?'

의자라고 보기에는 여기에 앉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매미 소리와 자동차 달리는 소리만 가득했어요. 수제화 가게들은 모두 문이 닫혀 있었어요. 이상할 것 없었어요. 오히려 이 시각에 문이 열려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어요.




'여기는 불 켜져 있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불이 켜져 있는 가게가 한 곳 있었어요. 여기도 가게 문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불만 켜져 있었어요.

'수제화 가게 하나는 제대로 찍고 가네.'

새벽 시간이라서 염천교 수제화 거리 영상을 촬영하기는 하지만 문 닫힌 가게만 촬영하고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가게 한 곳은 가게 문은 닫혀 있었지만 불이 켜져 있었어요. 그래서 수제화가 진열되어 있는 가게 모습을 하나 촬영할 수 있었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홈페이지가 있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 역사에 의하면 여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 거리라고 해요. 1925년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곳이라고 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일본의 구두 제작 기술 전파의 거점이었다고 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분들이 일본인들로부터 수제화 제작 기술을 배웠고, 일본의 앞선 기술들을 계속 도입하며 발전해나갔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수제화 만드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수제화 가게를 차리며 여기저기 많이 퍼졌구요.

인터넷에 나와 있는 다른 자료들까지 보면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1945년 해방 이후 미군들의 손상된 미군 군화를 구매해서 국군 군화 및 다양한 구두로 재탄생시켜서 판매했다고 해요. 이 당시에는 구두가 귀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미군 군화를 수선해 재판매해서 파는 장사가 잘 되었고, 이를 통해 획득한 수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수제화 공장이 성수동으로 이전했고, 2000년대부터 저가 중국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현재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는 구두 매장이 25곳 있고, 공장이 50여곳 있다고 해요. 공장과 함께 운영하는 매장은 25여개, 구두 부자재상은 30여개 정도 있구요. 총 130개 매장이 있다고 해요.




뒤를 돌아봤어요. 매미 소리는 매우 우렁찼어요. 여름의 끝자락이었어요. 매미들이 잘 가라고 울고 있었어요.

아래 영상은 이때 촬영한 염천교 수제화 거리 새벽 풍경 영상이에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는 스마트폰으로 서울역을 촬영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 끝자락에 다리인 염천교가 있어요. 염천교 위에서 서울역을 바라보면 서울역의 넓고 많은 철로를 시원하게 볼 수 있어요.

다리 위에 안전 철망이 쳐져 있기 때문에 렌즈가 큰 일반 카메라로는 촬영하기 별로 안 좋아요. 렌즈가 매우 작은 스마트폰으로는 철망이 안 찍히면서 서울역과 서울역 철로를 촬영할 수 있어요. 단, 철망이 쳐져 있기 때문에 철망에 닿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해요.

염천교 수제화 거리 근처에는 숭례문과 남대문시장이 있어요. 남대문시장과 중림성당이 있는 중림동을 같이 볼 거라면 염천교 수제화 거리를 지나가면서 구경하며 가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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