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한국 폭염 사태 당시 서울 기온 40도 풍경

매해 여름이 찾아오면 모두가 올해 여름은 얼마나 뜨겁고 참기 어려운 더위가 닥칠지 관심을 갖는다. 매해 여름은 더웠지만, 유독 비가 매우 많이 내려서 별로 안 더웠던 여름이 있었고, 정말 태양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열기를 주체 못 하는 듯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말려버리려 작정한 것 같이 유독 엄청나게 뜨거웠던 여름이 있었다.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의정부는 내 기억에 2013년과 2022년이 유독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던 여름이었다. 비가 안 내렸던 날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정말 하루도 빠짐 없이 비가 쏟아져내렸고, 푸른 하늘 보기 어려웠던 여름이었다고 기억한다. 2013년 당시 기억은 살짝 흐릿하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습해서 매일 방바닥이 습기 때문에 미끌거렸다. 보일러를 돌려도 아주 잠시 방바닥이 건조해지고 보일러를 끄면 또 습기 때문에 방바닥이 미끄러워졌다. 2022년 여름은 맑은 하늘을 본 기억 자체가 거의 없다. 매일 비가 왔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언제든 다시 비가 내리려고 하늘이 매우 찌뿌둥했었다. 또한 폭우가 제대로 내려서 서울에서는 여기저기 침수 사태가 많이 발생했다. 의정부는 다행히 침수 사태까지는 없었지만 폭우로 백석천, 중랑천 산책로가 잠기고 산책로에 떠내려온 풀, 나무, 흙이 잔뜩 쌓였었다.

한편 엄청나게 뜨거웠던 더위에 대한 기억은 2018년 8월 폭염이 독보적으로 1등이다. 그 전에도 폭염은 여러 차례 있었었다. 사람 넋 나갈 정도의 불볕 더위가 있기는 했지만, 항상 기온이 올라가봐야 인간 체온이라는 36.5도는 돌파하지 못했다. 언제나 36.5도는 돌파하지 못하고 고꾸라지곤 했다.

인간 체온인 36.5도보다 기온이 높아지면 무언가 뒤집어쓰는 것이 더 시원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단순히 뜨거운 거라면 당연히 피부를 열기로부터 차단하는 것이 더 시원하다. 특히 체온보다 기온이 높다면 뜨거운 공기에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보다 옷이라도 한 겹 더 껴입어서 뜨거운 기온이 피부에 직접 닿지 못 하게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더위에도 종류가 있다. 단순히 뜨거운 더위 말고 습하면서 더운 무더위가 있다. 한국의 더위는 습도가 높은 무더위다. 무더위에서는 습도 때문에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아진다. 무더위는 건조한 더위보다 체감상 더 덥게 느껴지는데, 단순히 기온이 뜨거워서 덥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땀이 많이 나며 땀 때문에 더 참기 어려운 것이 크다. 이론적으로 '푹푹 찌는 더위'에서는 옷을 최대한 얇게 입거나 벗는 게 좋고, '타오르는 더위'에서는 옷을 입어서 기온보다 낮은 체온을 느끼는 것이 더 낫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다. 40도 더위에 체온보다 높다고 긴 옷 입으면 체감상 오히려 더 덥다.

2018년 폭염이 역대 폭염 중 전설적이고 독보적으로 1등인 이유는 서울 및 수도권에도 섭씨 40도가 넘는 지역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섭씨 40도 더위를 이때 처음 경험했을 거다.

2018년 폭염의 원인


2018년은 봄부터 유난히 따뜻했다. 2018년 장마는 7월 8일 일본 서남부 폭우 이후 빠르게 북상하면서 매우 짧은 기간에 끝났다. 공식적으로 2018년 장마는 남부 지역은 2018년 7월 9일, 중부 지역은 2018년 7월 11일에 끝났다.

장마가 빠르게 끝난 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를 뒤덮었다. 한반도를 뒤덮은 열은 그대로 한반도에 머무르면서 한반도 상공에 강한 열대류 현상이 자리잡았다. 게다가 7월 말 태풍 종다리가 푄현상을 일으키면서 폭염은 더욱 심해졌다.

