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플레이스 힙당동 신당동 싸전거리 쌀집 골목

근래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보면 과거의 핫플레이스와는 차이가 있다. 요즘 서울의 핫플레이스 특징은 별 특징 없는 동네에 소위 '힙한' 카페와 식당들이 들어서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낙후된 동네, 노후화된 가옥이 밀집한 지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트렌디한 카페, 식당이 들어오고 유명해지면 다른 식당, 카페도 근처에 개업하고, 이렇게 트렌디한 식당과 카페가 여럿 개업하면서 핫플레이스가 된다. 흔히 이런 현상은 낙후된 동네, 노후화된 가옥이 밀집한 지역에서 일어날 거라고 여기지만, 이런 트렌드의 시초격인 연남동은 낙후된 동네, 노후화된 가옥과는 거리가 꽤 있다. 성수동 카페거리 중 서울숲 쪽 카페거리 또한 마찬가지로 낙후된 동네, 노후화된 가옥 밀집지역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힙당동
힙당동?

최근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되었고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신당동이다. 조그마한 공장이 밀집해 있는 문래동, 을지로가 힙하고 트렌디한 장소로 변신한 이후,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신당동이라고 한다.

신당동? 떡볶이 먹으러 가는 곳 아니에요?

신당동은 떡볶이로 유명한 지역이다. 마복림씨가 신당동에서 1953년에 고추장 기반의 떡볶이를 개발해서 팔았던 곳이 바로 신당동이다. 지금도 신당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떡볶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당동 떡볶이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떡볶이의 성지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떡볶이 먹으러 일부러 신당동 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고, '신당동 떡볶이' 자체가 서울의 명물 같은 존재였다. 참고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먹는 붉은 떡볶이도 신당동에서 처음 등장해서 전국으로 퍼진 것이기 때문에 엄연한 서울 음식이다. 물론 대부분은 그렇게 여기지 않겠지만 말이다.

신당동 자체는 매우 오래된 동네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동네다. 심지어 조선시대 이름도 신당동이다. 물론 한자는 다르다. 오늘날 신당동 한자는 新堂洞이지만, 조선시대에 신당동 한자는 神堂洞이었다. 神堂洞이라 불린 이유는 조선시대에 한양도성에서 발생한 시신은 시구문 - 현재 광희문으로 나왔고, 시구문 바깥에는 공동묘지가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시체가 나오는 문이자 공동묘지가 많은 동네라 무당들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고 한다. 신당동에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께 마을 이름을 물어보면 한결같이 그냥 신당동이라고 하는데, 마을 이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정말로 옛날 옛적부터 이름이 신당동이었다.

중요한 것은 신당동이 오래된 도시라는 점도, 신당동이 떡볶이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점도 아니다.

대체 왜 신당동이 힙당동 소리를 듣고 있습니까?
신당동이 진짜 핫플레이스 맞습니까?

신당동에서 유명한 곳은 신당동 싸전거리 - 쌀집 골목이다. 신당동 중에서도 신당동 쌀집 골목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현재 흥인동인 신당동 싸전거리는 일제강점기 시절에 공설시장이 들어섰고, 오늘날 신당동 싸전거리에 양곡 가게들이 자리잡으면서 싸전 거리가 형성되었다. 참고로 '싸전'이라는 말은 '쌀 가게'라는 말이다. 쌀가게라고도 하고 미곡상이라고도 한다. 싸전은 싸廛으로, 廛은 '가게 전'이다. 그러니까 싸전은 쌀가게라는 말이다.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지만, 옛날 소설 같은 것을 보면 종종 등장하는 단어다.

신당동 쌀집 골목은 전성기 시절에는 쌀가게가 무려 800여곳 있었고, 서울에서 소비되는 쌀 전체 중 무려 80%가 여기에서 거래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곡물이 들어가는 빙과와 과자의 원자재를 바로 이 신당동 싸전거리에서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신당동 쌀집 골목의 전성기가 끝났고, 오늘날에는 신당동 싸전거리에 미곡상이 13곳 정도 남아 있다.








신당동 싸전골목이 핫플레이스로 뜨게 된 배경에는 왕십리와 상왕십리 일대가 재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왕십리, 상왕십리 등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쪽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2호선을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신당역 근방으로 놀러 오며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한다.

