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려가자."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63나길 촬영을 마쳤어요. 다음에 촬영할 길은
종로63가길이었어요. 종로63가길은 숭인동아파트에서부터 연남빌딩까지
이어지는 길이었어요. 이 길도 경사가 꽤 있는 길이었어요. 저는
숭인동아파트에서 출발할 것이었기 때문에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가야
했어요.
'이거 나중에 글 쓸 때 고생하는 거 아냐?'
나중에 글 쓸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길을 연속으로 계속 가는 것보다는 끊어서
가는 것이 더 좋았어요. 길을 연속으로 쭉 걸어가면 할 말이 별로 없거든요.
가는 길 걸어가는 거니까요. 동네마다 글 쓸 것이 있기는 하지만, 동네 안에
있는 길마다 글 쓸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제가 살았던 곳이라면 제 추억이
있으니 추억을 이야기하면 되요. 하지만 제가 안 살아본 동네는 추억 이야기할
것도 별로 없어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은 제가 별로 많이 다녔던 동네가 아니에요. 그나마
숭인동에서 제가 가끔 가는 곳은 종로 남쪽이었지, 북쪽이 아니었어요. 북쪽은
낙산묘각사 가본 것이 거의 전부였어요. 종로 북쪽 숭인동 지역에서 갈 만한
곳이라고는 낙산묘각사 하나 있는데, 낙산묘각사도 그렇게 엄청나게 크고 볼
것이 많은 절이 아니에요. 낙산묘각사를 갔던 것도 서울의 절을 찾아다닌다고
서울을 돌아다닐 때 갔었어요. '서울에 있는 절'이라는 이유 때문에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숭인동아파트를 향해 걸어올라가면서 고민했어요. 후에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63가길 글을 쓸 때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머리 속에 떠오르는 내용이
없었어요.
힘들다?
다른 곳을 한참 돌아다닌 후 이쪽에 왔다면 힘들었을 거에요. 그런데 여기부터
왔어요. 안 힘들었어요. 길도 험한 길을 마구 치고 다닌 게 아니라 잘 포장된
길을 걷고 있었어요. 단지 경사가 조금 심할 뿐이었어요. 길이 정말 험한 곳을
가려면 아주 짧은 달동네 길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길은 길 이름이 제대로
없어요. 그쪽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했어요. 어쨌든 제목을 제목답게 붙여야
하니까요.
경치가 좋다?
이쪽은 경치가 좋은 곳은 아니에요. 경치를 보려면 숭인동이 아니라
이화동으로 가야 해요. 이화동이 이화동 벽화마을이 있고, 낙산공원이 있어서
경치 감상하기 좋거든요. 이화동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이 아름다워요.
창신동에서 바라보는 서울 풍경은 조금 답답해요. 답답한 서울 풍경을 촬영하고
싶다면 창신동, 예쁜 서울 풍경을 촬영하고 싶다면 이화동으로 가요. 숭인동은
경치가 시원하게 잘 보이는 곳이 아니었어요. 숭인근린공원까지 올라가서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숭인근린공원까지 올라갈 생각은 없었어요. 지금
이것도 귀찮음 무릅쓰고 나온 건데요.
재개발 이슈?
정말 쓸 거 없다면 마지막 비장의 카드 재개발 이슈 카드가 있어요. 숭인동도
재개발 이슈가 있기는 할 거에요. 그런데 재개발 이슈조차 숭인동보다는
창신동이 더 유명하고 많아요. 이런 쪽으로 글을 쓸 거라면 창신동을 갔었어야
했어요. 참고로 창신동 달동네는 몇 번 가보기는 했지만, 여태 창신동 달동네
글을 제대로 안 썼어요. 창신동은 길이 매우 복잡해서 제대로 다 돌아다니려면
시간 꽤 걸려요. 그래서 귀찮아서 안 갔어요.
이놈의 귀찮음.
숭인동아파트로 걸어올라가면서 제가 참 이것저것 많이 귀찮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만약 제가 매우 부지런했다면 다양한 소재로 글을 더욱
많이 썼을 거에요. 그런데 순도 100% '귀찮음' 때문에 글을 안 썼어요. 심지어
돌아다녀본 곳 조차요.
'이 동네는 진짜 할 말이 없네.'
나중에 글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보니 할 말이 참 안 떠올랐어요. 이럴 때는
길을 연속적으로 촬영하는 것보다 끊고 다른 곳 가서 촬영하는 것이 좋았어요.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귀찮아.
나중에 종로63가길 하나 촬영하러 여기 다시 올 생각을 하니 그건 아니었어요.
게다가 다른 곳으로 가려면 결국 종로63가길을 걸어내려가야 했어요. 귀찮음이
도움될 때도 있어요. 바로 이 순간처럼요. 부지런하다면 종로63가길은 다음에
촬영하기로 하고 돌아가서 글 쓸 것을 고려해서 다른 곳으로 조금 멀리
이동했을 거에요. 하지만 다음에 다시 오기 귀찮아서 바로 이어서 촬영하기로
했어요.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다시 와서 촬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멀고도 먼 미래. 한동안은 이 길을 촬영하러 여기 다시 안 올
거에요.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63가길 밤 풍경 영상 촬영을 시작했어요.
숭인동아파트에서 시작했어요.
조금 걸어내려가자 이름없는 골목길이 나왔어요.
'여기만 따로 촬영해도 예쁘기는 하겠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영상을 촬영하면 꽤 괜찮은 영상이 촬영될 거 같았어요.
길이 매우 짧기 때문에 영상이 너무 짧게 나올 수 있지만, 그건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거리를 2배로 만들면 약간은 해결될 거였어요. 대신 제가 힘들죠.
괜찮아요. 원래 정 안 되면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요.
아직은 심야시간이 아니라서 조그만 슈퍼마켓이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여기는
지대가 높고 경사도 있는 지역이라서 자잘한 것들은 잘 팔릴 거
같았어요.
아까 숭인동1길을 걸어서 올라올 때 마지막 지점이었던 곳까지 내려왔어요.
아직 많이 내려가야 했어요. 종로63가길은 종로63나길과 달리 길었어요. 분량
걱정 하나도 안 하고 걸어도 되는 길이었어요. 오히려 길이 길기 때문에 빨리
빨리 길을 걸으며 촬영해야 했어요. 길이 긴데 너무 질질 끌면 제가 봐도 무지
재미없고 지루한데 시간만 잡아먹는 영상이 되거든요.
또 다시 나온 구멍가게.
아까와 다른 구멍가게였어요. 여기는 슬슬 가게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시원하게 쭉쭉 걸어내려갔어요. 길이 미끄럽지 않았다면 달려서 내려갔을
거에요. 길바닥이 젖어 있어서 조금 미끄러웠어요.
촬영 중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나도 다치고 카메라도 다치는 일타쌍코피.
언제나 안전제일이에요.
종로63가길을 다 걸어서 내려왔어요.
아래 영상은 이때 촬영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63가길 밤
풍경이에요.
서울 종로구 숭인동 종로63가길 밤 풍경 영상은 촬영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촬영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이 여러 곳 있었어요. 길바닥이 젖어 있어서 조금
미끄럽기는 했지만,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지루한 구간은 빠르게 쭉쭉
지나가며 촬영하기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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