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샐러드바를 가보면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일이 있다.
"이건 이거랑 같이 붙여놓는 게 더 좋지 않을 건가?"
샐러드바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다. 이 음식들 중에는 서로 같이 먹는 것이
맛있는 음식들도 있고,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도 있다. 절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들이란 따로 먹으면 맛있는데 둘을 같이 먹으면 음식 맛이
아주 최악으로 변하는 조합들이다. 반면 둘이 같이 먹으면 둘을 각각 따로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고 맛이 업그레이드되는 것들도 있다.
샐러드바 음식 배치를 보면 전채류 - 메인 디쉬 - 후식으로 묶여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전채로 먹는 음식을 보면 다시 몇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샐러드바에서 전채로 준비되어 있는 음식을 보면 독립적인 음식으로 봐도
되지만 식재료로 봐도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전채로 먹기에는 매우 애매한
것들도 종종 섞여 있다. 전채 음식으로 먹기에는 맛이 너무 강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맛이 전채가 아니라 디저트로 먹어야 잘 어울리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배치만 조금 바꿔도 인기 좋고 더 나아가 샐러드바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텐데 왜 저렇게 정형화된 식사 순서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도 있다.
친구와 빕스에 갔을 때였다. 친구가 빕스 할인 쿠폰 좋은 거 나왔다며 몇 장
구입했다고 했다. 친구는 빕스 한 번 가자고 했다. 친구에게 좋다고 했다.
빕스는 맛있기는 하지만 혼자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샐러드바를
혼자 가면 여럿이 간 것보다 음식을 훨씬 못 먹고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속도
조절 실패다. 여럿이 같이 가면 음식 먹는 속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많이 먹게
된다. 하지만 혼자 가면 진짜 혼자 음식만 먹다 보니 처음에 엄청 먹고 시간
한참 남았는데 벌써 배부르다고 씩씩 거친 숨을 내뱉게 된다. 그래서
샐러드바는 혼자 가려고 하면 가격이 조금 부담된다. 혼자 가면 원하는 양이
아니라 원하는 음식도 제대로 다 맛보지 못하고 금방 배불러져서 만족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친구와 날짜를 잡았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빕스로 갔다. 내가
빕스 가면 많이 먹는 것은 연어회다. 연어회만 많이 먹는 것은 아니다. 항상
조금 많이 먹을 뿐이다. 빕스 갈 때마다 많이 먹는 음식은 그때그때 다르다.
예전에는 연어회와 폭립을 많이 먹었지만, 요즘은 폭립은 꼭 많이 먹지는 않는
편이다. 봐서 폭립이 먹고 싶으면 폭립을 많이 먹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연어회는 항상 많이 먹곤 한다.
자리로 간 후 음식을 가지러 갔다. 연어회부터 한 접시 떴다. 연어회를 뜨고
나서 샐러드로 갔다.
"비빔소면에 연어회 올리면 그게 연어회 국수 아냐?"
비빔소면을 조금 집어서 접시에 올렸다. 자리로 와서 비빔 소면과 연어회를
같이 먹어봤다. 진짜로 연어회 비빔소면이었다. 둘이 너무 잘 어울렸다. 매우
맛있었다. 비빔소면은 그렇게 인기 좋아보이지 않는 메뉴인데 이걸 왜 샐러드에
집어넣어놨는지 이해 안 될 정도였다. 연어회 옆에 비빔소면을 갖다 놨다면
매우 인기좋았을 거다.
그때부터 빕스 가면 연어회는 무조건 비빔소면과 같이 먹는다. 그리고 이렇게
되자 비빔소면도 빕스에서 꽤 많이 먹는 메뉴가 되었다.
빕스 샐러드바 자체 제작 메뉴 연어회 비빔국수의 기본은 연어회다.
연어회를 먹고 싶은 만큼 떠온다. 많이 먹고 싶으면 많이 뜨고, 조금 먹고
싶으면 조금 뜨면 된다.
두 번째로 비빔소면을 집는다. 비빔소면은 샐러드바 가보면 매우 흔히 보이는
메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인기가 그렇게 좋은 메뉴는 아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비빔국수 자체가 저런 곳 가서 많이 먹을 메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은 데데, 비빔국수와 어울릴 만한 다른 음식도 별로 없다.
비빔소면에는 생양파와 생오이가 들어가 있다. 나는 여기에 새싹채소를 듬뿍
추가한다. 새싹채소는 식감과 맛을 부드럽게 더해주며 전체적으로 더욱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준다. 부담 갖지 말고 아주 뭉텅이로
집어도 된다. 새싹채소가 많이 들어가면 더 고급스럽고 비싼 맛이 된다.
무순은 쓴맛이 강한 편이라 연어회 비빔국수 만들 때 그렇게 매우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무순을 집어넣으면 호불호 크게 탄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오이를 추가할 수 있다.
나는 빕스 가면 연어회와 비빔국수의 양을 1:1 정도로 맞춘다. 이렇게 연어회,
비빔국수, 새싹채소로 한 접시 채웠으면 자리로 돌아와서 셋을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어디 가서 회국수를 이렇게 먹어보겠어요?
샐러드바 왔으니까 이렇게 즐기는 거죠.
세상 어느 식당에서 회와 국수 비율을 1:1로 만들어서 팔겠는가. 이런 건 진짜
빕스 같은 연어회와 비빔국수가 제공되는 샐러드바에서나 맛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만든 연어회 비빔국수는 물반 고기반이 아니라 연어회 반 국수
반이다. 비빔국수의 매콤새콤한 맛이 연어회의 느끼한 맛을 잘 잡아준다.
비빔국수에서 부족한 기름진 맛과 단백질 맛은 연어회가 채워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채워주는 조합이다.
여기에 새싹채소가 맛에 재미를 더해준다. 부드러운 식감과 맛이 맛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새싹채소는 맛을 재미있게 만들고, 동시에 진한 맛으로
인해 쌓여가는 혀의 피로를 가볍게 풀어준다. 새싹채소가 들어가면 물리지 않고
더욱 즐겁고 많이 먹을 수 있다.
빕스 가면 연어회 반 국수 반인 연어회 새싹 비빔국수를 만들어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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