왕십리, 상왕십리 등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신당동이 핫플레이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동에서도 북동쪽 끄트머리이자 황학동과의 경계인 신당역 근처가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신당동이 최근 핫플레이스로 등극하며 힙당동 소리를 듣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신당동에서 유명했던 떡볶이 거리와는 거리가 꽤 멀리 떨어진 곳이 주목받고 있다. 신당동이 요즘 핫하다고 무턱대고 신당동 떡볶이 거리로 가면 실망하기 딱 좋다. 법정동 신당동은 신당동, 무학동, 흥인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행정동 신당동은 신당동, 다산동, 약수동, 청구동, 신당제5동, 동화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흥인동에 싸전거리가 있고, 실제 신당동 상권이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상권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곳은 남쪽 신당동 중심부가 아니라 황학동 방향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신당동이 힙당동이 아니라 신당역이 힙당역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황학동은 신당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 옛날에는 현재 신당동과 같이 신당동에 속해 있었을 수 있지만, 신당동과 황학동이 완전히 다른 동네가 되었고 상권도 완전히 달라서 각자의 상권을 구축한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신당동과 황학동을 섞어서 부르지 않는다. 신당동은 신당동이고, 황학동은 황학동이다. 그러니 정확히는 힙당동이 아니라 힙당역이라 하는 게 맞다. 을지로는 정말로 을지로 일대가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을지로 권역 안에서 상권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힙지로라 해도 맞지만, 신당동은 핫플레이스가 남쪽 신당동 중심부나 떡볶이 거리를 향해 확장되어 가는 게 아니라 황학동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 신당동이 뜨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기 딱 좋다.








그러면 과연 힙당동은 얼마나 더 확장되고 커질 수 있을까?

왕십리, 상왕십리 등지의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다. 심지어 또 다른 핫플레이스인 동묘 구제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동대문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잠재적인 수요라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힙지로를 넘어서는 힙당동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라고 보일 것이다.

황학동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현실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거라 보인다. 먼저 신당동은 서울의 흔한 사람들 사는 동네다. 즉, 원래 서울중앙시장 및 신당동 싸전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있는 동네다. 게다가 황학동 벼룩시장은 전국적으로 매우 유명한 중고품 시장이다. 없는 게 없다는 황학동 벼룩시장이다. 지금도 언론에서 자영업자, 경기 이슈를 다룰 때 곧잘 찾아가서 취재하는 곳이 바로 황학동 주방 거리다.

황학동을 가보면 꽤 넓은 지역에 상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황학동 동편으로는 아파트 단지다. 그러니 신당동 싸전거리에서 상권이 확장되려면 서울중앙시장과 황학동 벼룩시장으로 확장되어야 하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상점을 새로 지을 땅은 없고, 그렇다고 기존에 있던 상점이 비는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히 핫플레이스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길 전체가 독특한 특징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랜드마크가 될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바로 여기가 이렇게 생겼습니다'라고 홍보할 풍경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단적으로 익선동도 새로 뜨는 핫플레이스 소리 들은 지는 꽤 되었지만, 핫플레이스로 완전히 된 건 익선동이 뜨기 시작하고 힙한 가게들이 있다고 여기저기에서 실컷 떠들고 난 후 몇 년 뒤였다. 정확히는 마당플라워카페와 지오쿠치나익선에 우산과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구간이 생기면서 익선동을 대표하는 풍경이 만들어져서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종로3가역 3번 출구부터 4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포차 거리가 일반인들이 즐기는 공간이 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니 신당동이 진정한 힙하고 트랜디한 핫플레이스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가면 재미있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트랜디하고 독특한 카페, 식당, 술집이 다른 '핫플레이스'들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이쪽은 이쪽만의 매력이 있다. 물론 그게 신당동의 매력이 아니라 황학동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신당동 싸전거리만 기대하고 간다면 아직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신당동'이라고 해서 진짜 신당동 중심부터 신당동 떡볶이 거리로 가면 크게 실망할 거다. 신당동이 힙당동 소리 듣는다고 하지만, 이쪽은 정확히는 신당역 상권으로 봐야 하며, 황학동의 매력을 같이 느끼기 위해 가야 진짜 크게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신당동 싸전거리에서 시작된 변화가 잘 뻗어나간다면 궁극적으로 동묘 구제시장 쪽과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동묘 구제시장의 매력과 황학동, 신당동 싸전거리의 매력은 통하는 부분이 많고, 현재 신당동 싸전거리를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요인 왕십리, 상왕십리 거주 인구가 지하철을 타고 동묘앞역으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