2018년 폭염의 절정 8월 1일의 기억


2018년 8월 1일이 되기 전부터 뉴스에서는 연일 폭염 특보가 나오고 있었다. 정상이 아닌 매우 이상한 더위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쯤 이 비정상적인 더위가 끝날지 매일 일기예보를 바라보고 있었다.

2018년 8월 1일이 되었다. 이날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밤 사이에 그나마 기온이 내려가서 '인간적인 더위'였던 날씨는 새벽이 되고 동틀 무렵이 되면서부터 기온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이것이 해가 뜨는 건지 온도계 빨간 알코올이 끓어오르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어둠이 조금씩 걷혀감과 동시에 이미 기온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자 이미 기온은 기겁할 지경까지 올라갔다. 뉴스에서는 스포츠 중계하는 것처럼 현재 기온을 실황중계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초유의 관심사는 정치도 경제도 아니었다. 이 정신나간 기온이 대체 어디까지 치솟을지였다. 뉴스에서는 계속 신기록을 경신중이라고 보도되고 있었다.

내 기억에는 오전 10시 즈음이었을 거다. 각 지역 최고 기온이 40도를 돌파한 곳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기온처럼 기상캐스터들도 뜨겁게 흥분하며 신기록 달성을 보도하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때 이러한 일기예보 실황중계로 인해 더위에 짜증이 폭발한 사람들이 무슨 스포츠 중계하냐고 방송국에 항의 참 많이 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각 세부 지역 기온은 40도를 돌파한 곳이 여러 곳 쏟아져나왔다. 기상관측소 위치가 이상한 산 속 깊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공식 기온 40도를 못 넘긴 곳도 많았지만, 이 당시 수도권 전역이 실제로는 40도가 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당시 서울 최고 기온이 39.6도였는데, 서울 강북구는 41.8도, 서초구는 41.1도를 기록했다. 그러니 공식 관측소가 사람들이 실제 활동하는 지역에 있었다면 서울도 공식 기온이 40도가 훌쩍 넘었다고 기록되었을 거다.

진짜로 하루 종일 바깥이 조용했다. 나와서 활동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밖에 나온 사람들은 더위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는 대부분 처음 겪었을 거니 그 충격이 장난 아니었을 거다.

보통은 이런 날 밖으로 최대한 안 나가려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히려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서울 40도의 풍경을 보는 건 정말 진귀한 경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 도심 종로로 갔다.




태양은 매우 뜨거웠다. 기온 때문인지 이날 따라 태양이 더욱 유난히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실제 저렇게 풍경이 모두 시커멓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짜로 저런 느낌이었다. 하늘에는 너무나 밝은 태양, 땅은 태양빛에 타버려서 까맣게 된 것들만 가득해보였다.




섭씨 40도였지만 밖에서 돌아다니고 활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있었다. 모두가 더위에 기진맥진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더위에 반쯤 정신이 나간 듯 했다. 항상 사람이 많았던 종로 거리였지만 이날은 평일임에도 한산했다.

그나마 가로수 그늘 아래는 덜 더운 편이었다. 뙤약볕 아래는 진짜로 뜨거웠다.




탑골공원 근처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장기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뜨거운 날에는 아무도 안 나와 있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40도까지 치솟은 불볕더위 속에도 탑골공원으로 나와 바둑과 장기를 두시는 할아버지들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018년 8월 1일 서울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았던 날의 사진을 보면 당시 얼마나 뜨거웠는지 잘 나타나 있지 않다. 그래도 저렇게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에서 그날 사람들이 얼마나 더웠으면 최대한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했는지 정도는 엿볼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매우 뜨거운 여름을 경험하며 얻은 이렇게 지나치게 뜨거울 때를 보내는 팁이 하나 있다. 날이 뜨거우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물을 찾기 마련이다. 이때 일반 생수보다는 탄산수를 마시는 것이 폭염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효과적이다. 일반 생수를 마시면 순간적으로 갈증은 풀리지만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 반면 탄산수는 탄산이 입과 목을 자극하면서 정신이 살짝 돌아온다. 그리고 탄산 때문에 청량감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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