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사람 진빠지게 하네."
매우 뜨거운 날이었다. 집에 가만히 있어도 더웠다. 에어컨을 켜면 너무
건조하고, 에어컨을 끄면 금방 더워졌다. 게다가 방에 에어컨을 켜서 온도를
낮춰놓으니 밖에 잠시 나가기만 해도 바깥 기온이 훨씬 더 뜨겁고 덥게
느껴졌다. 비가 좍좍 퍼부어서 습한 것보다는 낫지만 가만히 있어도 기력이
빠지게 하는 날씨였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할 뿐인데도 HP가 뚝뚝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몸보신이라도 해야 하나?"
말복이 지났지만 다시 몸보신을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몸보신 음식을 먹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럴 때는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며
기력을 찾는 게 좋다. 아무래도 체력이 부족해져서 그런 거라서 열량 높은
음식을 먹어서 기력을 찾아야 했다. 이왕이면 시원한 곳에서 말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기력을 찾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고기는 식당에서 혼자 먹기가 고약해."
몸보신 음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음식을 찾아먹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적당히
고기를 먹고 싶었다. 삼계탕 같은 것 말고 구운 고기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 식당 가서 먹을 때 제일 고약하고 어려운 음식이 바로 고기다. 고깃집은
혼자 오는 손님을 반기지 않는다. 혼자 구워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불판 열기 때문에 뜨겁고 혼자 고기 구워먹어봐야
맛있지도 않다. 고기를 사와서 집에서 구워먹으면 집안이 온통 고기 냄새로 꽉
차버린다.
"이럴 때는 양고기가 딱인데."
양고기는 열량이 높다. 여러 나라에서 양고기는 기력을 찾기 위해 먹는
보양식이기도 하다. 확실히 양고기를 먹으면 힘이 나기는 한다. 그런데
양고기는 우리나라에서 먹으려고 하면 비싼 편이다. 그리고 양꼬치는 혼자
1인분만 먹기에는 양도 적다.
"아, 맞다. 쿠우쿠우에 양갈비 있지?"
그때였다. 쿠우쿠우에 양갈비가 있는 것이 떠올랐다.
쿠우쿠우는 원래 초밥 무한리필 식당이다. 지금도 여전히 메인은 초밥
무한리필이다. 초밥 무한리필에 샐러드바 무한리필이 약간 가미된 형태였는데
언젠가부터 샐러드바가 매우 커졌다. 지금도 메인은 초밥 무한리필이지만,
샐러드바 음식만 먹어도 맛있고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2023년 여름에 신메뉴로 샐러드바에 양갈비 구이가 등장했다.
그것도 무려 런치, 디너 구분없이 항시 제공되는 메뉴로 출시되었다. 메인
음식이 해산물인 식당에 무려 양갈비 구이를 무한리필로 제공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디너에만 제공되는 건 줄 알았는데 쿠우쿠우에 전화해보니
항시 제공되는 메뉴라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런치 타임에 가봤더니 진짜
양갈비가 무한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쿠우쿠우 가서 몸보신해야겠다."
양고기로 몸보신하고 싶은데 혼자 식사해야 하는 상황. 제일 좋은 선택은
쿠우쿠우였다. 쿠우쿠우 가서 양갈비 구이를 신나게 먹고 오면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 거였다.
"양갈비 먹으러 쿠우쿠우 가네."
쿠우쿠우 가서 양고기를 먹으며 몸보신할 생각을 하니 재미있었다. 쿠우쿠우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초밥을 먹으러 갈 거다. 원래 쿠우쿠우는 초밥 무한리필
부페였으니까. 그러나 지금 내가 쿠우쿠우 가는 목적은 초밥이 아니라
양갈비였다. 양고기 뜯어먹으러 쿠우쿠우를 가고 있었다.
보통 양갈비 먹고 싶다면 양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갈 거다. 그렇지만 올해
여름은 쿠우쿠우 덕분에 양고기 먹고 싶을 때마다 양고기 파는 식당이 아니라
쿠우쿠우 가서 양고기 먹고 있다.
쿠우쿠우로 갔다. 런치 타임에 들어갔다. 매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안내받은
후, 음식을 가지러 샐러드바로 갔다.
"양갈비 먹어야지."
쿠우쿠우에 온 목적은 초밥도 샐러드도 아니었다. 양갈비를 먹기 위해서였다.
