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루 종일 좍좍 퍼붓다 저녁이 되자 잦아들었다. 그래도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다. 계속 부슬비가 내리다가 가끔 와장창 쏟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전날 태풍 카눈 영상 촬영한다고 밖에 돌아다녔다가 신발이 푹 젖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고, 신발은 젖어서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상태.
밖에 나가기 참 싫은 날 저녁이었다.
"저녁은 먹어야지."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을 만한 것이라고는 라면
뿐이었다. 비가 와서 창문을 닫아놓고 있는데 라면을 끓이면 방이 더워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될 거였다. 라면 끓일 때 발생한 열기와 뜨거운
습기가 더해져서 가만히 있어도 찜통일 게 뻔했다. 도저히 라면을 끓여먹을
날이 아니었다. 이런 날 라면 끓이면 라면을 끓이는 건지 나 자신을 끓이는
건지 분간 안 된다.
"나가서 사먹고 돌아올까?"
여행 다녀오자마자 비가 퍼붓기 시작해서 빨래도 못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음날에 비가 그친다는 일기예보였다.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 바로 빨래를
돌리면 다음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으니 빨래가 마를 거였다. 다음날
꼭 나갈 일은 없었기 때문에 빨래하고 집에서 푹 쉬면 되었다. 토요일이라 낮에
나가서 돌아다니며 놀면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토요일은 밤이 재미없다.
신발을 만져봤다. 신발은 아직 다 마르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말랐다.
신발 외피는 다 말랐고, 속만 조금 안 말랐다. 이 정도라면 드라이기로 말리면
금방 마를 거였다. 드라이기로 신발을 말릴지 고민하다 말리지 않기로 했다.
드라이기로 신발을 말리면 신발이 상한다. 특히 접착제로 붙어 있는 부분이
약해져서 드라이기로 신발을 몇 번 말리면 비올 때마다 물이 새는 신발이
된다.
"뭐 먹지?"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다. 크게 끌리는 것이 없었다.
"닭강정 먹을까?"
먹을 거 딱히 떠오르지 않을 때 만만한 것이 닭강정이었다. 치킨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침 금요일 밤이니 치킨 먹기 좋은 시각이었다. 술은
마시지 않으니 집에서 혼자 콜라와 닭강정을 먹으며 금요일 밤을 보내기로
했다.
내가 닭강정을 사오는 곳은 큰집닭강정이다. 근처에 닭강정 판매하는 가게가
별로 없고 그나마 가까운 곳이 큰집닭강정이다. 내가 잘 가는 큰집닭강정
가게는 닭강정을 매우 맛있게 잘 만들고 양도 매우 괜찮게 잘 준다. 사장님도
친절하시다. 그래서 지금까지 불만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곳이다.
"오늘은 닭강정 뭐 먹지?"
큰집닭강정에서 판매하는 닭강정은 여러 종류가 있다. 골고루 다 먹는 건
무리. 하나를 잘 골라야했다.
"비 오니까 허니버터 닭강정 먹을까?"
비가 오니 액체 양념이 발린 닭강정보다는 후라이드 닭강정이나 파우더를 뿌린
허니버터 닭강정을 먹고 싶었다. 음식이라도 보송보송한 것을 먹고 싶었다.
후라이드 닭강정은 심심할 거 같아서 허니버터 닭강정을 먹기로 했다.
전화로 허니버터 닭강정을 주문한 후 큰집닭강정으로 갔다. 사장님께 인사하고
이제 복날인데 바쁘시겠다고 말했다.
"어제가 말복이었어요. 어제는 아침부터 엄청 바빴어요."
"어제가 말복이었어요?"
어제 - 8월 10일이 말복인 줄 몰랐다. 8월 10일은 그저 태풍 카눈 와서 비
좍좍 내린 날이라고만 여겼는데 말복이었다. 말복 하루 지나서 닭을 먹게
되었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 비닐은 이렇게 생겼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 비닐봉지는 하얀색이다. 가운데에 붉은 지붕과
'큰집닭강정'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붉은 지붕은 기와 지붕을 모티브로
삼았겠지만 볼 때마다 붉은 슬레이트 지붕 같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 상자는 위 사진과 같다. 나는 대자로
주문했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은 닭강정과 떡볶이 떡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은 닭강정과 튀긴 떡볶이 떡에 허니버터 파우더를
뿌려서 비빈 닭강정이다.
허니버터맛은 한때 허니버터칩으로 시작해서 허니버터 열풍이 불었다가 지금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허니버터맛은 여전히 꾸준히 인기가 있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의 닭고기는 순살이다. 순살치킨에 치킨옷을
입히고 튀긴 후 허니버터 파우더를 뿌려서 비벼 만든 닭강정이다. 먼저 닭강정
자체의 맛은 튀김옷이 바삭했다. 닭강정 살코기는 바싹 튀겼기 때문에 조금
단단한 편이다. 씹는 맛이 매우 좋은 편이나,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질기다고
할 수도 있다. 닭강정답게 아주 바싹 튀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특징이다. 단, 이
특징은 큰집닭강정 매장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이 튀기는 것이다 보니
사장님이 추구하는 맛있는 맛에 따라 닭고기 튀긴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내가
간 곳은 사장님께서 아주 바삭하고 속까지 바싹 튀기는 맛을 추구하셔서 힘차게
씹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식감이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 파우더 맛은 기본적으로 달고 짠맛이다. 단맛이
모나지는 않았지만 강하다. 단맛이 강하고 짭짤한 맛도 강한 편이다. 그러나
단맛과 짠맛이 공격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데, 바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버터향
때문이다. 버터향이 단맛과 짠맛의 날카로운 맛을 두툼하고 따스한 이불로
덮어버린다. 그래서 맛이 약간 강하기는 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맥주
안주나 콜라와 같이 먹기 좋은 맛이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허니버터 닭강정은 파우더 뿌리는 양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적당히 뿌리면 매우 맛있는데, 손님에게 인심 쓴다고 파우더
펑펑 집어넣으면 맛이 엄청 짜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허니버터 닭강정을 만들
때 파우더 양을 잘 조절해서 넣어야 한다고 한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을 먹다 보면 파우더에서 묘하게 오뚜기 수프 맛이
날 때가 있다. 이 약간의 향이 맛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의 별미는 바로 튀긴 떡볶이 떡이다. 튀긴 떡볶이
떡만 따로 떡꼬치로 만들어서 팔면 인기가 꽤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은 가래떡이 하도 맛있어서 가끔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 속의 가래떡 먹고 싶어서 허니버터 닭강정을 사먹을 때도
있다. 허니버터 닭강정만 놓고 보면 큰집닭강정이 아니라 큰집떡강정으로 음식
메뉴 변경해서 장사해도 매우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큰집닭강정 허니버터 닭강정은 기본적으로 후라이드 순살 치킨이다. 후라이드
순살 치킨을 허니버터 파우더로 업그레이드한 맛이라고 보면 된다.
허니버터맛을 좋아해서 자주 사먹기도 하지만, 후라이드 치킨 먹고 싶기는 한데
후라이드 치킨 맛이 밋밋해서 심심하기 때문에 후라이드 치킨 대용으로 먹기도
좋은 맛이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