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이날은 주말이었다. 낮에 돌아다니며 놀 때는
대체로 홍대 쪽으로 가서 돌아다니며 놀곤 하지만, 이날은 홍대가 아니라 종로
쪽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종로에서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종로구와 중구는 평일과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가 조금 차이가 있다.
종로구와 중구는 기본적으로 매우 큰 업무지구다. 지리시간에 도심공동화현상이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소로 배우는 곳이다. 종로구와 중구는
유동인구는 많지만 거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곳으로 매우 유명한 지역이다.
그리고 유동인구도 다시 유동인구의 성격에 따라 다시 종로구와 중구에서
사람이 많은 곳이 평일과 주말에 따라 달라진다.
평일에는 아무래도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에 직장인이 많은 곳에 사람들이 더
몰린다. 그렇지만 주말이 되면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지구
쪽은 사람들이 별로 없는 편이다. 요즘 을지로가 매우 인기 있는 트렌디한
장소가 되어서 을지로는 주말에도 사람들이 매우 많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평일보다 주말에 사람이 훨씬 더 적은 편이다. 그나마 을지로는 트렌디한
장소로 바뀌었기 때문에 주말에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는 거고, 종로에서
진짜 순수하게 업무 지구인 곳은 여전히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별로
없다.
반면 종로구, 중구에서 주요 관광지는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다.
종로구, 중구에는 관광지가 여기저기 많이 있다. 단,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평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직장인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들 중 일부가
관광지로 유입되기만 해도 유동인구 수가 확 증가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수치상으로 관광지는 주말이 평일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하기 보다는
업무지구와 관광지 중 어느 쪽이 사람이 더 많은지에 대해 논할 때 주말은
관광지가 더 많다고 하는 게 맞다.
종로구에 있는 유명한 곳은 한둘이 아니다. 서쪽 광화문 광장부터 동쪽
이화동, 창신동까지 유명한 곳이 상당히 많다. 이들 지역도 트렌드에 따라 뜨고
있는 지역이 있고, 가라앉고 있는 지역이 있다. 길게 보면 돌아가면서 차례대로
뜨는 것 같아보이기도 한다.
이날은 삼청동과 북촌 쪽으로 갔다. 주말에는 종로보다는 종로에서 조금
안쪽인 삼청동, 북촌 쪽이 사람도 더 많고 재미있다.
"사람들 다 밖으로 나와서 놀고 있나?"
홍대는 너무 미어터질 거 같아서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 종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종로도 사람 많기는 매한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삼청동, 북촌에 이렇게 사람들 많이 몰린 건 진짜 오랜만 아닌가?"
삼청동과 북촌은 한때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였다. 한국인도 많이
몰리고 외국인도 많이 몰리는 서울에 왔다면 반드시 가봐야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삼청동과 북촌은 둘이 붙어 있지만 처음 관광지로 뜰 때를
비교해보면 정반대 이유로 뜬 곳들이다. 삼청동은 고급스럽고 서양적인 것으로
뜬 지역이고, 북촌은 서민적이고 한국적인 것으로 뜬 지역이다. 또한 삼청동은
한국인들이 몰리며 뜬 곳이지만, 북촌은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뜬 곳이다.
삼청동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가도 너무 비싼 곳으로 악명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북촌은 2020년부터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이 조용한 동네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북촌, 삼청동이 아니라 익선동이
매우 트렌디한 곳이다.
종로로 놀러온 사람들은 대체로 익선동으로 몰리고 삼청동과 북촌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었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놀러나온 건지
삼청동과 북촌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삼청동과 북촌이 이 정도면 홍대는
인산인해일 거고, 멀지 않은 익선동도 어질어질할 거였다. 그나마 사람 조금
적은 곳을 골라서 온 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거였으니 다른 사람 많은 곳은
볼 필요도 없었다.
"카페도 다 자리 없어!"
돌아다니다가 카페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걸어가면서 카페를 찾아봤다.
카페가 있기는 했지만 자리가 없었다. 나처럼 앉아서 쉴 수 있는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간판 하나를 발견했다.
"지하에 카페?"
개인적으로 카페가 지하에 있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한다. 아무리 조명을 잘
해놔도 자연광과 인공광의 차이는 확실히 크다. 그리고 공기가 다르다. 아무리
눈을 속인다고 해도 공기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저기 가볼까?"
지하에 있는 카페는 콜디우드 안국이었다.
"저기나 가보자."
평소라면 지하에 있는 카페라서 그냥 지나쳤을 거였다. 하지만 이날은 지상에
있는 카페는 전부 만석이라 선택지가 없었다.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서 콜디우드 안국 카페로 들어갔다.
"어?"
내부 인테리어를 보는 순간 무슨 미술 전시실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기존에 봐왔던 카페들의 인테리어와는 너무 달랐다. 카페 느낌이 전혀 없고
현대미술 전시장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잘못 들어온 거 아닌지 확인해봤다. 제대로 들어왔다.
"여기 인테리어 진짜 잘 했다."
콜디우드 안국은 지하에 있는 카페이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안 드는 것이
이상한 카페였다. 그런데 인테리어가 지하 느낌을 많이 없애줬다. 새하얀 벽에
인공 이끼로 만든 산 모양의 조형물은 한국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된 공간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술관은 지상에 있어도 창이 없고 막혀 있는 공간인 곳도
많다. 창이 없는 지하를 작품 전시 공간 느낌으로 바꿔서 창이 없는 지하에
대한 거부감을 최대한 없앴다.
음료를 주문하고 콜드우디 안국 카페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이건 완전 태백 감성인데?"
콜드우디 안국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에 적응되자 갑자기 여기가 강원도
태백시를 컨셉으로 만든 공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태백시 여행 갔을 때 태백시를 보며 받은 인상이 이랬다. 태백시 가보면 어디든
코 앞이 산이고, 산 위로 하늘이다. 괜히 열대야 없는 도시 태백시가 아니다.
게다가 태백시 여행을 여러 번 갔지만, 희안하게 내가 태백시 갈 때마다 태백시
날씨는 흐렸다. 맑은 태백시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하얀 벽, 반사되는
벽과 산 모양 조형물이 더욱 태백시 감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태백시 여행을 안 가니까 태백시 닮은 카페를 와버렸네."
강원도 태백시 여행을 안 가고 서울에서 돌아다니며 놀고 있는데 서울에서 온
카페가 태백시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였다. 여기는 '서울 속의
태백'이라고 불러도 백이면 백 모두 수긍하고 고개 끄덕일 카페였다. 서울
여행이 계단을 내려가 지하실로 들어간 순간 태백시로 순간이동해 태백
여행으로 바뀐 기분이었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주문한 음료를 보고 또 깔깔 웃었다. 태백시는 푸른
숲과 시원하고 맑은 공기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원래는 석탄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래서 태백시 가보면 관광이념품으로 연탄빵 같은 것이 있다.
내가 주문한 음료는 색이 거무튀튀했다. 태백시에서 연탄 라떼라고 판매해도
고개를 끄덕여버리게 생긴 모습이었다. 음료까지 완전히 태백시 감성이었다.
어떻게 보면 태백시 그 자체보다 태백시를 더 태백시답게 표현한 카페
같았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삼청동 북촌 카페 콜디우드 안국은 아주 특별한 카페였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특이했다. 산과 숲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을 때 가면
매우 만족할 카페였다. 태백시와 관련없지만 태백시보다 더 태백시처럼 생긴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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