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매우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기력이 쫙쫙 빠지는 매우 뜨거운
날씨였다. 실내에 있으면 시원했지만 밖에 나가면 바로 몸 속의 수분이 펄펄
끓어서 땀으로 전부 배출되어 미라가 되어버릴 것 같은 뜨거운 열기가 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기는 한데 이 더운 날씨에
돌아다니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런 날 돌아다니면 조금 돌아다니다 바로
녹초가 되어버릴 거였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었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뜨거운 여름에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밖에 나가서
저녁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놀고 싶었다.
"양고기나 먹을까?"
밖에 나가서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보양식을 찾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보양식인 삼계탕부터 시작해서
열량이 상당히 높은 음식들이 보양식으로 인기다. 한국에서는 양고기가 아직
보양식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양고기는 힘이 나게 해주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밖에 나가서 평범한 보양식 대신 양고기를 먹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이런 날 혼자 양꼬치 구워먹기는 싫은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양고기 요리는 양꼬치다. 우리나라에서 양꼬치는
크게 중국식 양꼬치와 중앙아시아식 양꼬치가 있다. 둘 다 양꼬치 구이이지만
차이가 있다. 양념 차이도 있고, 중국식 양꼬치는 중앙아시아식 양꼬치에 비해
고기 한 점 크기가 매우 작다. 그리고 중국식 양꼬치는 자신이 직접 구워먹어야
하지만, 중앙아시아식 양꼬치는 구워서 나온다.
중앙아시아식 양꼬치를 먹는 건 너무 거창하게 먹는 거 같았다. 혼자서 먹기야
하지만, 양꼬치 하나만으로는 식사가 안 되고, 다른 식사까지 주문하면 돈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다. 중국식 양꼬치를 먹자니 그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혼자서 몇인분 먹으면 이쪽도 비싸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직접 구워먹는
동안 화로의 열기를 다 뒤집어써야 했다.
"오랜만에 동북화과왕 가서 즈란 양고기 볶음 먹을까?"
양고기는 먹고 싶지만 더위 무릅쓰고 화로에 직접 구워먹거나 너무 거창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럴 때 매우 좋은 양고기 요리가 있다. 바로 즈란
양고기 볶음이다. 그리고 여러 중국 식당에서 먹어본 결과, 즈란 양고기 볶음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근처에 있는 동북화과왕이 가장 맛있었다.
한국에서 양고기 맛집이란?
한국에서 양고기 맛집은 오직 하나만 보면 된다. 손님이 매일 많은 곳이
맛집이다. 다른 것은 거의 볼 필요 없다. 즈란 양고기 볶음처럼 손님이
요리하거나 맛에 변화를 주는 과정이 하나도 없고 주방에서 완성된 요리로
나오는 경우라면 음식점 실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양꼬치 맛집, 양고기 구이
맛집 찾는다면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써도 된다. 아니, 오히려 신경 안 쓰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 그저 인기 많은 식당으로 가면 된다.
한국에서 다른 고기 음식점과 달리 양고기 맛집만은 무조건 손님 매일 많은
집이 맛집이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양고기는
전량 호주산, 뉴질랜드산이다. 식당에 따라 어떤 식당은 호주산을 사용하고
어떤 식당은 뉴질랜드산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양고기는 전량 수입이고,
주로 수입해오는 나라가 호주, 그 다음이 뉴질랜드다. 호주산 양고기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고, 뉴질랜드산 양고기는 어쩌다 가끔 보인다.
양고기가 전량 수입이다 보니 애초에 양고기 맛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할 수
없다. 싱싱한 양고기고 냉동 양고기고 그런 거 없다. 다 똑같이 수입산
양고기다. 그러면 남는 건 오직 하나다. 식당에서 얼마나 빠르게 식당에 들어온
양고기를 판매해서 소진하고 다시 양고기를 사오는지만이 관건이다. 특히
양꼬치는 양꼬치에 양념을 발라주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조차 무의미하다. 양념 가루는 본인이 만들어서 찍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고기 맛보다 본인이 양념 가루를 얼마나 맛있게 잘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제 많은 한국인들이 양고기를 즐기고 있지만, 양고기는 아직까지도
한국인들에게 일상생활 속 식재료가 아니다. 외식으로 양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많지만, 집에 양고기를 사와서 양고기로 국을 끓이고 찜을 만드는 등 일생 생활
가정식으로 만들어 먹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양고기 특유의
냄새는 한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양고기는 시간이 지날 수록 냄새가
상당히 심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양고기 맛집이란 식당에서 구매해온
양고기가 최대한 빨리 소진되는 식당이다.
과거에는 그래도 식당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것도 기본적인 맛의
차이는 아니었다. 서비스의 차이였다. 식당에서 주인 및 종업원이 직접
양꼬치를 구워주는 식당, 손님들에게 일일이 어떻게 굽는지 시범을 보여주고
가르쳐준 다음에 알아서 구워먹도록 하는 식당이 있었고, 아예 알아서 먹으라고
하는 식당이 있었다. 양꼬치를 직접 숯불에 구워먹는 건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 차이가 양꼬치 맛의 차이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든 양꼬치 가게가 다 자동 기계로 굽는다. 그러니 지금은 정말로
양고기 맛집 찾고 싶으면 닥치고 손님 많고 유명한 곳으로 가면 된다.
