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는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카페 가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먼저 어디에서 만날지를 의논했다. 지인은 서울에 살고 있고,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다. 지인이 경기도로 넘어오는 것보다 내가 서울로 가는
것이 훨씬 더 나았다. 나야 서울 가서 지인 만난 후 헤어진 다음에 시간 남으면
서울 돌아다니면서 혼자 시간 잘 보내고 놀 수 있다. 그러나 지인이 경기도로
오면 지인은 여기에서 나와 만난 후 할 것이 없을 거였다.
나는 서울 어느 곳에서 만나도 괜찮았다. 약속 시간까지 그렇게 여유가 없는데
당장 서울로 오라고 하면 매우 곤란하다. 그러나 며칠 전에 약속을 잡으면 서울
구석이라고 해도 내가 일찍 출발하면 되기 때문에 상관없었따. 서울 사는
지인에게 어디에서 만나는 것이 편하냐고 물어봤다. 서울에서 지인이 만나기
쉬운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자 지인은 남영역에서 만나자고 했다.
"남영역이요? 남영역에 뭐 있죠?"
지인이 남영역에서 만나자고 한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남영역은 지나가기는
여러 번 지나가봤다. 내 기억 속 남영역은 서울의 후줄근한 도심 비슷한
풍경이었다. 남영역에서 지인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낼 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남영역에 숙명여대 있잖아요."
지인은 남영역에 숙명여자대학교가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남영역 근처에
숙대입구역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숙명여대는 알고 있기는 했지만 가본 일이
내 인생에 단 한 번 있었다. 그것도 무려 20년 전 일이었다. 숙명여대는 아예
갈 일이 없어서 남영역 근처에 숙명여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다.
숙명여대 근처라고 하니 대학가 번화가가 있을 거 같았다.
한편으로는 대학가 번화가가 의외로 별 볼 일 없을 거 같기도 했다. 예전에
동국대학교를 나온 지인이 있었다. 동국대학교도 대학교 번화가가 그렇게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곳이다. 그래서 동국대학교 나온 지인에게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어디 가서 노냐고 물어보자 주로 명동 가서 논다고 알려줬었었다.
그걸로 미루어봤을 때 숙명여대 학생들도 숙대입구쪽에서 놀 수도 있지만,
숙대입구에서 이태원, 명동 등이 별로 안 멀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서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는 뭘로 하죠?"
지인은 고기를 못 먹는다고 했다. 지인은 생선은 먹지만 고기는 원래부터
싫어했다고 했다. 나야 생선을 먹든 고기를 먹든 상관없지만 지인이 고기를 못
먹으니 지인 입맛에 맞춰서 점심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게 좋았다. 게다가 나는
딱히 무언가 엄청나게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지인이 메뉴와 식당을 다 정하는
것이 여러 모로 편하고 좋았다. 지인과 메뉴 놓고 토론할 일도 없고 내가 식당
안 찾아봐도 되니 말이다.
"이쪽에 생선구이 맛있게 하는 집 있어요."
"그래요?"
"예, 용산경찰서 근처에 있는 곳인데 근처 공무원들도 많이 오는
곳이에요."
지인은 남영역 근처에 생선구이 맛있게 하는 집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거기
가서 점심 먹기로 했다.
약속 날짜가 되었다. 지인이 숙대입구역에서 만나자고 해서 숙대입구역으로
갔다. 숙대입구역에서 지인을 만나서 지인이 가자고 한 식당으로 갔다. 지인을
따라서 간 곳은 바로 '참어랑'이라는 식당이었다.
참어랑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참어랑 식당 인테리어는 한옥 내부 같으면서 카페 같기도 했다. 어른들을
타겟으로 하면서 동시에 인스타그램 사진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들도 겨냥한
인테리어였다.
참어랑 식당은 벽면 한쪽을 콘크리트 벽돌 재질로 장식장을 만들어서 여러
소품을 배치해놨다. 이쪽만 사진으로 찍어서 남영역 근처에 예쁜 카페 왔다고
하면 그대로 믿을 것 같은 인테리어였다.
참어락 식당 메뉴를 봤다. 생선구이와 생선탕이 있었다. 생선구이는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갈치구이, 임연수구이가 있었고, 탕에는 동태탕과
알탕이 있었다.
나는 임연수구이를 주문했다. 생선구이는 고등어 구이를 좋아하지만
임연수어는 먹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 임연수구이로 주문했다.
식당 내부를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밑반찬이 나왔다.
밑반찬은 감자조림, 계란찜, 김치, 단무지무침, 콩자반이었다.
'단맛을 많이 안 썼네?'
감자조림은 단맛을 많이 쓰지 않았다. 밥반찬으로 먹기 좋은 맛이었다. 김치는
단맛이 있는 겉절이였다. 젓갈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임연수구이가 나왔다. 임연수구이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너무
바싹 굽지 않아서 가시를 발라내기 매우 편했다. 가시가 부드럽게 잘 발렸다.
굵은 가시는 발라내야 했지만, 잔가시는 그냥 씹어먹어도 되었다.
가시를 잘 발라내면서 임연수 구이 맛은 고소하고 기름졌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만드는 맛이었다. 살은 기름기가 있고 촉촉했다. 임연수구이는
그렇게 짜지 않았다. 점심에 식사로 먹기 좋은 맛이었다.
참어랑 식당 내부에서는 생선구이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
먹으러 왔을 때 옷에 생선구이 냄새 독하게 베일 걱정 안 해도 되는
곳이었다.
서울 용산구 남영역, 서울용산경찰서, 숙명여대 근처에 있는 생선구이 맛집
참어랑은 점심에 생선구이 백반 먹고 싶을 때 찾아갈 만한 식당이었다.
열광하면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집에서 구운 생선보다는 조금 더 맛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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