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동 신포역 동인천역 맛집 신포국제시장 신포닭강정 본점

인천의 대표 음식은?

계획에 없던 인천 여행을 왔다. 원래 계획은 서울역에서 인천역까지 전철 지상 구간 주행 영상을 촬영하고 바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막상 인천역에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인천이 의정부에서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매우 귀칞은 곳인데 인천역 와서 인천역만 찍고 바로 또 전철 타고 의정부로 돌아가려고 하자 교통비가 아까웠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오랜만에 인천 좀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인천역에서 내려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차이나타운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시식용 공갈빵을 받아먹고 걷다가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돌아와서 깨진 공갈빵 봉지를 구입해서 들고 다니며 먹으면서 걸어다녔다. 인천 차이나타운 근처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게들은 과거에 못 봤던 곳들이 생겼지만, 그것 외에는 변한 곳이 없었다. 사실 동네 풍경은 기존 건물을 완전히 철거한 후 새로 지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지 않은 한 잘 변하지 않는다.

"송월동은 많이 바뀌었을 건가?"

인천 차이나타운 근처에는 송월동 벽화마을이 있다. 송월동 벽화마을은 아주 오래 전에 가봤었다. 송월동 벽화마을이 제대로 다 조성되지 않았을 때였다. 송월동 벽화마을로 갈지 잠시 고민했다.

"송월동 벽화마을은 나중에 가자."

인천은 의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오 즈음에는 출발해야 느긋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고, 저녁이 가까워지면 돌아올 때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가기 힘든 곳이다. 그래도 전날 가겠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날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송월동 벽화마을을 간다면 다른 곳은 저녁 늦게까지 놀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포기해야 할 거였다.

"오늘은 얌전히 인천 구시가나 돌아다니자."

송월동 벽화마을이 아니라 동인천역 쪽으로 가기로 했다. 동인천역 쪽으로 가면 인천 개항장 거리가 있고, 개항장 거리를 따라서 쭉 걸어가면 신포국제시장까지 이어진다.

"인천 왔으니까 신포닭강정 한 번 먹어봐야지."

신포닭강정은 진짜 예전에 먹어봤다. 몇 년 전 일이었다. 올해 초에도 인천에 온 적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닭강정을 먹지 않았다. 그때 왜 안 먹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같이 온 사람이 닭강정을 먹기 싫다고 해서 안 먹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때 하필 닭강정을 실내에서 먹을 수 없어서 못 먹었을 수도 있다. 인천역 오면 신포닭강정을 가서 닭강정을 먹곤 했지만, 올해초에 정말 오랜만에 인천역 왔을 때는 못 먹고 갔다.

"공갈빵은 그만 먹자."

공갈빵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공갈빵은 먹어도 먹어도 끝나지 않았다. 신포국제시장까지 계속 공갈빵을 먹으며 갔다가는 신포닭강정 본점 도착했을 때 공갈빵 때문에 배불러서 닭강정을 못 먹을 것 같았다.

인천역에서 신포국제시장 가는 길은 지도 보며 찾지 않아도 쉽게 갈 수 있었다. 길 자체도 단순하고, 이 길은 몇 번 걸어본 적이 있어서아는 길이었다. 어렵지 않게 신포국제시장으로 갔다.

"한산하네?"

신포국제시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아마 평일이라서 그럴 거였다. 주말이 되면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일 거였다. 인천역은 차이나타운과 월미도 가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다. 인천역에온 김에 신포국제시장 와서 닭강정 사가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건 방학, 주말 이야기고, 9월 평일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9월 평일이었기 때문에 학교, 직장 가지 않고 인천 신포국제시장 와서 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신포국제시장에서 가장 인기 좋은 신포닭강정 본점으로 갔다.




"왜 이렇게 줄이 많아?"

신포닭강정 본점 앞에는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모두 신포닭강정 본점에서 닭강정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었다.

'여기는 줄 설 이유가 있나?'

신포닭강정 본점은 매장이 두 곳 있다. 매장 두 곳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위 사진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는 매장은 포장해가는 매장이다. 이 매장 바로 맞은편에는 먹고 가는 매장이 있다. 닭강정은 똑같다. 포장해가는 매장에서 닭강정도 바로 만들며, 맞은편 매장으로 들어가서 실내 좌석에 앉아서 닭강정을 주문하면 포장해가는 매장에서 만든 닭강정을 가져와서 준다.

바로 이 점이 신포닭강정의 강점이다. 꼭 포장해가지 않고 놀러온 김에 바로 먹고 가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신포닭강정은 올 때마다 사람들이 대체 왜 저렇게 줄을 많이 서 있는지 의문이다. 근처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사실상 바로 먹으려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꽤 섞여 있기 때문이다. 바로 먹을 거라면 포장해서 다른 곳 가서 먹을 게 아니라 맞은편 홀에서 먹고 가면 되는데 너나 할 거 없이 다 줄을 서서 포장해간다. 포장해간다고 특별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재미있는 점은 하나 더 있다. 신포국제시장에서 사람이 많은 닭강정 가게는 오직 신포닭강정 본점 뿐이다. 다른 곳은 대체로 한산한 편이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다른 닭강정 가게도 사람들이 줄을 서지만, 그건 진짜 사람이 매우 많을 때 이야기다. 보통은 신포닭강정 본점 포장판매 매장에만 줄을 서 있다.

나는 먹고 갈 거였기 때문에 포장 판매 매장이 아니라 맞은편 홀이 있는 매장으로 갔다.




신포닭강정 본점 홀로 들어갔다.




