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주한미군이 우리나라 문화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음을 목격하게 된다. 주한미군의 미국 문화는 한국 문화와 상당히 다른
편이다.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에 가보면 다른 지역과는 문화적으로 다르고,
주한미군과 연관있는 문화가 존재한다. 또한 주한미군이 주둔한 적 있거나
주둔하고 있는 지역을 가보면 주한미군과 관련된 인문지리적 풍경이
존재한다.
주한미군이 주둔한 적 있거나 주둔하고 있는 곳에서는 음식 문화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정확히는 음식에서 타지역과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주한미군이 주둔한 적 있는 곳 중 주한미군기지 및 기지촌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곳도 꽤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문지리적
풍경에서는 주한미군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곳도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음식은
한국에 서양 식재료가 널리 퍼지면서 주한미군부대의 철수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고, 심지어는 오히려 더 유명해지고 널리 퍼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주한미군과 관련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부대찌개다.
주한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스팸, 소세지를 한국 음식 식재료로 활용해서 만든
음식이 부대찌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배추김치 있는 곳이라면 배추김치에
다른 식재료 넣고 볶거나 끓여서 먹는 문화가 같이 존재한다. 한국 음식
문화에서 배추김치는 단순히 밥반찬에 그치지 않는다. 배추김치는 반찬이기도
하지만, 양념 및 조미료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 때 양념 및
조미료를 넣는 개념으로 배추김치 또는 김치 국물을 넣는 일이 매우
흔하다.
단적인 예로, 스팸 김치찌개, 참치 김치찌개, 꽁치 김치찌개 같은 것은 누가
독자적으로 발명해낸 조리법으로 볼 수가 없다. 이런 존재를 아예 모르더라도
배추김치가 집에 있고 뭔가 음식을 요리해서 만들고 싶은데 재료가 딱히 없다면
누구나 배추김치와 있는 재료 섞어서 볶거나 끓여서 무언가 만든다. 그게 스팸
김치찌개가 될 수도 있고, 스팸 김치국이 될 수도 있다. 배추김치와 다른 재료
섞어서 볶거나 끓여서 만든 음식의 종류가 몇 가지 존재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상품화에 성공한 종류는 알 수 있지만, 누가 배추김치에 무엇을
섞어서 어떤 요리를 만들어 먹고 있는지 일일이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마치 고춧가루 들어가는 음식 종류가 몇 가지 되는지 물어보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문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주한미군기지가 주둔했던 곳에서는 부대찌개가 지역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배추김치에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스팸, 소세지를
넣고 끓인 찌개가 부대찌개이기 때문이다. 부대찌개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식당 메뉴로 만들어서 판매한 지역은 경기도 의정부시이지만, 누가 최초로
김치와 스팸, 소세지, 다짐육을 섞어서 찌개로 끓여서 먹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부대찌개는 없고 햄버거만 있는 춘천
주한미군기지가 있었던 지역의 독특한 음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부대찌개처럼 주한미군의 물자와 한국의 음식 문화가 결합해서
탄생한 음식이다. 두 번째는 햄버거처럼 주한미군을 상대로 장사하기 위해
미군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만들어서 팔던 음식이 지금까지 계속 남아 있는
경우로, 이 경우에는 수제 햄버거가 있다. 두 번째 경우는 주한미군의
음식문화와 한국 음식문화가 만나 새로운 한국 음식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도 주한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도시다. 춘천역 근처에
주한미군기지가 있었다. 그런데 춘천역을 가보면 과거 주한미군부대가 주둔했던
자리는 여전히 광활한 공터로 남아 있지만 희안할 정도로 주한미군과 연관된
음식 문화는 보이지 않는다.
강원도 춘천시에도 주한미군부대가 있었으니 주한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물자들이 있었을 거다. 미군 부대 규모가 어느 정도 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춘천시에서 주한미군과 관련있을 거라 추정되는 음식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강원도 춘천시의 대표 음식은 닭갈비와 막국수다. 닭갈비, 막국수 둘 다
주한미군의 음식문화, 식재료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음식들이다. 막국수는 말할
것도 없고, 닭갈비도 주머니 사정 가벼운 군인 및 대학생과 연관이 있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여기에서 군인은 주한미군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이다. 훈련소 들어가서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화천, 인제,
양구, 원통 같은 강원도 최전방 전선 지역들의 교통이 춘천시와 연결되어
있어서 춘천은 군인의 도시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한미군부대가 있었던 춘천시에 신기하게 부대찌개는 찾아볼 수 없다.
주한미군부대는 존재했던 곳이지만 부대찌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도시가 바로
강원도 춘천시다.
그렇지만 강원도 춘천시에도 주한미군과 연관된 음식이 남아 있다. 바로
강원도 춘천시 경춘선 춘천역 노포 수제 햄버거 맛집 진아하우스의
햄버거다.
