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광장시장 약국 거리 귀금속 거리 로또 명당 복권 성지 평안당

나는 로또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한때 로또를 매주 한 게임씩 사곤 했다. 그러나 5천원 당첨 이상 되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 로또를 사면 오히려 운이 없어지곤 했다. 모든 게 너무 운이 좋고 꿈도 막 엄청 좋은 대박 꿈을 꾸어서 운빨이 최정점인 거 같을 때 로또를 사면 귀신같이 운이 나빠졌다. 좋았던 기운만 싹 다 사라지고 로또는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로또를 구입하지 않는다.

복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복권도 인생에 좋은 점이 있다. 가끔 복권을 사면 복권 당첨되는 희망을 느끼고 복권 당첨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즉석복권은 짜릿한 맛이 있고, 로또는 당첨번호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로또 당첨되었을 때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무료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이러한 재미와 상상은 짜릿한 재미를 준다. 로또 한 게임이 천원이니 천원으로 일주일간 행복한 상상을 그려본다면 나름 꽤 가성비 좋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너무 자주 하면 재미가 많이 떨어지지만 말이다.

로또는 유독 조작 논란이 많다. 로또 공을 조작할 수 있다는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 방송까지 진행될 정도였다. 로또 조작설이 폭발한 사건은 2023년 3월 4일 1057회차 로또에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258에 위치한 J슈퍼에서 2등이 무려 103명이나 나오는 희대의 일이 발생한 사건이었다. 특정 인물이 수동으로 한 번호를 왕창 구매했고 그 번호가 2등 당첨번호라 이런 일이 발생한 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무슨 주식 테마주 몰빵도 아니고 로또를 한 번호로 103개나 몰아서 사냐는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로또 조작설을 제기했고, 결국 대국민 로또 추첨 공개 방송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로또를 보면 유독 당첨이 잘 나오는 로또 명당, 복권 성지가 있다. 1회 정도야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1등도 많이 나오는 거라는 설명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1등 1회 나온 곳이야 전국적으로 수두룩하지만 로또 명당으로 손꼽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로또 명당의 경지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사람들이 많이 사서 1등이 나왔다는 설명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박의 기운은 진짜 따로 있는 것일까?

로또 명당을 보면 아무리 풍수지리 같은 게 미신이라고 해도 진짜 그런 게 있는 거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로또 명당의 경지로 올라가는 과정은 정말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에는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로또 명당, 복권 성지로 인정받은 후에야 사람들이 몰려오고 항상 줄 서니까 많이 팔려서 1등도 많이 나오는 거라 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등이 꽤 많이 나온 후의 일이다. 로또 명당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해냈는지는 진짜 '운'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서울에는 로또 명당, 복권 성지가 여러 곳 있다. 서울 로또 명당 중 부동의 1위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스파다. 스파는 전국 로또 1짱이다. 신흥 강호로 잠실의 기운을 받은 잠실역 8번 출구 잠실 매점의 질주도 매서운 편이지만 아직 잠실 매점이 스파를 따라잡으려면 까마득히 멀었다. 잠실매점과 어깨를 겨루는 곳은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근처 버스판매소이며, 그 다음이 종로5가에 있는 제이복권방이다.

약속된 로또의 땅 종로5가

서울 사대문 안 죽었다!

당신은 약속된 로또의 땅 종로5가를 아십니까?

서울 로또 명당을 보면 매우 흥미로운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종로5가다. 종로5가에는 로또 명당 복권 성지가 무려 두 곳이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번 글에서 다룰 평안당이다.

종로5가는 로또 지리로 보면 상당히 특이한 지역이다. 보통 로또 명당은 지역 짱이 혼자 다 해먹는 형태다. 하지만 종로5가는 로또 명당이 무려 두 곳이나 있다. 바로 제이복권방과 평안당이다. 심지어 이 둘은 멀지도 않고 매우 가깝다. 종로5가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로또 명당인 평안당이 있고, 거기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로또 명당인 제이복권방이 있다.

평안당과 제이복권방 모두 서울에서 손꼽히는 로또의 명가, 로또의 성지, 로또의 명당이다. J복권방이 더 우세하기는 하지만 평안당도 제이복권방이 바로 지척에만 없었다면 사람들이 연일 줄 서서 로또 사는 곳이었을 거다. 제이복권방과 평안당은 거리가 가까워도 너무 가깝고, 심지어 횡단보도도 안 건너고 두 명당 사이에 골목길조차 없다. 도보로 70m 거리 밖에 안 된다.

