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아이리쉬 펍 피시 앤 칩스 맛집 더크랙하우스

친구와 멀리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여행 마지막 일정에서 친구가 일정을 제대로 망쳐놓기는 했지만 친구와의 여행 일정 대부분은 매우 재미있게 잘 보내고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피곤했지만, 버스에서 잠을 매우 깊게 잘 잤다. 서울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다시 하루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여행의 피로가 싹 풀려 있었고, 체력이 많이 충전되어 있었다.

여행을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워요.
여운 같은 거 필요없어요.

여행을 이대로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시간이었다. 친구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가면 밤이 될 거였다. 서울에 도착한다고 바로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야 여행이 끝난다. 내게는 아직도 많은 길이 남아 있었다. 서울에서 다시 내가 살고 있는 집까지 가려면 또 한참 가야 했다.

버스에서 잠깐 잠을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해도 집까지 돌아가는 일은 매우 피곤한 일이라서 집까지 돌아가면 또 피곤해질 거였다. 그런데도 더 돌아다니고 싶었다. 여행을 이렇게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게 좋다고 하지만 아쉬움 하나도 없을 때까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일정 마지막이 영 안 좋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그것이 단지 운이 안 좋았던 거라고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꿈틀거렸다.

"서울 조금 돌아다닐까?"
"그러자."

이건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친구도 여행을 이렇게 끝내기에는 매우 아쉬운 모양이었다. 여행 마지막을 화끈하게 재미있게 보내고 끝냈다면 좋았겠지만, 여행 마지막 날은 여행이 아니라 친구의 방황에 끌려다니는 일정이었다. 나는 친구의 방황에 끌려다녔고, 친구는 정신없이 방황했다. 그래서 친구도 그런 기운을 날려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날이 저물고 깜깜해져 있었다. 어디 갈 만한 곳이 없는지 떠올려봤다.

우리의 추억이 많은 이태원 어때요?
이태원은 같이 걸으며 과거 이야기만 해도 즐겁잖아요.

나와 친구는 한때 이태원을 정말 많이 갔다. 이태원에서 클럽 같은 곳을 가기 위해 많이 간 건 아니었다. 한밤중에 잡담하면서 걸어가다 보면 이태원이 나왔다. 친구와의 추억만 있는 곳이 아니었다. 내 개인적으로, 친구 개인적으로 여러 추억이 있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었다. 그래서 이태원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더라도 친구와 같이 가기만 하면 서로 과거 이야기를 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곳이었다. 서로 같이 경험했던 이야기를 함께 회상하기도 하고,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어도 힘든 줄 모르는 곳이 바로 이태원이었다.

친구와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이태원역으로 갔다. 과거에 이태원은 매우 신나는 동네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태원 상권이 매우 침체되어서 흥이 나는 분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덜했다. 그래도 친구와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걷는 것은 재미있었다. 이태원이 과거와 달리 사람 엄청 많고 매우 신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억까지 빛바랜 흑백 사진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우리 뭐 먹을까?"

이태원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나는 빨라도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거였다. 친구도 조금 출출해하는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출출하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같이 이태원 온 김에 무언가 먹고 싶었다.

"피쉬 앤 칩스 파는 곳 없나? 너 피쉬 앤 칩스 좋아해?"
"피쉬 앤 칩스? 그거 먹고 싶어?"

친구가 피쉬 앤 칩스를 먹고 싶다고 했다. 내게 피쉬 앤 칩스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피쉬 앤 칩스는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피쉬 앤 칩스 자체가 그렇게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그래도 친구가 피쉬 앤 칩스 먹고 싶다고 하니까 피쉬 앤 칩스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태원을 돌아다니면서 피쉬 앤 칩스 판매하는 가게를 찾아봤다. 아이리쉬펍인 더크랙하우스에서 피쉬 앤 칩스를 판매한다고 나와 있었다.

"펍이면 술집 아냐? 그냥 가서 피쉬 앤 칩스만 먹고 나와도 될 건가?"
"가서 물어보면 되지."

친구는 피쉬 앤 칩스가 꽤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더크랙하우스가 아이리쉬펍이라고 해서 피쉬 앤 칩스만 주문해서 먹고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친구는 일단 가서 물어보자고 했다.

친구와 더크랙하우스로 갔다.




아무리 봐도 내부는 술집이었다. 종업원은 백인이었다. 친구가 영어로 피쉬 앤 칩스만 주문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피쉬 앤 칩스를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더크랙하우스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었다.




더크랙하우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다.




더크랙하우스 인테리어는 영화에서 보던 펍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바닥과 벽면 모두 목재를 많이 사용했다. 내부 인테리어에 목재를 많이 사용했고, 작은 바와 여러 테이블의 배치, 그리고 매우 많이 보이는 영어와 실내에 있는 서양인들은 확실히 영화 속 유럽 펍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유럽의 펍은 가본 적이 없다. 술을 즐기지 않아서 펍을 가봐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일이 없었다. 유럽 여행은 몇 번 가봤지만 유럽의 펍은 다른 영상 콘텐츠에서 본 것이 전부다.

조금 기다리자 피쉬 앤 칩스가 나왔다.




피시 앤 칩스는 생선 튀김과 감자 튀김, 완두콩과 하얀 크림 소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 피시 앤 칩스가 이렇게 생겼다. 피시 앤 칩스에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한다면 그게 오히려 어색하고 웃길 것이다.

피시 앤 칩스는 영국의 대표 음식이지만, 고급 요리는 아니다. 서민들이 많이 즐겨먹는 음식이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가볍게 식사로 먹기도 하고 안주로 먹기도 하는 음식이니 우리나라 음식 중 순대국쯤 되는 포지션일 거다.




