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시 진해 경화동 벚꽃놀이 명소 카페 경화역

경상남도 창원시 여행은 아직도 왠지 볼 것 없는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현재 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에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해서 출범한 통합 창원시이다. 통합 이전에 창원시는 정말로 볼 것 없는 지역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잘 사는 도시, 발전한 도시와 볼 것 많은 관광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신도시는 살기 편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여행 가서 구경할 만한 곳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거주민들에게 살기 쾌적한 공간이기는 하지만 외부인이 와서 봤을 때는 볼 거 하나도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통합 창원시가 2010년 7월 1일에 출범했으니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합쳐진 지 벌써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창원'이라고 하면 마산, 진해가 자동적으로 같이 떠오르기 보다는 과거 창원시가 떠오르곤 한다. 마산, 진해도 전국적으로 꽤 널리 알려진 도시였고, 규모가 작은 소도시도 아닌 데다 현재까지도 각각의 색이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창원시'라고 했을 때 마산, 진해가 자동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과거 창원시는 일종의 계획도시였기 때문에 살기 쾌적한 대도시이기는 했지만, 창원시민들까지도 창원은 볼 거 없는 동네라고 하던 지역이었다. 더욱이 창원은 특별히 유명한 것이 없기도 했다. 마산은 아구찜이 있고, 진해는 벚꽃과 군항제, 해군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반면 창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고 번화한 곳은 맞는데 굳이 여행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살기 좋은 곳과 여행하기 좋은 곳은 완전히 다르다.

창원시로 여행을 가기는 했지만 나 역시 원래부터 창원 여행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마산 여행과 진해 여행을 가려고 마산으로 내려갔는데 알고 보니 마산이 창원시의 한 지역이었다. 머리로는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머리 속에서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머리 속에서는 여전히 마산, 진해, 창원이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

경상남도 창원시 여행 일정은 마산에서 숙박하면서 하루는 진해를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했다. 마산에서 진해까지는 시내버스로도 갈 수 있고, 숙박시설은 진해보다 마산이 훨씬 더 많고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산에서 숙박하면서 하루 날 잡아서 진해를 당일치기 여행으로 다녀오는 것이 진해에서 숙박하며 진해를 여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다.

진해 여행은 크게 벚꽃을 보는 여행과 일제강점기 시절 유산을 보는 여행으로 구성된다. 벚꽃 시즌이 되면 진해는 전국 각지에서 벚꽃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진해 군항제가 열릴 때 정점을 찍는다. 이때는 진해 전역이 관광객으로 꽉 들어차기로 유명하다.

진해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면서 갈 만한 곳을 찾아봤다. 진해도 작정하고 다니려고 하면 자가용 없이는 힘들지만, 시내권 벚꽃 명소를 찾아 돌아다니면 그렇게 힘들지 않고 재미있게 하루 보낼 만한 곳이었다.

진해 시내권 벚꽃 명소


진해 시내권 벚꽃 명소는 크게 두 곳이 있다. 첫 번째는 진해 여좌천이다. 여좌천을 따라 벚나무가 쭉 늘어서 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벚나무 가지가 여좌천을 덮어서 벚꽃 터널을 만든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곳들을 보면 환상적인 분홍빛 벚꽃 터널을 만든다고 유명한 곳이 있다. 여좌천 양 옆에 있는 벚나무는 벚꽃 시즌이 되면 여좌천을 분홍색 지붕으로 덮는다. 그래서 여좌천 벚꽃 사진은 우리나라 벚꽃 시즌 대표 사진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진해 경화역이다. 진해 경화역 역시 철도 양 옆에 있는 벚나무가 봄이 되면 철도 위 하늘을 덮어 벚꽃 터널을 만든다. 진해 경화역은 우리나라 벚꽃 시즌 사진 중 제일 아름답고 인기 좋은 벚꽃 터널을 지나가는 기차 사진 촬영지다. 지금은 기차가 거의 다니지 않지만, 벚꽃 시즌이 되면 아침에 기차가 벚꽃 터널을 통과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진해 벚꽃은 군항제가 제일 유명하지만, 진해 벚꽃 사진은 경화역을 통과하는 기차 사진이 제일 유명하다.

그래서 벚꽃 시즌에 진해 여행은 아침에 경화역으로 가서 벚나무 터널을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고 사진 촬영한 후 여좌천으로 이동하는 코스로 이뤄진다고 한다.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 경화동 벚꽃놀이 명소 카페 경화역


진해 여행을 갔을 때였다. 마산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 근처까지 간 후 여좌천으로 올라가며 진해를 구경한 후 경화역으로 갔다. 여좌천에서 경화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걸어가려고 하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진해 와서 일정이 약간 꼬이는 바람에 쓸 데 없이 많이 걸어야 했다. 게다가 여좌천에서 경화역까지 거리는 걸어갔다가 걸어서 돌아올 거리는 아니었다.

경화역에는 벚꽃이 없었다. 그러나 벚꽃이 없어도 사진 찍으며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었다. 경화역 철길을 구경한 후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카페 경화역이 있었다. 카페 경화역은 일반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였다. 요즘 우리나라에 일반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가 여기저기 생겨났는데, 카페 경화역도 그런 카페 중 하나 같았다.

"여기는 벚꽃 필 때는 줄서서 들어가야겠네."

카페 경화역을 밖에서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벚꽃 시즌에 카페 경화역의 창가 좌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면 창밖으로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였다. 경화역 철길 벚나무가 좁은 골목길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시력이 나쁜 사람도 분홍빛 벚꽃 물결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좌석이었다.

벚꽃 시즌이 아니었지만 카페 경화역의 창가 좌석은 이미 사람들이 다 앉아 있었다. 밖에서 보면 만석처럼 보였다. 카페 경화역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경화역은 카페 주인이 직접 융 드립으로 커피를 정성껏 내리는 카페였다.

커피를 주문한 후 자리를 잡고 카페 내부를 둘러보았다.




카페 안쪽에는 좌석이 많이 비어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창가쪽 좌석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페 안쪽 공간도 꽤 마음에 들었다.




카페 경화역 안쪽 공간은 조명이 어두운 편이었다. 지하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 침침한 편이었다. 서양 명화 속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고 잡담하고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이 있는 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조금 기다리자 내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커피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주문할 때 산미가 없는 커피로 주문하고 싶었지만 산미가 없는 원두는 없다고 해서 산미가 가장 약한 원두를 선택했다. 산미가 가장 약한 원두로 내린 커피는 고소했고,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가벼운 산미가 나풀나풀 날아다니고 있었다.




비록 창가에 앉지는 못했지만, 부드러운 밤하늘에 한 마리 나비가 떠오르는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 공간도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조용히 커피맛을 음미하며 여유를 갖기 좋은 카페였다.

많은 사람들이 벚나무는 흔히 벚꽃을 떠올리고 벚꽃이 필 때가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벚나무는 단풍도 매우 아름답다. 가을에 벚나무 단풍이 들었을 때 진해로 벚나무 단풍을 구경하러 간다면 카페경화역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가을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낭만적인 추억을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Post a Comment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