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경상남도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통영으로 내려가서 매일 쏘카로 차를
빌려서 돌아다녔다. 친구는 운전하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어떻게든
자동차로 여행하자고 졸라대었다. 자동차 여행 일정 계획은 배낭여행 및
도보여행 일정 계획과는 상당히 많이 다르다는 걸 둘 다 깨닫지 못 해서
초기에는 매우 재미없는 여행을 했지만, 몇 번 경험해보니 나는 대충 어떻게
일정을 짜야할지 감이 왔다.
친구는 경상남도 여행을 가자고 해서 왔는데 친구는 나와 다니는 것이 매우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일정으로 또 다시 쏘카로 차를 빌려서
한 번 더 놀다 가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안 좋으면 차로 이동하다가 적당히
카페 들어가서 하루 종일 죽치고 있다가 버스 시간 되면 올라가고, 날이
괜찮아진다면 차로 통영시 남쪽을 돌아다니며 놀기로 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이날 일정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정이었다. 통영시 남쪽 봉평동, 산양읍이 있는 섬은 해안가를 따라 포구가
많이 있다. 포구가 많이 있기 때문에 가다가 포구에 차를 세우고 적당히 걷고
쉬며 놀기 좋다.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으로 다니기 매우 좋은 곳이었다. 친구도
통영에서 남쪽은 안 가봤다고 했고, 왠지 거기 가면 자동차 여행하기 매우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예상이 맞았다.
친구는 매우 흥분해서 하루 더 여행하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원래는 내가
3박4일 일정으로 가자고 했지만, 친구는 3박4일 일정은 너무 길다면서 2박3일로
가자고 우겼다. 그런데 막상 여행 와서 돌아다녀보니 매우 재미있고 좋았는지
마지막 와서 갑자기 하루 더 여행하자고 엄청 졸랐다. 여행 준비를 2박3일에
맞춰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너무 흥분해서 그러자고
했다.
여행을 하루 더 하기로 했으니 어디를 갈지 선택해야 했다. 통영과 거제는
돌아다녔고, 그 다음에 갈 곳을 찾아야했다. 이동시간과 버스 시간을 고려해서
갈 만한 곳을 떠올려봤다. 경상남도 남서부는 예전에 몇 차례 여행을 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충 알고 있었다. 만약 통영, 거제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면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 뿐이었다. 남해군이었다.
통영에서 남해군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진주시로 넘어가야 했다. 통영에서
남해군으로 가는 직행 교통편이 없었기 때문에 진주로 가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했다. 통영에서 진주를 거쳐
남해군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었다. 더욱이 쏘카 반납
시간도 있었고, 통영 일정을 여기에서 끝내기에는 매우 아쉬웠기 때문에
진주에서 1박 하고 다음날 남해군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통영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진주시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왔다. 진주시는 예전에
여러 차례 와본 적이 있는 곳이라 지리를 대충 알고 있었다.
남강을 건너가려다가 남강 건너서 진주성 쪽으로 가봐야 별 거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진주성 쪽은 진주논개시장이 있는데, 진주논개시장 맛집들은 왠지 이
시각에 전부 문을 닫았을 것 같았다.
늦은 시각 진주성 일대는 깜깜했다. 식당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문 열고 영업중인 식당을 찾아서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진주 남강을 따라 쭉
걸어갔다. 다리를 지나가자 남가람공원이 나왔다. 남가람 공원을 따라 더
걸어가고 있는데 불이 켜진 식당이 하나 보였다.
"밀면 먹을까?"
"그러자."
불이 켜진 식당은 천수밀면이었다. 천수밀면 안은 매우 왁자지껄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으며 떠들고 있었다. 더 돌아다녀도
식당이 없을 거 같고, 식당 안에 사람들이 많아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냉면을 주문했다.
"식당 시끄러운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활기 넘치네요."
식당 아주머니께서 식당이 시끄러운데 괜찮겠냐고 걱정하면서 물어보셨다.
괜찮다고 했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동창회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모두
술을 한 잔씩 걸치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식당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식당 안팎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동 밀면 맛집 천수밀면 맛, 후기
조금 기다리자 주문한 물밀면이 나왔다. 진주시 망경동 천수밀면의 물냉면은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다.
경상남도 진주시 망경동 밀면 맛집 천수밀면의 물밀면은 얼핏 보면 물냉면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면발 색은 밝은 회색이었다.
고명으로는 계란 반숙 반 개, 계란 지단, 오이 등이 올라가 있었다. 고명 중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육전이 고명이다.
천수밀면의 물밀면은 고명으로 일반 수육을 올리지 않고 육전을 올렸다.
육전이 올라가 있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진주 전통 음식을 보면 주변
지역 음식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바로 조리를 한 번 더 거치는 과정이
있다. 예를 들면 생선찜이라면 타지역에서는 생선을 찌는 것으로 끝인데 진주
지역은 생선을 찐 후 다시 옷을 입혀서 튀기는 등 한 차례 조리 과정을 더
거친다.
물밀면 위에 올라가 있는 육전도 그런 진주 음식 문화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지역이었다면 수육을 올렸을 거였다. 하지만 진주였기 때문에 고기를
한 차례 더 조리 과정을 거치기 위해 일부러 육전으로 만들어 올린 것
같았다.
천수밀면의 물밀면 육수부터 맛을 보았다. 물밀면 육수는 매우 시원했다.
차가운 냉기가 심장의 열기를 식히며 가슴에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오는 느낌을
주었다.
천수밀면의 물밀면 육수 맛은 간이 되어 있어서 조금 짭짤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물냉면 육수와 비슷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맛이 단색이 아니라
여러 색으로 느껴졌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건어물 육수 또는 고기 육수 둘
중 하나만 쓴 것이 아니라 둘을 살짝 섞어놓은 것 같은 맛이었다. 한 가지만 쓴
거 같지는 않았다. 물론 이것은 고명의 맛이 국물에 섞여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육수는 면만 바꾸면 물냉면이 될 맛이었다.
천수밀면의 물밀면 면발은 이로 끊어먹기 좋았다. 가위가 전혀 필요없었다.
맛이 물냉면과 비슷하지만 면발은 완전히 달랐다. 냉면 면발이 질겨서 싫은
사람이라면 여기 물밀면을 먹으면 좋아할 것 같았다.
진주시 천수밀면의 물밀면은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한 그릇 먹으면 매우 좋을
맛이었다. 매우 뜨거운 진주의 여름 저녁에 시원하게 한 그릇 비우고 남강
야경을 구경하면 아름다운 진주의 밤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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