서울 동대문 중국 음식 원조 맛집 동북화과왕
지금은 양고기 판매하는 중국 식당이 매우 많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양고기 판매하는 중국 식당은 별로 없었다. 서울만 해도 양고기를 먹으려면
멀리 중국인과 조선족의 도심이라 할 수 있는 대림까지 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대문에서 양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으로 가야 했다.
동대문에서 양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은 다시 중앙아시아식 양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과 중국식 양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으로 나뉜다. 중앙아시아식 양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 중앙아시아 거리에 밀집해
있고, 중국식 양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은 동대문 창신동 근처에 밀집해
있다.
10년 전만 해도 동대문에조차 중국식 양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별로
없었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우 오래된 곳 중 하나가 바로
동북화과왕이다. 동북화과왕이 어떻게 보면 이 지역에서 중국식 양고기 요리
식당의 원조라 불러도 되는 곳이다. 동북화과왕이 먼저 있었고, 그 다음에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동대문과 창신동 일대에 있는 대부분의 중국 식당들이
동북화과왕보다 나중에 생겼다.
동대문이 있는 창신동을 보면 한국 네팔 식당의 지존이자 원조인 에베레스트,
이 일대 중국 음식의 원조급인 동북화과왕이 있다. 이 두 식당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매우 유명한데 의외로 방송에서 그렇게 잘 다루지 않는 편이다.
두 식당 모두 워낙 독보적이었고 혼자 유명했던 기간이 길어서인지 2010년대
중반부터는 방송이나 언론매체에서 에베레스트와 동북화과왕을 일부러 피해서
다른 식당을 소개하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대놓고 보였다. 에베레스트와
동북화과왕보다 음식 맛이 비교도 안 되게 형편없는데 인도 카레 맛집, 중국
음식 맛집이라고 매스컴에 등장한 식당이 매우 많았다. 에베레스트와
동북화과왕은 너무 유명하고 독보적이라 언론에서 맛집 소개할 때 억지로
피하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한 식당이다.
그러나 언론에 종종 등장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중국인, 조선족들
많은 대림동, 자양동에 있는 식당들보다 동북화과왕이 훨씬 맛있다.
동북화과왕은 중국 음식 식당 중에서는 노포 소리 들어도 되는 식당이다.
그리고 그만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동북화과왕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중국 음식 맛집 중 손꼽히게 맛있는 곳 중
하나다.
동북화과왕으로 갔다. 동북화과왕은 동대문역 6번 출구 근처에 있다.
창신동은 얼마 전부터 중국인 관련 가게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베트남인 관련 가게들이 채워가고 있다.
동북화과왕은 간판이 매우 빛바랬다. 그만큼 오래된 식당이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동북화과왕이 나온다.
동북화과왕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님 아주머니께서 반가워하셨다.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즈란 양고기 볶음은 17000원이었다. 즈란 양고기 볶음을 먹으러 왔기 때문에
즈란 양고기 볶음을 시켰다.
즈란 양고기 볶음은 식사보다는 술안주, 반찬으로 주문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식사로 먹을 것을 주문하려고 봤다. 원래 혼자 와서 즈란 양고기 볶음을
주문하면 계란 볶음밥을 주문하곤 했다. 계란 볶음밥과 즈란 양고기 볶음을
같이 먹으면 매우 맛있다. 하지만 이날은 아주 오랜만에 옥수수 국수 온면을
주문했다. 즈란 양고기 볶음은 옥수수 국수 온면과 같이 먹어도 매우 잘
어울린다.
밑반찬으로 배추김치와 짜사이가 나왔다.
서울 동대문 맛집 동북화과왕 추천 양고기 요리 즈란 양고기 볶음
즈란 양고기 볶음은 중국어로 孜然羊肉 이다. 孜然 쯔란은 중국 음식에서
향신료로 사용하는 커민이다. 양꼬치 소스 만들 때 들어가는 씨앗이 바로
쯔란이다. 羊肉은 한자 그대로 양고기. 그러니까 孜然羊肉을 그대로 해석하면
'커민 양고기'다.
동북화과왕의 즈란 양고기 볶음은 양고기에 매운 고추, 고춧가루, 커민을 넣고
볶은 음식이다.
동북화과왕 즈란 양고기 볶음은 양꼬치와는 아주 다른 양고기 음식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동북화과왕 즈란 양고기 볶음은 매콤하고 기름지고 고소하다. 양고기 특유의
향에 양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고소한 맛이 꽤 강하다. 그리고 기름에 볶았기
때문에 꽤 기름진 음식인데, 느끼한 맛을 매운 맛으로 잡았다. 고춧가루를
뿌려서 전체적으로 느끼한 맛을 한 번 잡고, 매운 고추를 넣고 같이 볶아서
다시 한 번 느끼한 맛을 잡은 음식이다.
