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부대찌개 시조 음식 부대볶음 맛집 의정부경전철 흥선역 경민대학교 부산식당

"저녁 뭐 먹지?"

집에서 할 것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졌다. 점심은 안 먹었다. 점심 먹을 시간에 딱히 무언가 먹고 싶지 않아서 할 거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대신에 저녁을 양이 많고 조금 특별한 음식을 먹기로 했었다. 그렇게 점심을 굶은 후 할 거 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잘 먹기로 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야 했다.

"서울 가기는 귀찮은데..."

특별한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무래도 서울이었다. 아무래도 의정부보다는 서울에 먹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었다. 의정부도 이런저런 먹을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의정부 대표 음식이라면 부대찌개가 있고, 의정부 부대찌개가 맛있기는 하지만 부대찌개 외에는 대체로 고만고만한 음식이다. 특별히 거창하게 먹을 음식은 잘 모르겠다.

하늘은 우중충했고, 저녁에 서울 가기 매우 귀찮았다.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서울을 걸어다니다가 밤 늦게 의정부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서울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서울 간다고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점심을 잘 먹고 저녁을 굶을 걸 그랬나?'

점심을 굶고 저녁을 잘 먹는 것이 아니라 점심을 잘 먹고 저녁을 굶었어야 했다. 식사는 점심 시간에 선택지도 더 많고, 점심에 서울을 갔다면 서울에서 식사 후 적당히 가고 싶은 데 갔다가 의정부로 돌아와도 매우 널널했다. 하지만 저녁을 서울에서 먹으려고 하니 저녁 먹은 후에 서울에서 놀다 의정부로 돌아오면 매우 야심한 시간일 거였다. 서울에서 야심한 시간까지 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 저녁만 먹고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그러자니 교통비가 아까웠다.

"특별한 음식 뭐 있지?"

피자, 치킨 같은 것을 사먹는 방법도 있었고, 부대찌개를 먹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의정부 부대찌개는 특별한 음식일 거다. 부대찌개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부대찌개는 의정부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로 의정부에는 부대찌개 식당이 많다. 의정부시 자랑거리이자 의정부시 대표 음식이다. 그러나 이건 타지역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의정부 살면 부대찌개는 매우 쉽게 먹는 음식이다. 의정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부대찌개이지만, 특별한 외식이라고 하기에는 의정부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외식 메뉴다.

의정부시에서 부대찌개가 어느 정도로 매우 대중적인 외식 메뉴냐 하면, 의정부시에서 혼자 밥 먹을 때 최고로 좋은 외식 메뉴가 바로 부대찌개다. 의정부시에 있는 많은 부대찌개 식당들이 1인분도 판매한다. 그래서 의정부시에서 혼자 밖에서 밥을 사먹어야 할 때 제일 좋은 메뉴가 바로 부대찌개다. 1인분이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다. 그래서 의정부시에서 혼자 살면 부대찌개는 종종 먹게 된다.

부대찌개는 평소에도 저녁에 혼자 밖에서 식사할 때 종종 사먹는 음식이라서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았다. 맛있기는 하지만 부대찌개 말고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부대볶음? 오랜만에 부대볶음 먹을까?"

경기도 의정부시 음식 중에는 부대찌개 외에 부대볶음도 있다. 부대볶음은 의정부시 음식이기는 하지만 의정부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부대볶음 먹어야겠다."

진짜 오랜만에 부대볶음을 먹기로 했다. 부대볶음을 파는 부산식당으로 갔다.




부대찌개 역사를 보면 경기도 의정부시 오뎅식당 허기숙씨가 최초로 식당 메뉴로 개발해서 판매한 음식이라고 나온다. 허기숙씨께서 솥뚜껑에 미군 소세지와 김치, 야채 등을 넣고 볶아서 술안주로 팔았는데 자꾸 솥뚜껑에 눌러붙고 타서 물을 붓고 끓였더니 맛있는 찌개가 되었고, 손님들 반응도 좋아서 부대찌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부대볶음은 부대찌개의 시초가 되는 음식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대볶음은 의정부에서 보기 드문 음식이기도 하다. 부대볶음보다 부대찌개가 인기가 더 좋았고, 식당에서도 만들기 훨씬 편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부대볶음은 부대찌개가 등장하며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부대볶음도 경기도 의정부시 음식이지만 의정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다. 의정부에서 부대찌개 식당은 부대찌개 거리에 몰려 있다. 하지만 부대볶음을 파는 식당은 의정부경전철 흥선역과 경민대학교 사이에 몰려 있다.

