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수복탑 사거리 수복기념탑

영동지역 안보 관광지였던 속초시


속초시만큼 관광지 특색이 크게 변한 곳이 있을까?

강원도 속초시를 볼 때마다 이렇게 관광 성격이 갑자기 확 변한 곳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관광지는 한 번 특색이 잡히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관광지가 반드시 개발 계획 단계에서 컨셉이 확실히 잡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관광지 개발에 들어갈 때 컨셉을 잡고 개발하기 마련이지만, 이 컨셉이 일반인들에게 먹혀든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개발 단계에서 세운 컨셉이 안 먹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관광객(외지인)들이 원하는 컨셉과 현지인 의견을 중심으로 개발을 주도하는 세력이 그리는 컨셉에는 상당히 큰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든 간에 한 번 관광지로 유명해지면 그때부터는 컨셉이 확실히 잡히고 사람들은 계속 그 컨셉의 관광지로 인식한다. 또한 한 번 이렇게 컨셉이 잡히면 그에 따라 관광지가 개발되고 홍보되기 때문에 섣불리 컨셉을 바꾸기도 매우 어렵다. 너무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생각할 거 없다. 아주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미 건물 다 올려서 이용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한 건물 다 때려부수고 완전히 다른 건물 세우자고 하면 이게 쉽겠냐는 말이다. 그런데 그 건물이 한두 채도 아니고 최소 마을 하나를 싹 다 갈아엎고 새로 지어야한다면 이게 과연 쉬울까? 관광산업에서 컨셉 변화란 이런 대규모 재개발과 똑같은 일이다.

강원도 속초시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이전과 이후에 관광지 성격이 극단적으로 변한 지역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전에 속초시는 상당히 유명한 안보관광지였다. 지금 속초시가 안보관광지라고 하면 믿는 사람이 없겠지만, 실제로 그랬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전에 속초시로 여행 가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설악산 가는 사람들이었다. 속초시에서 설악산으로 가는 방법은 설악산소공원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설악산소공원으로 가면 전국민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여러 코스 중 마음에 드는 코스를 골라서 설악산을 즐길 수 있다. 권금성 케이블카, 흔들바위, 울산바위, 비선대, 천불동계곡과 천당폭포, 더 나아가 대청봉까지 설악산소공원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는 강릉시 바다가 너무 번잡해서 보다 조용히 바다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었다. 강릉 주문진, 경포대 등은 여름에 난리도 아니라서 너무 과도하게 많은 인파를 피해 바다를 즐기기 위해 속초로 오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세 번째는 안보 여행 성격으로 오는 사람들이었다. 의외로 속초가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들이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안보 여행지였다. 왜냐하면 속초시는 38선 이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야 대한민국 국력이 북한 국력을 압도적으로 능가해서 최전방 언저리까지 일반인들이 쉽게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당장 요즘 수도권 동북부 관광지로 뜨겁게 뜨고 있는 철원군만 해도 과거에 노동당사까지 가려면 검문소를 몇 개씩 통과해야 했으며, 노동당사 가는 길 바로 옆에는 지뢰 위험 표시가 매달려 있었다. 38선 이북 지역을 가보려면 최소한 경기도 연천군, 철원군은 가야 하는데 이들 지역이 교통면으로나 군사안보적인 면으로나 모두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적당히 놀고 먹을 거 있으면서 나름 도시라서 접근성 좋은 38선 이북 지역으로는 속초시가 유일했기 때문에 38선 이북 지역 여행간다고 속초시로 여행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순수하게 38선 이북 지역을 가보기 위해 속초시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앞서 두 이유로 속초 여행 가면서 겸사겸사 38선도 넘어보자고 속초 여행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속초시는 관광 컨셉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물론 지금도 설악산 가기 위해 속초시 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속초시 여행 가는 사람들 상당수는 설악산 등산하러 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동해안 바닷가로 놀러가는 사람들이다. 38선을 넘는다는 개념은 완전히 사라졌다. 즐겁게 바다 구경하고 경치 좋은 카페,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속초 관광수산시장에서 맛있는 먹거리를 사먹으며 놀려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말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전쟁과 속초시


해방 이후 미국과 소련이 38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을 분단하고 신탁통치를 실시했을 때 38선 이북지역이었던 속초시는 북한 치하 영토였다. 하지만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침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이후 양측의 치열한 공방과 전진, 후퇴 과정에서 1951년 6월에 국군에 의해 속초가 수복되었다.

중국군의 개입으로 조국 통일을 목전에 두었던 국군과 UN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함경도 지역 사람들도 같이 피난길에 올라서 월남했다. 이때 함경도 출신 피난민들이 많이 정착한 지역이 바로 속초시다.

