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강원도 태백시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태백시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니
그 다음날 갈 곳은 친구에게 정하라고 했다.
"단양 가자."
"단양?"
친구는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가자고 했다. 친구가 단양으로 여행가자고 해서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마 친구는 대충 이 근처에서 기차 타고 갈 만한 곳 중 강원도가 아닌 곳을
떠올리다 단양을 골랐을 거다. 이 추측은 이후 여행하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친구는 본인이 단양을 얼마 전에 여행을 가봐서 잘 안다고 큰 소리쳤지만 막상
단양 여행 가보니 대체 무엇을 보고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의문이었다. 단양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니 단양 여행을 다녀온 게 맞기야 하겠지만 날림 소리조차
못 들을 수준으로 휙 보고 지나갔을 거다.
어쨌든 친구에게 하루는 친구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여행가자고 했고, 친구는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으니 하루는 단양군으로 가기로 했다.
강원도에서 충청북도 단양군으로 가려면 바로 가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했다.
기차를 타고 충청북도 제천역으로 간 후, 제천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중앙선
기차역인 단양역으로 가야 했다. 단양군과 영월군은 거리상 매우 가깝지만 두
지역간 교통은 상당히 불편하다. 제천이 괜히 교통의 요지인 것이
아니다.
'왜 단양으로 가자고 하지?'
충청북도 단양군은 지금까지 2번 가봤다. 한 번은 가족들과 고수동굴을 가기
위해 갔었다. 이때는 고수동굴만 보고 바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한 번은 이
친구와 경상북도 영주로 여행갔다가 갑자기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어서 간 곳이 단양군이었다. 이것도 웃긴 것이 어딘가 하나 더 가서 모험
같은 여행을 해보고 싶기는 한데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다. 그래서 기차역
가서 역무원에게 서울로 가는 기차가 들리는 역 중 아무 것도 없는 기차역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역무원이 단양역이 주변에 진짜 아무 것도 없는
곳이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단양역을 갔었고, 단양역에는 진짜 아무 것도
없었다.
이 친구가 나한테 단양으로 가자고 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본인은
지난해인가에 다녀왔다고 했고, 나와 같이 단양 갔을 때는 진짜 아무 것도 본
게 없었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단양역에서 나왔더니 진짜 아무 것도 없었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길을 따라 갔더니 마을이
나왔다. 마을로 들어가려는 순간 개가 엄청나게 짖어대서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단양역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다리가 하나 나왔고, 다리에서 단양 야경
사진 찍고 단양역으로 돌아와서 기차가 올 때까지 나는 잤고, 친구는 2002년
월드컵 재방송을 봤다. 그게 전부였다.
친구가 단양으로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태백시 일정을 마친 후 기차를 타고
제천역으로 갔다. 제천역 도착하니 깜깜한 밤이었다. 제천시는 어차피 볼 게
별로 없는 지역이라 깜깜한 밤에 도착해도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밤중에 기차역 근처를 돌아다니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단양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제천역으로 갔다.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조금 기다리자 단양역으로 가는 무궁화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제천역에서 이미 시멘트 화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차 내부는 위 사진과 같이 생겼다. 역시 콘센트는 맨 앞 좌석 바로 앞에만
있었다. 좌석의 안락함 차이는 KTX나 무궁화 열차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KTX
좌석이 더 안락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3시간 이상 타면 약간씩 차이가 느껴지기는 한다. 그렇지만 우등버스와
프리미엄버스의 좌석 차이만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사족이지만 프리미엄 버스 좌석은 버스, 기차 좌석과는 물론이고 비행기
비즈니스석보다도 더 편하고 쾌적하다. 버스가 많이 흔들려서 그렇지, 좌석의
쾌적함만 놓고 보면 기차보다 버스가 훨씬 더 쾌적하고 안락하다. 우리나라의
시외버스, 고속버스는 퀄리티가 해도 너무할 정도로 소요시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할 정도로 뛰어난데 정작 이런 걸 열심히 자랑하고 홍보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내가 봤을 때 우리나라 자랑거리 투톱은 딸기와
시외버스다.
단양역으로 가는 길에는 시멘트 화차가 많이 보였다. 시멘트 공장도
보였다.
제천역에서 단양역으로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도담역을 들렸다. 도담역은
승객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기차역이지만 화물 운송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기차역이다. 주요 화물은 당연히 시멘트다.
도담역을 지나가는 길에 성신양회 단양공장이 보였다. 성신양회 단양공장은
시멘트 공장 중에서도 엄청나게 규모가 큰 공장에 속한다.
단양역에 도착했다.
단양역 폴사인은 위와 같이 생겼다.
기차에서 내려서 단양역 대합실로 갔다. 단양역에는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스탬프 중 단양역 스탬프와 도담역 스탬프가 있다. 단양역으로 가면 철도역
스탬프를 2개 수집할 수 있다.
국가철도공단 단양역 공식 소개 문구는 다음과 같다.
옛 역사는 충주댐 공사로 수몰, 도담삼봉 닮은 모습으로 관광객 맞아
단양역은 1942년 4월 충북단양역이라는 이름의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였다. 1948년 단양역으로 역명을 개칭하였다. 1956년 지어졌던 역사가
1985년 충주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면서 1985년 현재의 위치에 역사를 이전하게
되었는데 이때 구단양역과 단양역으로 분리되었다. 옛 단양역은 1993년
단성역으로 이름을 바꾸어 단성면에 위치하고 있다가 현재는 추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단양역은 단양읍 중도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앙선(경경선) 개통기념비 또한 단성역에서 단양역으로 옮겨왔다. 1985년
지어졌던 옛 역사가 있던 자리에 새롭게 지어진 단양 역사는 지역 명소인
도담삼봉을 형상화한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단양역은 단양읍내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더욱 치명적인 점은 단양역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경치는 매우 좋지만 좋은 경치만 있을 뿐이다.
단양역에서 남한강 너머 맞은편을 보면 잔도길이 보이지만, 단양역에서
단도길로 가는 길 또한 상당히 멀다.
아래 사진이 바로 단양역 앞에서 찍은 풍경 사진이다. 남한강 물이 싯누런
이유는 내가 갔을 때는 매우 많은 비가 퍼부은 직후였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강물 빛이 파랗다고 한다.
결국 단양역에서 단양읍내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충청북도 단양군은 전국민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다. 연간 방문자수가
1000만명이 넘는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단양군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 중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만약 기차를 타고 단양 여행을
떠난다면 단양군은 기차역과 읍내까지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에 단양역에서
읍내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버스 시간이 잘
맞아서 버스를 타면 좋겠지만, 버스 시간 안 맞아서 버스를 못 탄다면
걸어가기에는 무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캐리어를 끌고 단양군으로 왔다면
더욱 그렇다.
충청북도 단양군 여행 계획하며 경비 계산할 때 만약 기차로 갈 거라면 단지
왕복 기차표값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왕복 택시비까지 같이 계산하는 것이
좋다. 택시 안 타게 되면 돈 굳어서 좋고, 읍내와 단양역 사이를 택시로
이동한다면 예상 범위 안에서의 지출이기 때문에 문제되거나 스트레스 받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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