고소한 맛이 강한 양고기를 기름에 볶았으니 고소한 맛이 엄청나게 강하고,
고춧가루를 뿌려서 매콤한 맛이 더해졌다. 여기에 양고기와 잘 어울리는 쯔란이
들어가서 양고기 잡내도 잘 잡히고 양고기 풍미만 아름답게 살아 있다. 또한
매운 고추를 같이 넣고 볶았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친숙한 고추 매운맛이 즈란
양고기 볶음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
동북화과왕 즈란 양고기 볶음은 살짝 짭짤하다. 즈란 양고기 볶음을 입에
넣으면 기름진 맛과 볶음의 고소한 향, 그리고 짠맛이 들판을 질주하는 가축의
발굽 소리가 되어 입 안에서 울려퍼진다. 매콤한 맛은 뜨거운 햇볕이 되어
들판을 질주하는 가축들을 비춘다. 이렇게 기름진 맛, 고소한 향, 짠맛이 한
차례 지나가고, 그 뒤에 즈란 양고기 볶음을 씹으면 그때부터 양고기 특유의
풍미가 목동의 노래가 되어 입 안에서 메아리친다.
즈란 양고기 볶음의 최대 장점은 두 가지다. 먼저 혼자 양고기 먹고 싶을 때
주문하기 매우 좋은 음식이다. 특별한 밥 반찬 삼아서 주문하면 딱 좋다.
여기에 즈란 양고기 볶음은 음식이 완성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손님이 할 것이
없다. 손님은 주방에서 나온 즈란 양고기 볶음을 먹기만 하면 된다. 양고기를
먹고 싶기는 한데 날이 너무 더워서 뜨거운 숯불을 접하기 매우 싫을 때나
양꼬치 굽는 냄새가 옷에 베이는 것이 신경쓰일 때 주문하면 상당히
좋다.
동북화과왕 옥수수 온면 국수
옥수수 국수 온면은 위와 같이 생겼다.
동북화과왕의 옥수수 국수 온면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다. 인스턴트 국물
비슷하면서 다르다. 예전에는 옥수수 국수 온면에 다진 고기도 매우 많이
들어가서 저거 한 그릇만 먹어도 배 터질 지경이었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인지 다진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옥수수 국수 온면은 식사로 먹기 좋다. 옥수수 국수 온면 국물은 여러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린다. 심지어 양꼬치 구워 먹을 때 국물 먹고 식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켜도 좋다. 술안주로도 은근히 좋은 음식이다.
서울 동대문 창신동 동북화과왕은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소개가 덜 되는
식당이다. 한국에 양고기가 널리 퍼지기 이전부터 동대문에서 양고기 요리를
판매해온 식당이고, 여전히 인기 좋은 식당이다. 보통 양고기를 먹으러 가면
양꼬치를 많이 먹지만, 동북화과왕 간다면 즈란 양고기 볶음을 먹는 것도 매우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혼자 양고기 먹고 싶을 때, 점심으로 양고기 먹고 싶을
때, 더운 날 불 가까이 있기 싫고 양고기는 먹고 싶을 때 즈란 양고기 볶음은
환상적인 선택지가 된다.
동대문 중국식당의 원조가 있었군요. 에베레스트는 워낙 유명한 맛집이죠 게다가 서울, 동대문, 외국음식 키워드를 달고 있으면서도 비싸지 않은 금액이고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ㅎㅎ
답글삭제한국에서 들어오는 대부분 양고기는 중국 아니면 호주 아닌가요? 몽골에서 양고기를 먹어봤는데 의외로 한국보다 양육향이 강하지 않더라고요. 현지인이 말해준 정보로는 곡물 사료가 아닌 풀때기를 먹어서 그렇다고 했어요. 양꼬치만 주구장창 먹었지 쯔란 양고기 볶음은 시도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네요.
사장님이 중국 동북지방 분이신가봐요. 가게 이름에 동북이 들어간 것을 보면요. 동북지방 음식하면 꿔바로우랑 홍차이탕도 있는데 이 가게에도 있을까요? 러시아 보르쉬는 먹어봤는데 중국식 보르쉬는 먹어보지 못했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중앙아시아식 양꼬치 양념을 더 선호해요. 집에서 양고기 주문해 먹을 때도 야매로 중앙아시아식으로 양념해 숙성 후 먹어요 ㅎㅎ 중국식도 맛있지만 너무 많이 먹어 살짝 물린다랄까요? 중국식이든 CIS든 큐민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죠 ㅋㅋ
각종 향신료에 요거트, 레몬즙, 올리브 오일 등을 넣어 반나절 정도 숙성해 숯불에다 구워 먹으면 호접몽 저리가라할 정도로 중앙아시아에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남은 요거트에 물이랑 소금타서 흔들어 먹으면 아이란 비슷한 느낌도 낼 수 있죠 ㅎㅎ
참그나룬 님 글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태원에 우즈벡 식당인 라자트에서 샤슬릭 다시 먹고 싶네요 ㅎㅎ
동북화과왕은 친구랑 서울 방문하면 방문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우선 구글지도에 북마크 해둬야겠네요.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