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난계로27길과 난계로28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였어요. 목적지는
난계로28길 끝에 있는 성북천이었어요. 난계로28길은 성북천에서 끝나요.
난계로28길 성북천 끝자락에서부터 서쪽으로 길을 걸어가면서 영상을 촬영하며
동묘앞역 쪽으로 갈 계획이었어요.
'저기 공원 있네?'
난계로28길을 따라서 걸으며 서울풍물시장 근처로 왔을 때였어요. 공원이 하나
있었어요.
'저 공원도 촬영할까?'
공원을 바라봤어요. 공원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추운 겨울밤인데
공원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신기했어요. 이쪽은 밤에 유동인구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동대문 상권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동대문
상권과 연결되는 곳이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이쪽에 외국인 상대로 하는
숙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역병사태 이전에는 이 주변에 외국인들이
꽤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구요.
'요즘 다시 외국인들 이쪽으로 많이 오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중국인 관광객은 뚝 떨어졌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었어요. 원화가 엔화에
비해 매우 비쌀 때에 맞춰서 일본인들이 몰려오는 게 얼핏 보면
이상해보이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엔화 자체가 크게 하락하자 멀리
해외여행 가던 일본인들이 그나마 저렴한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해요.
그래도 저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닙니다.
공원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니었어요. 일본인들은 이쪽으로 잘
안 와요. 그리고 딱 봐도 일본인처럼 생기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중국인처럼
생기지도 않았어요. 영락없는 한국인 커플이었어요.
'여기 놀러왔나? 아니면 여기 주민인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사람이 있을 때는 영상 촬영하기 조금 그래요.
'이따 돌아오다가 촬영해야겠다.'
돌아올 때도 사람들이 놀고 있다면 그때는 그냥 촬영하기로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이따 기회가 한 번 더 있기 때문에 일단 그냥 지나가기로 했어요. 이따
돌아올 때 촬영해도 되었어요. 지금이나 이따가나 둘 다 똑같은 캄캄한
밤이었어요. 고작 그 사이에 갑자기 동이 틀 리 없었어요. 아직 자정도 안
되었는데 무슨 동이 터요. 갑자기 우리나라에 백야 현상이 찾아오면 그 전에
우리들 모두 다 죽어 있어요.
지구 자전축이 갑자기 휙 틀어져서 고작 성북천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백야현상이 시작될 리 없었기 때문에 이따 돌아올 때 공원을 촬영하기로
했어요. 성북천으로 가서 다시 되돌아오며 난계로28길 심야시간 풍경 영상을
촬영했어요. 난계로28길 심야시간 풍경을 촬영하다가 아까 봤던 그 공원 앞까지
왔어요.
'저건 따로 찍자.'
아주 잠깐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난계로28길 밤 풍경 영상 촬영하는 김에
공원도 같이 묶어서 한 영상으로 촬영할지 생각했다가 바로 접었어요. 공원까지
영상에 집어넣으면 영상이 너무 길어질 거였어요. 재생 시간 긴 영상은 남들은
둘째치고 당장 저도 보기 싫어해요. 제가 촬영한 영상도 재생 시간이 너무 길면
잘 안 보려고 해요. 그래서 웬만하면 영상 한 편 길이가 10분은 안 넘기도록
하고 있어요. 공원까지 간다면 영상 길이는 10분이 넘을 거였어요. 굳이
묶어야할 이유도 없었고, 묶어봐야 영상만 10분이 넘어갈 거였기 때문에 따로
촬영하기로 했어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난계로28길 촬영을 마쳤어요. 아까 봤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이 공원 이름 뭐지?"
지도에서 공원 이름을 찾아봤어요. 이름이 있는 공원이었어요.
우산각어린이공원이었어요.
"여기 촬영하고 난계로27길 가야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천호대로4길 우산각 어린이 공원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눈사람 있다.'
누가 공원 입구에 눈사람을 만들어서 세워놨어요.
2024년 1월 11일, 밤 기온은 따스했지만 아직 눈은 다 녹지 않았어요.
눈사람은 공원 입구를 지키고 있었어요.
우산각 어린이 공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공원 한가운데에는 미끄럼틀이 있었어요. 전형적인 조그마한 놀이터였어요.
요즘은 '놀이터'라고 하지 않고 '어린이공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곳들이 여러
곳 있어요. '어린이공원'이라는 이름을 보면 놀이터라고 여기면 되요.
우산각어린이공원 안을 계속 돌아다녔어요.
'왜 초가집이 있지?'
우산각어린이공원 안에는 초가집 모형이 있었어요.
'여기는 제기동이 아닌데?'
제기동이라면 이해해요. 제기동은 서울에서 가장 큰 한약시장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는 제기동이 아니라 신설동이었어요.
'서울풍물시장 때문인가?'
영상 촬영을 마친 후 공원을 더 돌아다니가 여기 이름이 왜 '우산각' 어린이
공원이고, 어째서 초가집이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우산각 어린이 공원에는
공원 이름 유래가 있었어요.
조선 세종 시절, 정승 하정 유관은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다고 해요. 유관은
매우 검소하게 생활했기 때문에 겨우 오두막직 한 채를 구해서 거주했대요.
유관이 거주한 오두막은 비가 오기만 하면 지붕에서 빗물이 새어서 유관은
우산을 받치고 책을 읽었다고 해요. 이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유관의 집을
우산각이라고 불렀고, 신설동과 보문동 사이에 걸쳐 있던 마을을
우산각골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우산각 어린이 공원의 초가집은 유관의 집 모형이었어요.
아래 영상은 이때 촬영한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천호대로4길 우산각 어린이
공원 영상이에요.
영상 촬영을 마치고 다시 난계로28길 끝을 향해 걸어갔어요. 다음 길을
촬영하러 가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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