신포닭강정 본점 홀은 매우 한산했다. 온통 빈 자리였다. 포장 매장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난리였다. 신포닭강정은 몇 번 와봤지만, 홀조차 사람이 꽉 차서 줄 서야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희안했다. 똑같은 닭강정이고 가격도 같은데 언제나 포장만 난리다.

신포닭강정 본점 갈 거라면 홀에서 먹고 가는 선택지도 진지하게 고려하며 오는 것이 좋다. 홀에서 먹고 가면 닭강정도 얼마 안 기다려서 금방 나오고, 편하게 다 먹고 갈 수 있다. 홀에서 먹어도 좋고, 포장해가도 좋다는 생각으로 오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나는 신포닭강정 중짜로 주문했다. 닭강정 중짜 가격은 17000원이었다. 여기에 음료를 주문했다.




치킨무와 케요네즈를 뿌린 생양배추가 나왔다. 케요네즈를 뿌린 양배추 샐러드는 '샐러드'라고 하기 보다는 '사라다'라고 해야 그 느낌과 맛이 더 살아난다. 여기 케요네즈는 케찹이 많이 들어가서 색이 많이 붉었다.




조금 기다리자 내가 주문한 닭강정 중짜가 나왔다.




닭강정 중짜를 먹기 시작했다.

"역시 이거 중짜도 양 많아."

신포닭강정 중짜는 성인 남성이 혼자 먹기에 양이 살짝 많은 편이었다. 물론 앞서 공갈빵을 잔뜩 먹고 왔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양이 많았다. 요즘 병아리 튀겨주는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양이 훨씬 많았다.






신포닭강정의 닭강정 양념의 기본적인 맛은 아주 클래식한 양념 치킨 맛이다. 고추장과 마늘 팍팍 들어간 맛이 확 느껴지는 맛이다. 달콤하면서 매콤하다. 처음에 먹을 때는 별로 안 매운 것 같지만 먹다 보면 매운맛이 슬슬 올라온다. 그리고 땀이 나기 시작한다. 고추장 단맛과 물엿 단맛에 치킨의 고소한 맛, 여기에 매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단맛은 의외로 그렇게 엄청나게 강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단맛이 안 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단맛이 공격적이지 않고 내가 이 구역 점령하겠다고 난리치지도 않았다. 다른 맛들과 합쳐져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신포닭강정은 매우 맵지는 않았다. 그러나 매콤했고, 여기에 홀에서 먹으면 갓 만든 닭강정이라 뜨거운 맛까지 더해졌다. 매워서 혀가 얼얼한 건지, 뜨거워서 혀가 얼얼한 건지 헷갈렸다. 매운맛이 뜨거운 맛을 더 뜨겁게 만들었고, 뜨거운 맛이 매운맛을 더 맵게 만들었다. 그래도 요즘 맵다는 기준에서는 가볍게 매콤한 수준이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신라면보다 조금 덜 매운 정도였다.

"이건 식힐 수록 진가가 발휘되지?"

신포닭강정이 홀에서 먹는 것보다 포장해가는 것이 훨씬 인기가 좋은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신포닭강정은 식을 수록 표면이 매우 단단하고 바삭해진다. 어느 정도까지 바삭해지냐 하면, 바싹 튀겨진 아주 작은 닭뼈와 껍질이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바삭해진다.

먹다가 닭강정이 식기를 기다렸다. 뜨겁기도 했고, 이 닭강정은 원래 식혀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었다. 먹기 좋을 정도로 식은 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예전보다는 덜 바삭하네?"

예전에는 조금 식으면 닭강정 양념이 굳으며 표면이 잘 튀겨진 잔뼈와 구분 안 될 정도로 매우 단단해졌다. 그러나 이번에 가서 먹었을 때는 식으면서 양념이 굳으며 단단해지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딱딱해지는 수준까지 단단해지지는 않았다. 식으면 너무 딱딱하다는 불만으로 인해 조금 덜 굳게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과거에는 식은 후 먹으면 이게 왜 닭강정이라고 하는지 바로 이해되었지만, 대신 너무 단단했었다. 그에 비해 이번에 먹었을 때는 양념이 식으며 굳어서 생기는 바삭한 맛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식어도 먹기 편했다.

신포닭강정 홀 계산대 쪽을 보면 닭강정의 유래가 있다. 유래를 보면 1980년대에 양념 치킨이 인기를 끌었고, 포장해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이 당시 양념치킨을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면 눅눅해지고 맛이 없어졌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신포닭강정 사장님이 어떻게 하면 집에 가져가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념치킨을 만들지 고민하다 만든 것이 바로 닭강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포닭강정은 식혀서 먹어야 닭강정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다. 식어서 양념이 굳으며 단단해져서 특유의 바삭한 식감이 극대화되며 양념치킨과 다른 닭강정이 된다. 뜨거울 때 먹으면 클래식한 양념 치킨이라는 소감에서 벗어나기 조금 어렵다.

신포닭강정의 닭강정을 홀에서 먹을 때는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기 보다는 충분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것이 좋다. 사진도 촬영하고 영상도 찍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구도도 바꿔서 여러 장 찍어보고 영상도 괜히 여러 번 찍어보면서 식기를 기다렸다가 먹으면 좋다. 보통 다른 식당에서는 이러면 음식 식어서 맛없어지지만 신포닭강정은 반대로 이렇게 해야 더 맛있어진다.

하지만 나도 신포닭강정을 과거에 몇 번 먹어봤지만 이걸 까먹고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 절반 이상 먹었을 때에서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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