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중림동 새벽 재래시장 중림시장

밤새 서울을 돌아다니며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 슬슬 동이 틀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날 일정을 마무리할 곳을 정해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 밤새 걸어다녔더니 많이 피곤했다. 그리고 이날은 서울의 심야시간 풍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동이 튼 이후의 풍경을 촬영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제 스마트폰 배터리가 슬슬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보조배터리를 연결해서 영상 촬영하려고 하면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마지막 촬영장소를 어디로 갈지 정해서 거기 가서 영상 촬영하고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서울역 쪽으로 갈까?'

회현 남대문 시장까지 다 돌아다녔다. 여기에서 방향은 두 가지 있었다. 가까운 곳으로 가서 일정을 빨리 끝내고 싶다면 서울역 쪽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보다 더 많이 걸어다니고 싶다면 홍대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방법이 있었다. 홍대입구 쪽으로 걸어간다면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거였다. 그 외에 다른 길도 있기는 했지만 나머지 방향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다.

'홍대입구는 너무 멀지?'

처음 집에서 출발했을 때는 원래 홍대입구로 갈 계획이었다. 만약 동영상 촬영을 하지 않고 걸었다면 홍대입구까지 갔을 거였다. 그러나 이날은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걸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동영상 촬영이 아니었다면 광화문 광장에서 바로 홍대입구로 걸어갔을 거였다. 남대문시장으로 넘어오지 않았을 거였고, 을지로 골목길과 세운상가를 가지 않았을 거였다.

"서울역에 뭐 있지?"

서울역 쪽에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봤다. 이른 새벽 서울역 대합실을 찍는 건 재미없었다. 서울역 말고 서울역 근처에서 마지막으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이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중림시장 가야겠다."

중림시장이 떠올랐다. 중림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기자들이 좋아하는 중림시장


중림시장은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에 있다. 중림동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동네는 아니다. 중림동 및 그 주변에 약현성당, 성요셉아파트, 염천교 수제화거리가 있고, 서울역도 있지만,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동네다. 한때 서울에서 일반 동네들이 관광지로 뜰 때 중림동도 잠시 뜬 적 있었지만 금새 사그라들었다. 요즘은 중림동도 개발되어서 중림동 가운데에 있는 중림로는 나름대로 번화하고 사람 많은 거리가 되었지만, 그 외 지역은 그냥 사람 사는 동네다. 서울역도 서울역 광장 쪽에 사람이 많지, 서울역 뒷편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편이다.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에는 중림시장이 있다. 중림시장은 기자들이 매우 좋아하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시장이다. 그리고 의외로 이 하나도 안 유명한 시장 풍경을 전국민이 여러 번 봤다.

한겨울에 뉴스 및 기사를 보면 한파가 찾아왔을 때 새벽에 시장 상인들이 불을 쬐며 꽁꽁 언 손을 녹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거다. 서울에서 어둑어둑한 새벽에 시장 상인들이 불을 쬐며 꽁꽁 언 손을 녹이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인들이 이른 새벽에 화롯불에 언 손을 녹이는 장면을 촬영하려면 새벽에 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청량리시장 등 서울에서 심야시간에 도매시장 야시장이 크게 열리는 곳은 정작 새벽부터 이른 아침까지 야시장이 파장하고 쉬어버린다. 일반적인 재래시장은 이른 새벽에 장사하지 않는다. 또한 기자들도 사람이니 어둑어둑한 새벽에 시장 상인들이 불을 쬐며 몸을 녹이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새벽 2시 3시에 도매시장에 가고 싶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보다 '인간적인 새벽 시간'에 쉽게 촬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중림시장이다. 중림시장은 새벽에 열기 때문에 중림시장이 열린 새벽에 가면 겨울에는 어둑어둑할 때다. 게다가 새벽에 열리는 시장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출근을 조금 일찍 해서 가는 길에 사진 찍고 가면 된다. 위치도 서울역 뒷편이라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아주 쉽게 서울에서 어둑어둑한 새벽에 시장 상인들이 불을 쬐며 꽁꽁 언 손을 녹이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중림시장에서 새벽에 카메라 들고 사진 찍고 있으면 상인들이 기자냐고 물어볼 정도다. 중림시장 상인들에게 겨울에 중림시장 와서 모닥불 쬐고 있는 사람들 촬영해가는 기자는 너무 익숙하고 많이 겪어본 일이다.

그래서 중림시장은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안 유명한 시장이지만 기자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시장이다.

서울 중구 중림동 중림시장은 새벽부터 아침에만 열린다. 아침 10시면 장이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중림시장에 가려면 매우 이른 아침에 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다가 아침 10시 즈음에 가면 아무 것도 못 보고 돌아올 수도 있다. 이른 아침에만 장이 열리고 아침 10시 넘어가면 철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아침 10시 이외의 시간에 중림시장이 열리는 장소에 가보면 상점만 있는 흔한 서울 길거리 풍경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서울로7017과 중림시장의 관계









중림시장은 한때 없어질 거라는 말이 있었다. 아니, 실제로 없어질 예정이었다. 중림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중림시장 쪽도 개발되어 사라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과거 중림시장 자료를 보면 중림시장이 없어질 거라는 말을 접할 수 있다.








중림시장이 있는 중림동은 원래 대대적으로 재개발될 구역이었다. 중림동 재개발 계획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있는 서울로7017이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69년 3월 19일 착공해서 1970년 8월 15일에 개통된 서울역 북쪽의 왕복 2차선 고가도로로, 퇴계로와 만리재길, 청파로를 연결하는 고가도로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안전진단에서 D등급이 나오며 철거 예정이었다.

2014년 4월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2015년에 서울역 고가도로를 현재 서울로7017 공원으로 만들기로 확정되었다.

안전등급 D등급이 나온 데다 서울의 흉물이라고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내세운 명분은 서울역 철도로 인해 단절된 서울역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인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중림동이 재개발되면 중림동에서 서울역 동편 서울 도심 쪽으로 가려는 보행자가 폭증할 텐데 현재 서울역을 걸어서 가로질러가는 것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서울로7017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완공된 서울로7017은 걸어서 이동하기에 좋지도 않았고, 중림동 재개발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엎어버렸다. 그리고 중림동 재개발이 엎어지면서 중림시장도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새벽 재래시장 중림시장


새벽에 도착한 중림시장. 남대문시장 등 서울역 동편에서 중림시장으로 걸어서 갈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서울로7017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서울로 7017 서쪽 끝까지 가서 북쪽으로 내려가서 길을 따라 북쪽 한국경제신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중림시장이 나온다.

중림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었다. 상인들이 길거리에 좌판을 차리고 있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모닥불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잠자고 있는 새벽 시간, 중림시장은 이미 하루가 시작되었다.








서울 중구 중림시장을 쭉 둘러봤다. 동영상도 촬영했다.




개인적으로 중림시장은 자주 오기는 매우 어려운 시장이다. 밤새 서울 도심을 돌아다니다 어쩌다 시간과 경로가 맞으면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여기는 정말 오랜만에 왔다. 중림시장은 예전과 변한 것이 없었다. 처음 중림시장에 왔을 때 갔던 카페는 없어졌지만, 중림시장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참 반가웠다.

만약 서울에서 이른 새벽에 상인들이 분주히 장사 준비하는 장면, 한겨울에 상인들이 모닥불을 쬐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다면 중림시장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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