다른 때라면 초밥부터 집어왔겠지만, 이날은 양갈비가 목표였기 때문에
양갈비부터 한 접시 집어왔다.
양갈비를 한 접시 집어왔다. 원래는 양갈비에 양념 가루가 안 뿌려져 있다.
양념 고춧가루는 내가 직접 뿌린 거다.
쿠우쿠우에서는 어째서 양갈비를 메뉴로 내놓게 되었는가?
나도 진짜 궁금하다. 쿠우쿠우에서는 2023년 여름에 '쿠우쿠우와 함께하는
세계미식여행' 테마로 샐러드바 신메뉴를 출시했다. 한국은 버섯삼계탕과
칼집양념구이와 해초물회, 인도는 푸렉팟퐁커리, 인도네시아는 나시고렝,
멕시코는 멕시칸씨푸드, 홍콩은 발사믹깐풍믹스, 일본은 이까와사비군함이었다.
중국은 양갈비였다.
다른 메뉴들은 새로 등장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이상할 건 없었다. 쿠우쿠우
가보면 고기구이와 소세지 구이도 있고 피자도 있다. 그러니 크게 이상할 거
없는 메뉴들이었다. 닭, 소,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라면 전에도 있었고 새로
추가된다고 해도 그저 신메뉴 추가되었다고 넘어가도 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양갈비는 아니었다. 양갈비는 한국에서 아직 보편적인 식재료가 아닌 양고기
음식이었다.
어째서 쿠우쿠우에 양갈비가 등장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양고기가 보다
보편적인 식재료가 되었고 양고기 수입도 많이 된다고 보면 될까?
쿠우쿠우는 런치 가격이 20,900원이다. 양꼬치 1인분 가격과 비교해보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가격 자체야 양꼬치 1인분이 더 비싸겠지만, 쿠우쿠우에서
양갈비는 무려 무제한 제공이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집어가면 된다.
쿠우쿠우 샐러드바에서 무한 제공되는 양갈비는 양고기 육향이 진한 편이다.
기분 불쾌하게 만드는 누린내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양고기에서 느껴지는
육향보다는 진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런데 조금만 먹어보면 일반적인 양고기
먹을 때 느끼는 육향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지 쿠우쿠우 양갈비를 먹을 때는
고기를 뭉텅뭉텅 베어먹게 되다 보니 한 입에 들어온 고기 양이 많아서 육향이
진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쿠우쿠우 양갈비에 붙어 있는 뼈 크기는 많이 들쭉날쭉하다. 어떤 것은 뼈가
거의 없다시피하고 작은 뼈가 부드럽게 발라지지만, 어떤 것은 매우 큰 뼈가
있어서 반드시 뼈를 손으로 잡고 먹어야 하고, 어떤 것은 연골 같은 뼈가 박혀
있어서 깔끔히 먹기 힘들다. 뼈 크기에는 일관성이 전혀 없다.
쿠우쿠우 양갈비는 맛이 상당히 기름진 편이다. 정말로 느끼하다. 숯불로 구운
양갈비가 아니라 오븐으로 구운 양갈비다. 양고기가 기름이 많은 편인데
오븐으로 구웠기 때문에 기름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아서 기름지고 느끼하다.
그래서 양념 가루를 많이 뿌려먹는 것이 좋다.
쿠우쿠우 양갈비는 양념가루를 뿌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맛이 강하고 기름지고
느끼한 편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먹으려 하면 금방 물린다. 특히 양념가루를
뿌리지 않고 먹으면 더욱 빠르게 물린다. 그래서 처음부터 양갈비를 먹으면
전체적으로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고, 처음에 다른 음식을 조금 먹은 후에 먹는
것이 좋다. 양갈비부터 먹으면 그 다음에 먹는 음식들이 맛이 없다. 다른
음식을 어느 정도 먹은 후에 양갈비를 먹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양갈비 자체는 맛있지만 쿠우쿠우에 있는 음식들 맛이 양갈비에 비하면 맛이
매우 약한 편이고, 양갈비 자체가 느끼하고 쉽게 물린다는 점을 알고 양갈비를
먹는 것이 좋다. 그래도 이날 목표는 양갈비였기 때문에 양갈비를 많이 잘 먹고
왔다.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몸보신도 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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