피시 앤 칩스를 먹기 전에 생선튀김에 레몬즙을 가볍게 뿌렸다.

더크랙하우스의 피시 앤 칩스를 먹기 시작했다. 피시 앤 칩스는 맛있었다. 생선까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다. '영국 대표 음식 피시 앤 칩스'라고 하면 매우 거창한 음식 같지만 실제로는 생선까스에 감자칩 곁들여주고 하얀 타르타르 소스에 생선까스를 찍어먹는 것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생선까스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좋아하는 맛이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너무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애초에 피시 앤 칩스가 그런 음식이다. 피시 앤 칩스의 튀김옷은 매우 바삭하고 베어물자마자 와삭 소리 나는 그런 튀김옷이 아니다. 속에 들어가 있는 생선이야 생선맛이고 말이다.

예전 유럽 여행 떠오르지 않나요?

더크랙하우스의 피시 앤 칩스는 맥주 안주로 먹기에 좋은 맛이었다. 맛에 엄청난 점수를 준다기 보다는 가게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피시 앤 칩스 맛의 조화가 잠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예전 유럽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더크랙하우스의 피시 앤 칩스는 한국에서 느끼는 유럽의 맛이라 가보라고 하기 보다는 유럽 여행을 이미 다녀온 사람들에게 유럽 여행의 추억을 회상하며 먹을 만한 음식으로 추천할 만했다.

4 댓글

  1. 글 느낌에서 브런치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 ㅎㅎ 친구분께서 영국을 좋아하시거나 영국에서 학업을 하셨나요? 보통 맛있는 음식을 생각했을 때 국가 카테고리 중 영국은 배제되니까요 ㅎㅎ 가게 내부는 외국의 펍 비슷하게 되어 있네요. 비록 저도 참그나룬님과 같이 미디어에서 경험한 모습이 다이지만요.

    저도 이태원을 좋아해요. 터키 여행을 갔다 온 이후로 당시 튀르키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니까요. 뛰르끼에 알리베이??란 집을 좋아했어요. 경리단길이 메스컴을 타기 직전 남산 입구 근처에 위치했었어요. 당시 사장님이 월세가 오르고 장사는 안된다며 튀르키예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었죠. 숯은 아니었지만 탄으로 불향을 냈고 쉬시와 쾨프테를 정말 맛있게 하셨어요. 외국음식에 경리단길에 위치했음에도 쾨프테가 그때 당시 가격으로 1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태원에서 가장 좋아하던 식당이었는데 1년 뒤 다시 방문하니까 요상한 미국식 수제 햄버거 집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요즘은 확실히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 한산한 느낌이죠. 근래 사건들도 있었고요. 이태원 방문을 안하지 만 2~3년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요즘 혈중 튀르키예 농도가 줄어들고 있는데 조만간 방문해 튀르키예 음식으로 기름칠 좀 해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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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친구가 영국을 다녀왔는지 모르겠어요. 호주 워홀 다녀온 건 아는데요. 그런데 이태원에서 일한 적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유럽 여행도 다녀왔었구요. 영국음식은 참 미스테리에요. 다른 나라에서 영국요리 먹으면 맛있는데 왜 본토는 대체 그럴까요? 저도 영국 안 가봤지만 영국 가서 영국 음식 먹고 평을 좋게 한 사람을 못 봤어요 ㅋㅋ;;

      이태원에서 튀르키예 음식 터줏대감은 쌀람이었어요. 거기가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양고기 케밥 먹을 수 있는 유이한 곳이었어요. 터키 쌀람이랑 이집트 알리바바 둘 있었어요. 지금은 검색해보니 쌀람베이커리만 나오고 쌀람은 안 나오네요. 한때 이태원에 멋진 식당들 꽤 있었는데 많이 없어졌더라구요. 제일 아쉬운 건 예멘 식당 없어진 거였어요. 거기 만디가 진짜 엄청났거든요. 고기고기에 기름기름에 양도 엄청 많아서 데려가서 만디 사주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충격받곤 하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없어졌더라구요 ㅠㅠ

      노마디즘님 댓글 보니 오랜만에 이태원 가서 터키 음식 먹고 싶네요. 제가 잘 가던 곳은 안녕하신지 궁금하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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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살람 방문했었어요 ㅎㅎ 튀르키예 여행 전 음식을 먼저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랑 같이 방문했어요. 나르길레까지 같이 하고 나왔었죠 ㅎㅎ 제가 방문했던 살람은 서울 중앙 성원 아래에 위치했었는데 그 가게가 맞을까요? 역병사태 2~3년전 가게를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태원에 예멘 식당이 있었군요.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방문하지 못하는 국가의 음식을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것인데 사라졌다니 아쉬워요. 중앙성원 맞은편에 있는 이집트 식당도 유명한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터키 음식 먹고 싶을 땐 킹케밥을 자주 방문해요. 쾨프테나 이스켄데르 케밥을 나름 맛있게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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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노마디즘님께서도 살람 다녀오셨군요 ㅎㅎ 거기 맞아요. 이태원 모스크 아래에 있는 가게요. 중앙성원 맞은편 이집트 식당도 괜찮아요. 알리바바보다는 훨씬 맛있어요. 저는 이태원으로 케밥 먹으러 갈 때는 야고만두 옆 미스터케밥을 잘 갔어요. 그런데 야고만두, 미스터케밥 둘 다 없어졌네요. 그러고 보니 이태원이 참 많이 변했네요. 각 문화의 나와바리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가서 보고 와야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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