이렇게 로또 명당 두 곳이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지역은 진짜 없다. 제이복권방은 1등 14회, 평안당은 1등 8회를 기록중이다. 제이복권방과 평안당의 1등 당첨 횟수를 합치면 서울 로또 2짱 잠실매점도 누른다. 종로5가 로또 명당이 통일이 안 되고 제이복권방과 평안당이 양분하기 때문에 종로5가가 로또의 성지로 큰 유명세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 제이복권방과 평안당을 합치면 전국에서 최상위권 로또 성지가 된다.

설마 이것은 도핑빨인가?

종로5가는 약국거리가 있다. 종로백제약국, 온유약국, 미래약국, 보령약국 등 유명한 약국들이 종로 거리를 따라 쭉 늘어서 있다. 약국 규모도 크고 약국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왜 종로5가가 약국의 메카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종로5가는 서울에서 약국 밀집지역으로 엄청나게 유명한 곳이다.

약국거리가 있어서 약물 도핑의 기운으로 로또 명당이 되었다?

그런 약이 있다면 나부터 먹겠다. 아무리 약국거리가 있고 유명한 약국들이 모여 있다고 하지만 그 약국에 로또 1등이 당첨되는 약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그런 약이 있으면 약국 사장님들께서 먼저 앞다퉈 복용하셨겠지. 도핑의 기운으로 로또 명당이 된다고 보기는 조금 그렇다.

혹시 귀금속빨?

종로5가는 약국거리와 더불어 귀금속 거리로 유명하다. 종로5가는 금은방이 밀집해 있다. 그리고 이 금은방 중 금세공을 직접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방송에도 나온 적 있다.

종로5가에는 황금과 온갖 진귀한 보석이 쌓여 있다. 금은방이 몰려 있으니 당연히 황금과 온갖 진귀한 보석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황금과 보석의 기운이 종로5가를 약속된 로또의 땅으로 만든 것일까? 이건 조금 그럴싸하긴 하다.

그런데 종로5가는 왜 그렇게 낙후되어 있는데?

황금의 기운으로도 재개발은 무리입니까?

모르겠다. 종로5가 일대를 보면 황금의 기운이 응축된 곳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낙후된 지역이다. 숭인동, 창신동, 이화동, 충신동이야 낙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종로56가동은 딱히 뭐 걸릴 것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종로56가동도 상당히 낙후된 지역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광장시장 약국 거리 귀금속 거리 로또 명당 복권 성지 평안당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광장시장 약국 거리 귀금속 거리 로또 명당 복권 성지 평안당은 원래 금은방이었다. 귀금속 상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귀금속 상점은 그만두고 완전히 복권 전문 판매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간판은 아직 과거 금은방 시절 간판이다. 평안당에서 로또 당첨되어서 금, 은, 보석, 시계 등 사치를 누리라는 의미의 간판이 아니라 과거에 평안당이 진짜로 금은방이었기 때문에 저 간판이다.

평안당 내부는 제이복권방에 비해 매우 휑한 편이다. 내부에서 보이는 특징이라면 아직은 과거 금은방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로또 테이블로 사용되고 있는 진열장을 잘 보면 금은방 진열대라는 걸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진짜 종로5가는 뭐 있나?'

종로5가는 유동인구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많은 지역이 아니다. 낮에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해전술로 1등이 많이 쏟아져나오는 지역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편이다. 사람 적당히 돌아다니는 흔한 서울의 대로변 수준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사람이 매우 적어지는 지역이다. 서울에서 사람 많은 광화문부터 종로3가, 그리고 동대문 일대에서 종로5가로 오면 한적하고 한산하고 소박한 동네에 온 기분이 들 정도다.

종로5가에 무슨 사람이 별로 없냐고 할 수도 있는데, 사람이 몰리는 쪽은 종로5가역 1번출구에서 종각 방향이다. 평안당과 제이복권방은 종로5가역 4번출구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가야 있고, 1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에는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약국거리, 귀금속거리가 있어서 붐비는 쪽에 가까운 곳은 평안당이지, 제이복권방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로또 1등은 제이복권방이 더 많이 나왔다.

서울 종로5가는 이렇게 매우 재미있는 곳이다. 광장시장만 있는 곳이 아니다. 약속된 로또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