부대볶음 식당들은 부대찌개 식당들이 몰려 있고 부대찌개로 유명한 지역과는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다. 부대찌개 식당이 몰려 있는 부대찌개 거리는 의정부 경전철 의정부중앙역이다. 반면 부대볶음 식당들이 몰려 있는 지역은 의정부 경전철 흥선역에서 경민대학교 방향으로 걸어올라가야 한다. 의정부중앙역과 흥선역도 거리가 꽤 멀어서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인데, 부대볶음 식당은 흥선역에서 다시 경민대학교 방향으로 더 걸어가야 해서 의정부중앙역에서부터 걸어가려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흥선역과 경민대학교 사이에 부대찌개, 부대볶음 판매하는 식당이 몰려 있는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먼저 이 근처에 과거에는 주한미군부대가 있었다. 두 번째로 경민대학교, 의정부시청이 있어서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흥선역과 경민대학교 사이에 있는 부대볶음 식당들은 한결같이 역사가 꽤 긴 식당들이다.

부산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부산식당은 규모가 크지 않은 식당이다. 식탁마다 오래된 화구가 설치되어 있는 식당이다.




부산식당은 부대찌개와 부대볶음을 판매한다. 부대찌개, 부대볶음 모두 가격은 1인분에 1만원이다. 부대찌개는 1인분도 주문 가능하지만, 부대볶음은 기본 2인분부터다. 의정부에서 부대볶음을 파는 식당들은 모두 부대볶음을 기본 2인분으로 판매하고 있다. 부대찌개가 기본 1인분인 점과는 차이가 있다.




밑반찬은 김치, 동치미가 전부다.






위 사진 속 부대볶음은 2인분이다. 여러 햄, 소세지와 김치, 파, 양배추 같은 야채가 섞여 있는 형태다.

부산식당에서 부대볶음을 주문하면 사장님께서 직접 부대볶음을 볶아서 가져오신다. 초벌볶음이 아니라 바로 먹어도 되도록 볶아서 가져다주시기 때문에 바로 먹으면 된다. 처음에는 화구에 불을 켜고 조금 더 볶아가며 먹는다. 그렇게 먹고 있으면 사장님께서 오셔서 불을 꺼주신다.

부대볶음 맛은 일반적인 소세지 볶음 맛과는 꽤 차이가 있다. 양념맛에서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일반적인 붉은 소세지 볶음은 케찹 베이스 양념이다. 반면 부대볶음은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양념을 베이스로 한다.

사진으로 보면 양을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실제 먹어보면 양이 상당히 많다. 맛은 가볍게 매콤하고 살짝 짭짤하다. 짠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잘 되어 있는 밥반찬에 가까운 짠맛이다. 매콤한 맛은 처음 먹을 때는 잘 모르지만, 먹다 보면 조금씩 땀이 나고 입이 가볍게 얼얼해지는 정도다. 여기에 김치 조각이 새콤한 맛을 더해서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야채가 가벼운 단맛을 더해준다. 덮밥을 만들어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집어먹어도 맛있다. 밥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은 맛이다.

부산식당 부대볶음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그렇게 느끼하지 않아서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 강렬한 맛을 머리 속에 각인시키는 맛은 아니지만, 먹다 보면 뭔가 특별한 맛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맛이다. 실제로 이런 맛의 볶음 음식은 우리나라 맛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볶음 음식은 아예 양념을 안 넣거나, 넣는다면 케찹이나 고추장을 넣는 게 일반적인데, 부산식당 부대볶음은 찌개에 들어가는 양념을 집어넣고 볶은 맛이다.

나는 혼자 2인분을 시켜서 먹었기 때문에 밥 한 공기는 덮밥을 만들어서 먹었고, 남은 한 공기는 볶아먹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먹기 시작할 때 부대볶음을 후라이팬 반쪽으로 밀어놓고 남은 반쪽에는 김치를 볶기 시작했다. 밥을 한 공기 다 비운 후, 공기밥 한 공기를 프라이팬에 붓고 사장님께 밥을 볶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불을 다시 켜고 밥을 볶아주셨다.

부산식당에서 부대볶음을 먹을 때 나오는 김치를 볶으면 부대볶음 양을 더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김치까지 넣고 또 섞어서 볶으면 짠맛이 강해진다.

밥을 볶아먹을 거라면 먹을만큼 먹고 김치를 넣고 부대볶음 양을 조금 불린 후 공깃밥 넣고 볶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먹을 거라면 처음 부대볶음이 나왔을 때 부대볶음을 후라이팬 한 쪽으로 밀어놓고 빈 공간에 김치를 올려서 살짝 익혀놓는 것이 좋다. 밥 볶는 시간이 짧아서 밥 볶을 때 김치를 같이 넣으면 김치가 충분히 안 익기 때문이다.

부대볶음도 의정부 음식이다. 그런데 의정부 음식이지만 의정부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부대볶음은 부대볶음만의 묘한 매력과 개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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