강원도 춘천시 경춘선 춘천역 노포 수제 햄버거 맛집 진아하우스
진아하우스는 '노포'라고 해도 될 만큼 춘천시에서 나름 오래된 수제버거
맛집이다. 춘천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앞에 있는 큰 길을 따라 춘천시내로
걸어가다 보면 도로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진아하우스는 예전에 있던 자리에서 위치를 옮겼지만, 멀리 이동한 것은
아니다. 과거 있던 자리에서 근처로 이동했다. 진아하우스는 매장 위치를
옮기면서 간판은 과거보다 매우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메뉴는 과거 메뉴
그대로 있고, 맛도 과거의 맛 그대로인 수제버거 식당이다.
강원도 춘천시 경춘선 춘천역 노포 수제 햄버거 맛집 진아하우스는 1977년에
영업을 개시한 식당이다. 개업한 지 45년이 넘었으니 한국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오래된 노포에 속하는 식당이다. 한국에서는 30년 맛집이라고 해도 매우
엄청난 노포처럼 다가오지만, 사실 계산해보면 30년 전에 개업해서 지금까지
운영중인 식당이라면 1993년에 개업했다는 말이다. 그만큼 식당 수명이 상당히
짧은 한국인데, 진아하우스는 무려 1977년에 개업해서 현재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진아하우스에 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가 바로 햄버거다.
위 사진은 2022년 7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현재는 저 메뉴판에 있는 가격보다
가격이 인상되었다. 메뉴판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안주 중 '햄버거 안주'라는
메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진아하우스는 특이하게 좌석이 룸 형식이다. 실제로 진아하우스 가보면 분식과
수제버거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볍게 술 한 잔 하려고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진아하우스 내부를 보면 가게를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포 감성이 그대로
살아 있도록 많이 신경쓴 모습이 보인다.
진아하우스 수제버거 햄버거 후기 - 한국 토속적인 햄버거
진아하우스의 햄버거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다.
진아하우스 햄버거는 처음 나올 때부터 4등분된 상태로 나온다.
진아하우스 햄버거는 햄버거 번 사이에 패티와 계란후라이, 채 썰은 양배추,
생양파 슬라이스 등이 들어가 있다. 소스는 케첩과 마요네즈를 섞은
케요네즈다.
진아하우스는 햄버거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별종인 햄버거라고 불러도 되는
맛이다. 먼저 햄버거 속재료 중 계란후라이가 들어가 있는 점이 매우 눈에
띈다. 과거 한국화된 서양 음식을 보면 계란후라이를 집어넣는 경우가 꽤 있다.
계란후라이가 들어간 이유는 가벼운 길거리 음식이라고 해도 나름 '외식'이라고
고급화를 위해 집어넣은 것 아닌가 추측하게 한다. 서양 음식에서 햄, 소세지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계란후라이로 완벽히 대체한 사례도 있지만, 계란 후라이를
일부러 끼워넣은 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과거에 보다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계란 후라이가 들어갔을 거다.
여전히 재래시장 빵집 가면 발견할 수 있는 빵집 시장 햄버거와 주한미군
부대가 있었거나 현재도 있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한국식 햄버거를 비교해보면
기본 형태는 비슷하지만 계란후라이의 유무가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나타난다.
주한미군 부대 근처에서 발견되는 한국식 햄버거는 구매력이 훨씬 좋은
주한미군을 상대하기 때문에 나름 더 고급스러운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
계란후라이를 추가로 집어넣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진아하우스 햄버거는 소스로 케요네즈를 사용했다. 진아하우스 햄버거에서
소스로 들어간 케요네즈는 케찹 비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진아하우스 햄버거를
먹어보면 자극적인 새콤한 맛과 감칠맛이 느껴지는 케찹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진아하우스 햄버거가 매우 독특한 점은 단순히 계란후라이가 들어갔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계란후라이는 부수적인 부분이고, 진짜 독특한 점은 바로
패티다. 진아하우스 햄버거 속 패티는 맛이 한국 밥반찬 고기완자, 동그랑땡과
상당히 비슷하다. 소금과 후추가 팍팍 들어간 고기완자 같은 맛이다. 햄버거
패티가 너무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맛이 난다. 패티맛만 보면 햄버거가 과연
외국 음식인지 아니면 원래 조선시대부터 먹어온 음식인지 순간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진아하우스 햄버거의 전체적인 맛을 묘사하자면 시골에서 할머니가 햄버거를
보고 빵 사와서 집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어주신 햄버거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케찹, 양배추, 후추 같은 재료들 역시 먼 옛날 한반도에 없었던 식재료이기는
하나, 그건 조선 시대 쯤 되는 이야기다. 햄버거 패티 대신에 고기 완자
집어넣고, 햄버거 소스로는 케찹을 뿌리고 마요네즈 살짝 쳐주고, 후추도 팍팍
치고 생양파에 채 썬 양배추 넣어서 만든 맛이니 너무 친숙한 맛이다. 햄버거
빵 대신 밥을 주면 경양식풍 밥상이 될 것 같은 맛이다. '햄버거'라는 물건을
보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든
것 같은 맛이다.
진아하우스는 주한미군 부대가 있었던 춘천에서 탄생한 한국 토속 햄버거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진아하우스는 강원도 춘천 여행 중 가볼 만한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추천할 만한 노포 수제버거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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