강원도 속초시는 한국전쟁에서 국군이 수복한 영토이며, 한국전쟁 당시 자유를 찾아 월남한 많은 함경도 사람들이 정착한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속초는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전까지 안보 여행지로도 유명한 지역이었다. 38선 이북 지역 중 일반인이 쉽게 가볼 수 있는 도시였고, 북한 치하 영토인 함경도에서 월남한 사람들이 많이 정착해 다른 강원도 지역과는 다른 특유의 지역 문화가 형성된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속초 냉면, 아바이 마을 순대가 바로 속초시에 정착한 함경도 출신 피난민의 음식 문화이자 강원도 타지역과 다른 속초시 고유의 음식이다.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수복탑 사거리 수복기념탑


대중교통을 통해 속초로 여행 온 사람들 대부분은 동명동에 있는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속초 여행을 시작한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로 가다 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이 사거리는 수복탑 사거리다. 수복탑 사거리에는 모자상이 꼭대기에 있는 탑이 하나 있다.




이 탑이 바로 속초 수복기념탑이다.




수복기념탑 위에는 북녘을 향한 모자상이 있다.




수복기념탑 한쪽에는 수복기념탑 복원비가 박혀 있다.

수복기념탑 복원비에 새겨져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복기념탑 복원비

이 탑은 6.25가 끝나자 이 땅의 수복을 기념하는 뜻과 이곳에서 망향의 한을 달래던 실향민들의 염원을 모아 당시 김근식 속초읍장 박상선 피난민 대표의 주선과 조각각 박칠성에 의해 서기 1954년 5월 10일 세워졌다.

피난길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의 이 모자상은 당시의 정황이나 고향을 잃고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 마음의 한 표상으로 내려오던 중 서기 1983년 4월 27일 강풍에 파손되어 오늘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이 탑은 수복기념탑복원건립위원회를 구성 김광객 속초시장의 도움과 어린 학생으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시민의 성금에 의해 청동으로 원형을 재현하였음을 밝혀둔다.

서기 1983년 11월 17일




수복기념탑 한쪽에는 모자상과 관련된 시가 새겨진 비가 있다.




수복기념탑 한쪽에는 수복기념탑 내용이 새겨진 동판이 부착되어 있다.

수복기념탑

소재지 : 속초시 동명동 374
건립기관 : 수복기념탑 복원건립위원회, 속초시

이 탑은 1954년 당시 속초읍장이었던 김근식, 피난민 연락소장 박상신, 반공계몽인 박성주 등이 수복을 기념하고 피난민의 향소를 달래기 위하여, 당시 제1군단 민사처 보좌관 전형윤 소령을 통해 건의하여 당시 제1군단장 이현근 장군의 승락을 얻어 피난민의 희사금, 속초읍 부담금, 군부대의 차량지원으로 1954년 5월 10일 건립하였다. 탑의 설계는 이형찬, 모자상 조각은 박칠성이 하였으며, 제호는 전형윤 소령이 썼으며, 장호강 시인이 지은 '모자상부'를 새겨놓았다.

그러던 것이 1983년 4월 27일 동해안을 휩쓴 강풍으로 탑 위의 모자상이 부서져 버렸다. 그러자 범시민적인 수복기념탑 복원건립위원회(위원장 김종특)가 발족하여 시민의 성금과 속초시 지원으로 1983년 11월 17일 역사적인 제막식을 가졌다. 탑의 설계 및 모자상 조각은 원래 모자상을 조각하였던 박칠성이 담당하였으며, 복원된 이 탑은 좌대폭 4.6m, 탑신 높이 7m, 모자상 높이 2.55m이다.

탑은 상하로 구분하여, 상층 탑신 4면에는 당초 전형윤 소령이 쓴 "수복기념탑(收復紀念塔)"이란 휘호를 그대로 오석에 옮겨 조각하였으며, 하층 탑신 동쪽면에는 서예가 원기춘이 쓴 "수복기념탑 복원기 (收復紀念塔 復元記)", 서쪽면에는 장호강 시인이 글을 짓고 서예가 원기춘이 쓴 "모자상부(母子像賦)", 남쪽면에는 당시 동우전문대학장 한상갑이 쓴 "민족통일(民族統一)"이란 휘호, 북쪽면에는 청동으로 조각한 "군경민 입체 북진상"이 새겨져 있다.




위 사진은 수복기념탑 북쪽면에 있는 군경민 입체 북진상이다. 재질은 청동이다. 태극기를 매단 카빈 소총을 움켜진 군인이 앞장서고 있고, 그 뒤를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뒤에는 피난민들이 군인을 따라오고 있다.

속초 수복기념탑은 우리나라에 있는 유일한 수복기념탑으로 알려져 있다.

속초 수복기념탑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속초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은 거쳐가게 된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 가는 길에 있고,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속초등대와 동명항을 가기 위해서도 지나가야 하는 곳이며, 수복기념탑 근처에는 횟집거리가 있어서 회를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많다. 속초 수복기념탑은 속초시 역사에서 상당히 의의가 큰 탑이니 속초 여행 가서 지나가는 길에 한 번 둘러보고 가거나 수복기념탑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가는 것도 좋다.




그리고 속초 수복기념탑에는 속초사잇길 제3길 수복길 스탬프함이 있다. 속초 여행 스탬프를 찍고 싶다면 수복기념탑에서 속초사잇길 제3길 수복길 스탬프를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